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전 세계적인 장기적 경제 침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미국 대권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행보 등 최근 지구촌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신고립주의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지구촌 경제의 중추역할을 담당한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자국만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타국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보호무역주의 자체가 부정적 성향의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국가적 이기주의가 표면 위에 부상할 경우, 이미 지구촌 산업망이 크게 확대돼 상호 간 불가분의 관계를 띄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파급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조차 되는 않는다는 점이다.

각국에서는 이에 대비한 각종 정책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자국에 유리한 관세정책 등으로 무장, 강(强) 대 강(强) 경향을 보이며 상호 간 충돌 위기감은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최근 한국 철강업이 이 같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 세계적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과 중국 간 반덤핑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모든 형태의 신고립주의를 배격해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연한 정책적 대안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경계 넘어 신고립주의?
한국 정부의 ‘유연한’ 정책적 대안 필요성 제기
최근 중국은 미국산 일부 합금강 제품에 대해 최소 26%에서 최대 49% 수준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이 앞서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조치로 보인다.

중국 현지 매체인 신화통신은 지난 19일 중국 상무부가 전날 발표한 제42호 공문을 통해 미국과 일본산 합금강 일부 제품에 대해 25.9~48.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한 가운데, 특히 미국 업체들의 경우 반덤핑관세가 무려 48.5%를 기록했다.

중국 측은 이번 반덤핑관세 부과에 대해 이들 국가의 철강재 가격이 자국 내 시장 가격 대비 지나치게 낮아 중국 철강 산업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자국 내 산업보호를 중시하는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조치로 예상되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 간 철강업을 둘러싼 보호무역주의 갈등은 이미 시작된 바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월 중국산 냉연강판에 무려 500%에 달하는 막대한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잇단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고관세율 부과 정책에 그간 중국은 강하게 반발해오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반덤핑관세 정책은 중국이 지난해 11월 미국산 비정질 철합금강에 대한 덤핑조사 착수 발표에 따른 선제적 정책이라고 당시 업계가 관측한 바 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미국과 일본산 비정질 철합금강이 자국 내 철강시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이유로 덤핑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상무부는 덤핑조사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정했지만 4개월여 앞서 서둘러 이번에 덤핑 판정을 내렸지만 미국이 한발 더 빨랐다.

미국vs중국 무역 마찰…중국산 철강재 과잉공급 쟁점

이처럼 미국과 중국과 철강을 사이에 두고 큰 충돌을 빚는 이유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과잉공급 우려가 나올 만큼 막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세계 철강재 공급의 절반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철강업계가 글로벌 시장에 헐값에 제공하면서 미국 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은 이 같은 입장에 공감해 정부가 직접 나서 공급 감소책 등을 마련, 실천하고 있는 만큼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를 우려, 보다 공정한 국제무역 환경의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EU의 움직임 역시 심상치 않다.

EU 전문 매체 ‘유랙티브닷컴’(euractiv.com)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 내 철강업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EU가 올 가을쯤 철강제품 수입에 따른 유럽 시장의 철강업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EU 역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공식적으로 동참할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EU는 이르면 올 10월경 유럽 지역 철강제품 무역에 대한 방어 강화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 시장에서 철강재 수입이 폭증하면서 현지 업체들의 위기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결국 EU와 비(非)EU 국가 간 철강제품을 사이에 둔 무역 갈등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EU 집행위는 앞서 지난해부터 철근을 비롯해 냉간압연 강판, 냉간압연 스테인레스강 등 특히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18.4~25.3% 수준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방어조치를 취해온 바 있다.

또한 EU는 지난 4일 중국과 러시아산 냉간압연 강판 제품 등에 대해서도 반덤핑관세의 소급 적용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진통 EU 내 보호무역주의 심화 우려
보호무역 기조, 국내 철강업 넘어 여타 산업 확대
이 같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산업 피해가 우리나라에 고스란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우선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에 따른 국내 수출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에 따른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수출업종 15곳 중 10곳이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에 따른 위기감을 이미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실제 한국 기업들은 전 세계 시장에서 181건의 수입규제 및 48건의 비관세 조치 노출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수입규제는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띄고 있으며, 지난 2013년의 경우 무려 4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철강업의 경우, 전 세계 18개국에서 82건의 수입규제 또는 조사를 받고 있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철강재 과잉공급 논란에 따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심화가 주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이 글로벌 과잉생산과 장기간의 경기침체 등 자국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는 논리를 앞세워 중국을 타깃으로 한 수입 규제 조치가 폭증하면서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실제 이런 미국의 대중국 수입규제 조치에 중국이 우리 기업 철강재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면서 악영향이 현실화했고, 미국 역시 최근 한국에 대한 관세장벽을 높여가고 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에 애먼 한국 기업들이 이른바 ‘관세폭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달 초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고 61%의 반덤핑·상계관세율을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열연강판 115만t을 수출한 가운데, 금액으로는 7억달러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제 관련 기업들은 수출선에 미국을 제외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에 더해 앞서 미국 상무부는 한국 업체들의 냉연강판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산 수입 철강재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미국만은 아니다. EU과 일본, 인도 역시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무역 장벽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EU는 지난해 국내산 전기강판에 반덤핑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중국 역시 지난달 말 한국을 포함해 일본, EU 등 3개 지역에서 중국에 수출되는 ‘방향성 전기강판’(Grain Oriented Flat-rolled Electrical Steel·GOES)에 대해 37.3%에서 46.3%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업체는 GOES 제품에 37.3%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 업체, 최근 국내산 석유화학업체 상대 반덤핑 제소

문제는 국내 시장에 이 같은 부정적 조짐이 철강업을 넘어 여타 산업으로의 확대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 미국은 앞서 국내산 철강재에 대한 고율의 반덤핑관세 부과에 이어 석유화학제품으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트라(KOTRA) 워싱턴무역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미국 화학업체 이스트맨 케미칼 컴퍼니가 한국산 가소제(DOTP) 생산업체 3곳을 상대로 제기한 반덤핑 제소 예비조사에서 미국 산업의 피해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제소업체는 한국산 가소제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반덤핑 마진인 23.70~47.86%를 부과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국 정부는 보호무역주의와 신고립주의 극복을 목적으로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유일호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이에 대해 ‘코렌터(KORENTER·Korea + Enter)’라는 용어로 압축·인용해 개방지향형 전략의 지속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꺼낸 바 있다.

이와 관련, 유 부총리는 지난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자리에서 “불확실성 등 세계경제 하방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한 정책을 총동원해 각국과 면밀히 협의하고, 새로운 협력사업을 함께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는 외국의 비관세장벽과 수입규제에 우리 기업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사전에 법률적 자문과 수입규제정보 데이터베이스 공유 등을 통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을 중점 지원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안의 개념이 모호한 가운데, 실제 이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피해 규모와 향후 대책 등 정부 차원의 보다 면밀한 시장 조사를 통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의 시급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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