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시곤(사진) 전 KBS 보도국장이 지난 1일 열린 세월호 3차 청문회 첫 날 참석해 참사 당시 길환영 전 KBS 사장이 대통령 관련 보도에 개입했다고 진술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진행한 지난 1일 3차 공개청문회 첫 날,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현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 부적절한 통화내역이 공개된 데 이어 김 전 국장이 대통령 관련 세월호 참사 보도에 길환영 전 KBS 사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청와대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 재차 확인


지난 1일 서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3차 청문회에서 참사 당시 다시 한 번 청와대가 KBS 경영진을 통해 보도내용에 개입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김 전 국장은 이날 길 전 사장과 참사 당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문자 메시지는 17일 저녁 8시 40분 발신된 것으로 김 전 국장이 ‘사장님~ 말씀하신대로 그 위치로 올렸습니다’라는 메시지에 길 전 사장은 ‘수고했네’라고 답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국장은 참사 다음날인 2014년 4월 17일 길환영 전 KBS 사장의 지시로 당초 9시 뉴스 13번째 아이템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진도 현장 방문 기사를 7번째 순서로 변경했다고 이 자리에서 진술했다.


또한 김 전 국장은 4월 23일 박 대통령 관련 보도 중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동 뉴스가 31번째(러닝타임 51분대)로 예정된 데 대해 길 전 사장이 보도 순서를 앞당길 것을 주문했다고 폭로했다.


이 문자 메시지 속 김 전 국장은 ‘사장님~ VIP(대통령 지칭) 아이템 오늘은 뒤로 배치하고 내일부터 자연스럽게 올리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자칫 역풍이 불게 되면 VIP께도 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길 전 사장에게 보냈다.


아울러 김 전 국장은 앞서 불거진 이 전 홍보수석과의 전화통화 사실과 관련해 “해당 보도는 현장 취재기자가 녹취를 한 것이기 때문에 오보가 아니다”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보도개입 ‘녹취록’ 논란 이후 ‘홍보수석으로서 오보를 바로잡기 위해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길환영 전 KBS 사장, 참사 직후 박 대통령 관련 뉴스 ‘순서 변경’ 지시


이에 더해 김 전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전 홍보수석으로부터 참사 보도와 관련해 전화를 총 4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에는 박 대통령의 프로야구 시구 등 행사를 보도한 뉴스 순서에 대한 항의도 섞여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 전 홍보수석의 전화에 대해 김 전 국장은 ‘명백한 압력’으로 규정한 가운데, 이 전 홍보수석이 걸어온 전화 4통 중 2통은 세월호 참사 직후에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가 성명을 내고 청와대와 KBS 전 경영진들을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이 전 홍보수석과 김 전 국장 간 통화내용을 앞서 폭로한 바 있다.


언론노조는 ‘또 드러난 KBS 보도개입 증거, 언론장악 청문회 더 미룰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청와대의 직접적인 언론통제에 이어 KBS 내부에서 진행된 ‘알아서 기기 식’ 언론통제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KBS는 뒤늦게 참사현장을 방문한 박 대통령을 미화하는 기사를 앞세우느라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면서 “(참사 당시)정부의 무능 때문에 국민의 억장이 무너져 내릴 때도 (KBS는) ‘열심히 동북아 외교를 주도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기에 분주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3차 청문회 첫 날, 결국 예상대로 정부 측 증인들이 대부분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청문회로 마무리된 가운데,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특조위 활동 종료로 청문회 참석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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