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패권에 의한 ‘도로 친박당’‥.정권재창출 위기감 대두[입체분석]

김영일 기자 / 기사승인 : 2016-08-13 08: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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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朴)의 남자’, 당권 잡다‥靑 여의도 출장소 전락 하나?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후 청와대 인왕실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당 대표등 신임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 후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4·13총선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어오던 새누리당에 새 지도부가 들어섰다. 8·9전당대회를 통해 신임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선출된 것이다. 이번 전대 결과의 키워드로 ‘도로 친박당’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던 이정현 후보가 당 대표에 올랐으며, 비주류로 분류되는 강석호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주류인 친박계 인사들이 최고위원직을 모두 꿰찼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한 만큼 새누리당이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이번 전대를 통해 ‘반기문 대망론’은 탄탄대로를 달리게 됐으나, 비주류 대권주자들은 총선 참패에 이어 또다시 내상을 입게 돼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이번 전대를 통해 도로 친박당이 된 새누리당과 향후 대권에 미칠 파장에 대해 전망해봤다.


살아있는 권력‥건재함 과시
‘박근혜의 이정현’‥상명하복


새누리당 8·9전당대회(이하 전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친박계는 ‘청와대의 뜻’이라며 조직력을 총 동원해 이정현 후보를 지원사격한 결과, 이 후보는 당 대표에 올라섰다.


전대 이틀 전이었던 지난 7일 일반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전투표에서 이 후보는 2만 9267표를 얻어 2만 2923표를 얻은 비주류 단일 후보였던 주호영 후보를 6344표 차이로 앞섰다.


이어 7~8일 진행됐던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1만 2472표를 얻어 6688표를 얻은 주 후보를 5784표 차이로 따돌렸다.


전대 당일이었던 9일 실시된 대의원 현장투표 역시 이 후보(2682표)가 주 후보(2335표)를 눌렀다. 결국 사전투표·여론조사·현장투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이 후보가 당권을 차지하게 됐다.


▲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기를 흔들고 있다.
최고위원 선거 또한 비주류인 강석호 후보를 제외하고 친박 조원진·이장우·최연혜·유창수 후보가 최고위원직을 꿰찼다.


끄떡없는 朴대통령


이에 따라 집권여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주류인 친박계가 장악하게 됐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은 ‘살아있는 권력’임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대를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논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 제기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등 친박 수뇌부들의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 파문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 등이 잇달아 터져 나와, 임기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과 맞물리면서 비주류 후보가 당권을 차지하지 않겠냐는 시각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전대를 통해 친박계의 조직력은 물론 응집된 결집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박 대통령의 건재함이 증명된 계기가 됐다.


▲ 박근혜 대통령.
비주류인 김무성·오세훈·남경필·원희룡 등 미래권력의 한 축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비주류 단일 후보인 주호영 후보와 이은재(여성최고위원 후보)·이부형 (청년최고위원)후보 등을 물밑에서 지원했으나, 살아있는 권력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충박(忠朴)‥이정현, 朴心 등에 업고 승리


주류의 지지를 받아 당권에 오른 이 대표는 이른바 ‘박(朴) 의 남자’로 불린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권의 불모지인 전남 광주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 대표를 눈여겨 본 박 대통령은 이 대표를 한나라당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한다.


이러한 계기로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곁을 지켜왔다. 2007년 당내 대선 경선은 물론 경선 패배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대변인임을 자청했고, 18대 총선에서는 박 대통령의 추천 몫으로 비례대표를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 팀장, 대통령 비서실 정무수석에 이어 홍보수석으로 활동했다.


홍보수석을 역임할 당시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 지침을 내렸던 녹취록이 지난 6월 공개되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와 같이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깊은 속마음)’으로 알려진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오르자, 당 안팎에서는 수직적 당·청관계가 보다 공공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치권,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우려감 증폭


더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을 두고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가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사안과 많은 괴리가 있던지 큰 차이가 있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민심을)전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임을 말씀 드린다”며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전대 하루 전인 지난 8일 이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저 이정현을 발탁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한대의 열정과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직자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로까지 끌어준 박 대통령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진 이 대표가 민심과 어긋나는 청와대의 ‘오더(order·명령)’가 내려질 경우, 과연 청와대의 하명을 거부할 수 있겠느냐”면서 “거부까지는 힘들더라도 잘못된 하명이라고 직언직설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전대 다음날이었던 지난 10일 박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하러 온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자신은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아울러 지난 11일 박 대통령과 신임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우병우 수석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국민이 생각하고 있는 사안과 많은 괴리가 있던지 큰 차이가 있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자신이라고 자신했음에도,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과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각종 언론에서 잇따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해 ‘일언반구(一言半句-극히 짧은 말이나 글)’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오찬을 마친 뒤 예방하러 온 이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김대중의 박지원’이라면 ‘박근혜의 이정현’”이라고.


