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처장 “일반적 절차” 주장 VS 타 대학 “있을 수 없는 일”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이화여대가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자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의 딸 정유연(개명 후 정유라) 씨에게 입학절차를 비롯한 전반적인 학교생활까지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대 입학처장의 ‘총장 직접보고’가 일반적인 대학의 학생 선발 절차와 괴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학문의 전당인 대학이 권력 앞에 무릎 꿇는 것을 넘어 ‘알아서 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입학처장 총장에 직접보고…일반적 절차?


지난 13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이화여대 남궁곤 입학처장은 정씨의 입학 특혜와 관련 “정씨를 위한 특혜는 없었다”고 일축하며 “일반적인 절차대로 정 씨를 뽑았다”고 주장했다.


남궁 처장은 그러면서 “정씨의 존재는 미리 알고 있었고, 총장께 보고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최순실 씨의 딸이라는 사실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고 최경희 총장에게 직접 정씨의 이화여대 지원 사실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남궁 처장은 동기를 묻는 질의에 “당시 정씨가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승마 귀족’이니 뭐니 해서 논란이 많았다. ‘대학 쉽게 가겠다’하는 댓글들도 당시 많이 달렸다”며 “이렇게 논란이 된 학생이 우리 학교에 지원을 했으니 총장님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보고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후 총장의 반응에 대해선 “총장님은 정씨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내가 정윤회, 최태민 등을 종이에 적어가며 설명해 드렸다”며 그러고 나선 특별할 것 없이 정 씨에게 기존 절차를 적용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남궁 처장은 “논란 속에 있던 학생이 우리 학교에 지원했나 하는 걱정이 들었고, 학인해보니 진짜 우리 학교에 지원을 해 총장께 보고하게 된 것”이라며 ‘총장 직접보고’를 하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타 대학들 “그런 경우 없다”


이러한 가운데 다른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이대의 학생 선발절차가 일반적인 형태와는 거리가 먼 특이행동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입학처장들은 하나같이 “지원자에 대해 처장이 총장한테 직접 보고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고려대학교 김재욱 입학처장은 “처장이 총장한테 직접 보고를 할 이유가 어디있냐”며 “그런 건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처장은 덧붙여 “수백, 수천 명의 지원자들을 어떻게 다 알겠느냐”며 “입학처장의 입장에서 지원자의 개인 정보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중앙대학교 백광진 입학처장은 “처장이 총장에게 직접 보고를 하기도 하느냐”는 질의에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백 처장은 “보고를 한다고 해도 처장이 총장한테 바로 하지는 않고, 부총장이 있으니 부총장을 통해 보고를 한다”며 “총장에게 보고되는 사안은 지원율 등 통계적인 것들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경희대학교 김현 입학처장 역시 “이례적인 일”이라며 “누가 학생들의 명부를 보느냐”고 반문했다.


성균관대학교 안성진 입학처장은 “학생에 대해 보고를 받지도 않고 보고를 하지도 않는다”며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담당 교수나 입학사정관들이 알아서 한다”고 밝혔다.


다들 아니라는데…이대만 ‘정상적 절차’주장


결국 종합해보면 정씨와 관련된 이화여대의 당시 행태는 일반적인 학교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는 정씨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전면부인하고 나섰지만 대학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비정상적인 절차’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담당교수가 교과지도와 관련 스무살 학생인 정씨에게 “늘 건강하시고 이 교과를 통해 더욱 행복한 승마가 되시기를 바랍니다”라며 어법상 붙이지 말아야 할 곳에까지 존칭을 사용해가며 받드는 등 대학관계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봤을 때도 이해할 수 없는 단면까지 노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다들 비정상적이라고 하는데도 항상 정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하는 이대의 모습을 두고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겠다는 이대 홈페이지 총장실 인사말이 대학계의 비리의 새로운 획을 긋겠다는 말처럼 들린다는 얘기도 나오는 시점에서 이대의 진정성 있는 답변이 요구된다.


한편, 정씨는 현재 휴학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는 14일 전일 이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체육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정씨가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지난달 27일 휴학하고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월 27일은 정씨의 입학과 학점 취득과 관련 이대로 부터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튿날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사진출처=이화여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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