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확보 VS 정보 이탈 방지…‘짬짬이 전략’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1966년 설립이후 단 한 곳의 계열사도 상장하지 않았던 삼표그룹이 최근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표가 상장 카드를 꺼내 들면서 업계의 미묘한 신경전까지 감지되고 있다.


삼표의 상장 추진은 지난해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재무부담 경감을 위한 여유자금 성격으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유진의 동양 인수를 방어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상장을 목전에 둔 삼표가 돌연 추진을 잠정 중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업계에서는 ‘간보기’ 상장 추진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레미콘 업계가 다시 활력을 띄면서 굳이 상장을 통해 정보 이탈 리스크를 앉지 않아도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해석까지 나오면서 상장 추진이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삼표의 IPO 상장 속내를 들여다봤다.


국내 레미콘 업계 2위 삼표가 창사 50년만에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자본 확충을 통해 지난해 동양시멘트 인수 후유증과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유진의 동양 인수에 대한 방어 차원의 포석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공개 추진하는 ‘삼표’


삼표는 지난 7월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기업공개 주간사 선정을 작업에 들어갔다. 콘크리트 제조업체인 삼표피앤씨와 철도궤도 건설사업을 하는 삼표이앤씨, 레미콘과 골재 전문기업 삼표산업의 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표그룹이 3개 계열사의 IPO수익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표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177억원 영업이익 856억원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삼표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동양시멘트 인수 차입금을 갚아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삼표는 지난해 산업은행이 조성한 사모펀드와 함께 동양시멘트 지분 55%를 7943억원 인수하면서 자금사정이 빡빡해 졌다. 인수 과정에서 삼표는 2513억원, 산업은행PE가 1430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금융권에서 차입했다. 이에 삼표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 말 15.27%에서 지난해 말 89.69%로 급증했다. 삼표의 총차입금은 2014년말 127억원에서 2015년말 3808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레미콘 경기 상승에 ‘숨통’ 트여…부채 가능한 수준 판단


유진, 동양 인수 견제…삼표 “IPO 검토중, 확정된 것 없어”


삼표의 동양시멘트 인수 당시 업계에서 우려의 시선이 가득했다.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8000억원을 배팅한 것. 일각에서는 신의한 수가 아닌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당초 동양시멘트의 적정 인수가격은 6000억원 정도로 나타났지만 삼표는 동양시멘트 인수로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재 보다는 미래를 본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레미콘의 원재료인 시멘트를 스스로 공급할 수 있어 레미콘 수급과 가격협상 등에서 한층 주도권을 쥘 수 있어 유리한 측면이 있다.


동양 인수 노리는 유진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표가 경쟁사인 유진이 동양 인수를 견제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한 상장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경쟁사인 유진그룹은 동양 지분율 25%가 넘는 최대주주다. 올 초 동양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사 경영진을 동양 이사로 진출시켜 경영에 참여하려는 계획이 무산되면서 동양 경영권을 완벽하게 장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하지만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 장악은 기회는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반면 삼표는 동양 지분의 5%를 보유하고 있다. 올 초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유진그룹 계획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유진의 동양 진출을 막는대 일조했다.


하지만 삼표가 IPO를 통한 여유 자금을 동양 인수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다면 동양에 대한 유진의 일방적 게임이 박빙으로 몰고 갈 수 있다. 만약 인수전에서 불리해져도 유진기업과 동양 경영진 간 다툼에서 적어도 ‘캐스팅보트’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표가 유진의 동양 인수를 막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삼표는 지난해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시멘트-레미콘-콘크리트 제조로 사업을 수직계열화 하려 했지만 동남권 지역 동양시멘트 공장과 인접한 레미콘 공장이 동양 소유인 관계로 수직계열화에 방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진행 상황


삼표가 기업공개 주관사 입찰까지 진행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IPO는 진척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표가 상장에 대한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한 삼표가 내부적인 논의를 마치고 상장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양시멘트 인수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에도 불구,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희석까지 감수하면서 IPO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표는 정도원 회장이 81.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로 장남 정대현 동양시멘트 사장이 14.0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상장을 위해서 대규모 신주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따른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삼표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IPO에 관한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며 “아직 가부(可否)간의 결정, 방법론적 결정 등 모든 부분에 있어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앞으로 IPO 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의 의견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삼표에 제안서를 제출한 증권사들 역시 삼표가 내부적으로 IPO의지가 강하지 않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다.


삼표가 외부 자본 없이 현 상황을 타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데에는 최근 주택경기 호황으로 레미콘 판매 물량이 증가해 영업이익 등에도 기대를 모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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