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원 선박펀드 지원, 한진해운·현대상선 “수혜 입을 수 있나?”

▲ 지난 21일 5대 정책금융기관이 ‘초대형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가운데, 해운업계가 실효성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로 위기에 처한 국내 해운업 살리기에 정부가 나섰다.


2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5대 정책금융기관(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자산관리공사·산은캐피탈)이 공동으로 ‘초대형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이번 양해각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논의된 바 있는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구체화했다.


‘초대형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은 일반금융기관에서 선순위대출 7억2000만달러(60%), 정책금융기관에서 후순위펀드 4억8000만달러(30%), 해운기업에서 자담분 1억2000만달러(10%)를 각각 투자해 총 12억달러(한화 1조4000억원)의 신조선 금융을 조성하는 구조다.


다만 이 같은 선박펀드 지원을 받기 위해선 해운사가 일정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비율 400% 이하를 달성한 국적선사에 한해 1만3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고연비 선박 신조를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정책 수혜 대상인 해운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안에 대해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선박 크기가 작고 선사들의 막대한 비용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간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부채비율 400% 조건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부채비율 맞추기에 선박펀드 10% 자담까지 이중고”


먼저 국내 양대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산업은행이 선박펀드 지원 조건에 부채비율 400% 이하를 제시한 가운데, 지난해 12월말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1565.19%,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816.64%였다.


국제적으로 해운업황이 어려워 단기간 부채비율을 크게 줄일 길은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 얘기다. 이 두 회사의 작년 12월말 매출액증가율은 현대상선은 -12.16%, 한진해운은 -9.11%를 기록했다.


최근 한진해운은 영구채 2200억원을 발행해 부채비율 600%대로 낮추고, 현대상선도 980% 수준으로 내리긴 했지만 특단의 추가 자구책이 없이 ‘부채비율 400%’를 맞추기는 어려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국적선사를 대상으로 1만3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고연비 선박 신조를 우선 지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업계는 선박 크기가 너무 작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최근 1만8000TEU급 이상급 컨테이너선이 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시장 흐름에 뒤쳐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두 국적 선사는 동급 선박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사선과 용선 형태로 1만3100TEU급 선박 10척을 운항 중이며, 한진해운도 1만3100TEU급 자사선 5척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선박펀드 조성에 필요한 10% 자담 비율도 해운업계는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두 선사들이 부채비율 400% 목표를 위해 이미 수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기에 다시 거액을 투자할 여력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해운업계의 볼멘소리가 연일 높아져 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해운사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갈등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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