이러한 정황들은 모두 종합해 보면 당 안팎에서 이 대표와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을 두고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전락을 우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당을 인사차 찾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반갑게 맞이한뒤 인사를 받고 있다.


친박 패권‥4월 재보궐 고비
무대의 존재감 부각된 전대


패권주의‥정권재창출 위기 초래?


청와대 출장소로 우려되는 만큼 당·청 관계에 있어서는 ‘밀월(蜜月-꿀같이 달콤한 달)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대야(對野) 관계에서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박 대통령의 관계가 워낙 특수하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면서 “청와대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길을 택한다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따라서 수직적 당청관계, 순탄치 않은 대야 관계로 인해 친박 지도부가 내년 4월 재보궐선거에서 또다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다면, 친박 지도부가 무너지고 다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4·13총선 참패의 원인은 친박 패권주의의 막장 공천이었는데, 이번 전대에서도 친박 패권이 발동했다”며 “새누리당은 친박 패권주의로 실패한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하면서 정권재창출이 요원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약 올해 총선에 이어 내년 재보궐에서도 참패한다면 보수 세력의 이탈과 중도 세력의 외면 등이 더해져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폭발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친박 지도부 사퇴로 이어져, 다시 비대위 체제로 전활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4월 예정된 재보궐은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열리는 탓에 미리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선거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친박 패권주의에 신물이 난 민심이 올해 총선에 이어 내년 재보궐에서도 집권여당을 심판한다면 정권재창출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보궐 패배 시, ‘반기문 대망론’ 타격


만약,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타격을 입게 된다.


친박계가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이들이 대권주자로 옹립하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가도는 거침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친박 지도부는 차기 대선 경선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반 총장에게 유리한 경선 규칙을 정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1곳에서 이명박 후보를 누르고, 전체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432표 차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에 뒤져 패배한 바 있다.


말단 직원에서 현대건설 사장까지 오른 이력과 서울시장 당시 일궈냈던 청계천 복원, 버스중앙차로제 등으로 이명박 후보가 인지도에서 박근혜 후보를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 패권주의로 재보궐에서 참패해 정권재창출에 대한 위기감이 폭발하면 반 총장의 대권가도는 유명무실하게 된다.


친박 패권주의 때문에 정권재창출에 대한 위기감이 드리워진 마당에 친박에서 옹립한 반 총장이 보수층과 중도층에게 먹혀들 리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적 인지도와 친박계의 조직력을 더해 여권 대선후보 중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던 반 총장은 친박에 의해 옹립됐으나, 친박에 의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탈당·분당 보다는 단일화


다른 한편에서는 친박 지도부가 당청관계는 물론 대야 관계에 있어서도 어르고 달래며 무난하게 국정을 잘 이끌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반기문 대망론이 탄력을 받아 정권재창출이라는 희망의 끈을 계속 쥐고 갈 수 있다.


반면, 비주류 대권주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입지가 좁아진 비주류 대권주자들이 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이 분당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보다는 대선 경선이 본격화 되면 비주류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 총장과 더불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무성 전 대표는 18대 총선에서 친박계의 공천 학살로 공천에서 탈락했을 당시와 이번 총선 공천 정국에서 친박계로부터 온갖 굴욕을 당했음에도 절대로 당을 깨지 않았기 때문에 탈당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유승민 의원 또한 야권의 구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복당했기에 탈당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남경필·원희룡 지사도 현재로선 분당이나 탈당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의 탈당이나 분당 가능성은 희박하나, 친박 지도부가 반 총장에게 유리한 대선 경선룰을 정한다면 ‘친박 패권주의 타파’와 ‘정권재창출 위기’를 명분으로 내세워 단일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민생탐방‥민심(民心)은 천심(天心)


한편, 이번 전대에서 친박 지도부의 탄생으로 유력 대권주자인 김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시각이 대체적이지만, 존재감을 부각시켰다는 측면에서 꼭 손해 본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대 결과와 관련해 김 전 대표가 비주류 단일 후보 지지를 드러내자 위기감을 느낀 친박계의 결집이 이뤄진 결과라 풀이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김 전 대표의 존재감과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반 총장에게 유리한 경선룰이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친박계와 반 총장은 김 전 대표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찾아 염전 체험을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양극화와 격차 해소를 위해 민생탐방에 나서고 있다. 낮은 곳으로부터의 민심을 직접 듣고 양극화와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찾아 이를 몸소 실천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의 민생탐방은 대선 경선에서 친박을 등에 없고 인지도를 앞세운 반 총장과의 진검승부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4·13총선에서 드러났듯이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기 때문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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