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인턴기자]친박계 유력인사들의 그간 비리가 공개되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 라인에 합류하며 친박 몰락의 선봉대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박근혜 정권의 실세이자 핵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의 4.13총선 공천비리 정황이 포착되며 파문이 인 바 있다.


해당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그들의 행각이 낱낱이 파해쳐진 가운데 또다른 친박 핵심 인사인 현 전 수석도 이들과 함께 공천에 개입한 사실이 녹음된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장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따르면 새누리당 소속 총선 예비 후보자 김성회 전 의원이 지난 1월말, 최경환, 윤상현 의원 뿐 아니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도 전화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녹취록에는 김 전 의원이 친박계 맏형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화성 갑에 출마하려 하자 현 전 수석이 출마지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 전 수석은 "가서 (서청원 전) 대표님한테 저한테 얘기했던 거 하고 똑같이 얘기하세요.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물어보세요. 그러면..."이라며 강압적으로 출마지 변경을 종용했다.


이어 "저하고 약속을 하고 얘기한 거는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거 아녜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압니까?"라고 대통령을 거론하며 몰아붙였다.


앞서 최경환‧윤상현 의원 역시 지역구 변경을 종용하며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 전 수석은 "(이게 VIP 뜻이라면 내가 따를게...) 예 따르세요, 따르시고.. '정해주시면 다른 지역 갑니다'라고 솔직히 까놓고 하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의원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거듭 말하자 그는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습니다. 진짜로.. 제가 말씀 드릴 때에 그렇게 하세요. 바로 조치하십쇼, 바로, 진짜로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고요."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또 현 전 수석은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습니다. 진짜로.. 제가 말씀 드릴 때에 그렇게 하세요. 바로 조치하십쇼, 바로, 진짜로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고요."라며 지속적으로 밀어붙였다.


김 전 의원이 약속한게 뭐냐고 묻자 "(리마인드 한 번 시켜줘 보세요) 정말 이런 식으로 합니까? 서로 인간적 관계까지 다 까면서 이런식으로 합니까? 그럼 저한텐 한번 해본 소리예요? '서청원 전 대표 가는 지역엔 안가겠다. 그건 약속한다.' 저한테 그랬습니까? 안 그랬습니까?" 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현 전 수석의 압력은 갈수록 더 강해져갔다. 그는 "사람이 일하다 보면 여러 차례 고비가 있고 딱 결정을 해야할 때가 있고, 판단 제대로 하시라고요. 바로 전화하세요. 오늘 바로 하세요 (지금 내가 나름대로 생각 좀 해볼 시간을 좀...) 아니, 생각할 게 뭐가 있습니까?"라며 다그쳤다.


김 전 의원은 1개월 뒤 분구된 화성 병 지역으로 출마지를 변경했고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녹취록 공개’ 친박 몰락의 신호탄 되나?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친박 3인방’ 녹취록 파문을 현 정부의 레임덕과 결부시켜 친박계 몰락의 전조로 보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막강한 권력을 유지할 때는 감출 수 있었던 그간 곪아온 전횡이 터지기 시작했고 이를 다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묘연하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친박의 강력한 당권주자인 최경환‧서청원 의원이 연달아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다음달 9일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인사의 당선 확률이 올라갔다.


비박계 인사가 당권 장악에 성공해 당내의 중심축을 비박으로 끌어가게 되면 레임덕에 분열조심을 보이는 친박계가 풍비박산 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후 비박계 지도부가 차기 대선 관리를 맡게 되면 친박계의 존속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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