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헌법재판소가 사시 폐지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시민사회의 반응이 찬반 양 갈래로 나뉘어 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그간 존폐 논란이 뜨거웠던 사법시험(사시)이 내년을 끝으로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가 지난 29일 사시를 폐지하는 변호사시험법 부칙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사시 존치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헌재 재판관 5:4 합헌 결정…“내년 2차 시험이 마지막”


헌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대심판정에서 ‘사법시험 폐지 반대 전국 대학생 연합’ 회원들이 제기한 변호사시험법 부칙 제1조와 2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문을 통해 “해당 조항의 목적은 법학 교육을 정상화하고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해 더욱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인력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한다는 사법개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고 이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에 대해 입법부·사법부·행정부는 물론, 거의 모든 이해 당사자가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한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라며 “사시 병행은 법학교육 부실화와 국가 인력 낭비 등 사시 폐단 극복을 위한 사법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그간 사회적 쟁점이 돼온 로스쿨 비용문제와 관련해 헌재 재판관들의 의견 또한 크게 갈렸다.


재판관 다수 의견은 “경제적 약자가 법조인이 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가는 법조인 양성을 위한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로스쿨은 장학금 제도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지원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 사시 폐지로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이진성·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사시 폐해는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합격률을 높여 최소화할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할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폐지하는 것은 사시 수험생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로스쿨만 두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계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두 제도를 병행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조용호 재판관은 독자적으로 “기회 개방성과 선발 공정성, 실무 교육 질 등에서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가 로스쿨 대비 우수하므로 사시 존치가 정당하다”는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헌재 합헌 판결, 시민사회 양 갈래 의견 동시 나와


이 같이 헌재 판결이 나오자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양 갈래로 나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그간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해온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사시존치모임)’은 “국민적 지지를 얻는 사시 제도를 폐지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일원화를 선택한 헌재의 이번 판결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 개선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사시 존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재의 이번 판결 결과와는 관계 없이 입법부에 더욱 기대를 걸고 강력하게 사시 존치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30일 논평을 내고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한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참여연대는 이날 “이제는 사법시험 존치와 관련한 사회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로스쿨 제도를 운용해 오면서 드러난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정착하도록 대책을 모색하는 일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시존치론자들은 이번 헌재 판결에 대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찬 결정’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법률가가 되는 것이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것, 신분을 상승시키고 권력을 잡는 것이 돼선 안 된다”면서 “저변에 깔린 이런 인식으로 그들만의 리그, 그릇된 엘리트 의식으로 인해 정치검찰, 비리검사, 정치적 판결 등 한국사회가 치르고 있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시험을 통해 법률가 자격을 부여하고, 동일한 연수과정을 거쳐 국가 통치에 적합한 판사와 검사를 키워내는 ‘사법시험-연수원 체제’ 자체가 문제였기 때문에 20여 년 전부터 로스쿨을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의 논의가 출발한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다 적극적인 정부와 로스쿨 측의 노력 또한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이번 헌재 결정은 사시존치 논란의 종식과 동시에 정부와 로스쿨 당국에 많은 과제를 안겨준 판결이기도 하다”며 “정부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고 로스쿨 양성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로스쿨 입학 정원제, 변호사시험 정원제를 조속히 폐지하고 로스쿨 인허가를 확대하는 한편, 직장인을 위한 야간 로스쿨도 도입해야 한다”면서 “이중, 삼중의 통제는 누구나 교육과 시험을 통해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면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헌재 판결로 지난 1963년부터 진행된 사시는 존치 입법이 없을 경우 내년 2차 시험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사시 존치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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