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최은경 기자]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9일 8년 만에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 집단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억제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 행위 규제를 통해 공정 환경을 제공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기업집단 기준 강화로 공기업은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인 지주회사 자산 요건도 1000억 원에서 5000억 원으로 상향조정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로 지정되면 상호 순환 출자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보험 사의결권 제한 등의 사전규제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공시의무 등 사후규제 등을 받는다.


또한 공정 거래법 외에도 중소기업, 조세, 금융 등 38개 법령에서 지정제도를 연결고리로 각종 규제가 따르게 된다는 것.


아울러 공정위는 3년 주기로 국민경제 규모의 변화, 지정 집단 자산총액 변화 등을 고려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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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기준 완화 이후, 대기업집단의 변화


특히 이번 대기업 집단에서 지정이 제외된 기업은 공기업을 비롯해 10조원 미만 민간기업들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들은 카카오, KCC, 셀트리온, 한국타이어, 코오롱, 교보생명보험, 한국투자금융, 동부, 한라,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세아, 중흥건설, 이랜드, 한국지엠, 태광, 태영,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하이트진로, 삼천리, 한솔, 금호석유화학, 하림, KT&G 등 25개다.


반면 영풍(10조 5610억원), 대우건설(10조 6910억원), 에쓰-오일(10조 8930억원), 미래에셋(10조 9440억원) 등은 자산 기준 10조 이상이기 때문에 기존처럼 대기업 규제를 그대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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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불필요한 규제 벗어났다...환영’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발표 된 이후, 산업계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재계와 중견기업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은 골목상권 침해-중소기업 제품 등의 중견그룹 참여 등의 우려를 나타내는 등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발표에 대해 불필요한 규제에서 벗어났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은 9일 논평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규제 완화하기로 한 것을 경제계는 환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전경련은 “중소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건전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현행 자산 기준 규제는 장기적으로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번에 지정기준을 상향하고 3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다만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와 공시의무 규제를 현행 5조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과 대기업집단 지정대상에서 공기업집단만을 제외하기로 한 것은 이번 규제완화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계는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 중소기업 간 상생경영과 공정경쟁 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며 특히 규제완화의 혜택을 보는 대기업집단은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업계, 중소기업 영역-골목상권 침해 우려 ↑


중소기업과 중견기업들은 가뜩이나 대기업과 힘든 경쟁을 하고 있는데, 대기업 집단의 규제가 상향조정되면서 중견그룹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 아니냐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9일 논평을 통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것”이라며 “대기업집단지정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준은 현행 5조원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 하림 등 올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던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택시, 대리운전, 계란유통업 등 골목상권 위주로 진출함에 따라 이미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고 스타트업 생태계 파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 홍정호 성장지원부장은 “정부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618개 기업 중 중소기업은 61개에 불과해 기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번에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풀린 대기업 계열사 61개 중소기업이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에서 풀린 618개 기업이 중소기업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업계는 이번 조정으로 대기업에서 벗어난 37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618개가 골목상권 진출이나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영역이 침해되고 중견그룹과의 경쟁에서 중소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택시·대리운전 사업은 물론 미용실·가사도우미 예약서비스 사업에 이미 진출해 있는데 규제까지 풀려 소상공인과 소형 상권 등 골목상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림그룹도 사료값 담합과 계란유통사업 진출에 따른 독과점 논란이 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오히려 규제가 풀린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중소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유통관련 대기업 계열사만 보더라도 하림 58개사, 코오롱 43개사, 이랜드 29개사, 아모레퍼시픽 12개사 등으로 대기업지정에서 벗어나면서 영업시간 제한, 각종 자금 지원혜택 배제 등 이른바 골목상권 규제 대상에서 제외에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영역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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