[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미국 2위 통신기업 AT&T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타임워너를 854억 달러(한화 약 97조4414억원)에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공룡기업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정치권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상황은 미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2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국 2위 통신업체이자 케이블TV 3위 공급업체 AT&T가 할리우드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 유료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 방송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의 인수합병을 지난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수 합병 (M&A)가 최종 성사되면 유통과 콘텐츠 생산을 아우르는 통신 미디어 공룡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AT&T가 타임워너를 확보하면서 단숨에 인기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T&T는 이날 타임워너 주식을 주당 107.50달러, 총 854억 달러에 인수하는데 합의하고 인수 대금의 절반은 현금, 나머지 절반은 주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타임워너의 21일 종가는 주당 89.48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시가총액 2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번 인수합병은 미국 통신 미디어 업계에서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인수합병 이후 최대로 올해 글로벌 M&A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다.


AT&T와 타임워너가 M&A합의에 이르면서 미국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 승인 작업 등을 남겨 두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정치권이다.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와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합병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격앙된 목소리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런 협상은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합의를 파기 조처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대변인 브라이언 팰런은 23일 “클린턴 후보는 규제 당국이 양사의 인수합병 협상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떤 결론에 도달하기 전에 반드시 공개돼야 할 많은 정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1년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의 인수합병을 승인해 거센 비판에 직면한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를 거론함으로써 정부 차원에서 이런 일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소비자에게 높은 사용료와 선택 제한을 강요하는 양사의 합병을 규제 당국이 반드시 파기해야 한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AP 통신에 따르면, 상원 반독점소위원회 소속 민주·공화 의원들 역시 이번 합의가 중요한 반독점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잭도리서치의 잰 도슨은 AT&T가 합병 후 타임워너 시청자들의 시청권에 불이익을 주거나 혜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AT&T와 타임워너가 고객에게 모두 ‘윈 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양사는 광고 시청자층을 정확하게 설정하면 프로그램 제작비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작비 절감이 곧 시청료 인하와 같은 소비자 혜택으로 이어지진 않고, 컴캐스트와 NBC유니버설 사례에서 보듯 비용이 내려갔다는 증거도 없기에 AT&T와 타임워너 합병에 따른 혜택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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