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전경련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지난 7월 직접 접선해 ‘문화재단 미르’ 의혹에 대한 말맞추기를 진행했다는 미르재단 현직 실무자의 발언이 공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과 관련한 현직 실무자의 발언은 최초이기에 거대한 파장이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12일 국정감사를 통해 전경련 현직 실무자의 제보 내용을 밝혔다.


송 의원은 이날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을 향해 “TV조선에서 (미르재단 관련 의혹이 최초로 보도됐을 때) 안종범 청와대 수석을 만나지 않았느냐”고 캐물었다.


이 부회장은 “행사 때 몇 번 봤다”면서도 “(보도 이후에) 만난 기억이 없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송 의원은 이에 “증언이 있다. 일시 장소까지 해서 (국감 증인 위증죄로) 고발하면 어쩔려고 그러느냐”며 “(안종범 수석이)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잘 마무리 할 수 있다고 얘기했느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송 의원실은 최근 전경련 실무자로부터 미르재단 설립 및 이후 상황에 관련된 핵심 증언을 확보했다.


안종범-이승철, 밑장빼기 모의?…‘예상 질의응답’ 작성


전경련 실무자는 이번 달 초 송 의원실 측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대해 처음 TV조선에서 보도가 나왔을 때(지난 7월) 이승철 부회장이 안종범 청와대 수석을 만나서 논의를 했다. 그때 ‘예상 질의응답’을 만들어서 준비를 했었다”고 증언했다.


미르재단과 관련한 최초의 언론보도 직후, 안 수석과 이 부회장이 접선. 사전에 치밀한 대응책을 구상했었다는 것이다.


이 회동에서 안 수석은 이 부회장에게 “괜찮을 것이다”고 안심시켰고, 이후에 송희영 주필 문제가 대두되고 TV조선이 연속 보도를 중단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이 실무자는 “(송희영 주필 사건이 터진 이후) 이렇게 정리되는가 했다가 한겨레에서 다시 나오고 나서 국회에서 여러 문제가 나와서 사실상 대응하지 못하고 손을 놓은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는 청와대와의 연관성이 드러난 결정적인 진술로 볼 수 있다.


안 수석이 언론 보도 직후 전경련 이 부회장과 만나 미리 대응책을 조율했다는 것은 청와대가 재단 설립을 주도했다는 반증이다.


미르재단 설립 당시 “회의록을 만드느라 난리가 났었다”는 폭로도 있었다.


미르재단 설립을 위한 모금이 작년 여름을 전후해서 추진됐다는 이 부회장의 증언과는 달리 이 실무자는 단 며칠 새에 급박하게 추진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무자는 “(미르재단에) 하루 만에 허가가 나온 것은 이미 날짜를 이 날로 맞추라는 지시가 떨어졌었기 때문”이라며 “이 때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지만 소용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흐름이 있었지만 이를 묵과한 재단 모금 및 설립 강행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 실무자는 특히 “전경련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에 대통령의 멘트에 따라 움직이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다”며 “미르재단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폭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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