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단수추천, 여론조사도 무시…성폭행 사건 변호 등 각종 구설수

▲ 지난 2012년 3월 22일 오전 경기도 군포시 산본시장을 방문한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유영하 후보 등과 함께 지역상권을 돌아보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집권여당의 공천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관리하고 심사해야 할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특정지역에 부실한 공천심사를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논란의 특정지역은 ‘피의 화요일’이라 불리는 지난 15일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단수추천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송파을 지역이다.


송파을 지역은 현역인 유일호 의원이 경제부총리로 입각되면서 현재 ‘무주공산(無主空山-주인 없이 비어 있는 산)’ 상태이며 여당 강세지역으로 꼽힌다.


때문에 해당지역에는 모두 8명의 새누리당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다.


무주공산에다가 여당의 강세지역, 8명의 도전으로 인해 당초 송파을 지역은 치열한 당내 경선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이러한 예상을 뒤집고 이 지역을 단수추천으로 지정하고,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영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단수추천 후보로 내세웠다.


이한구의 단수추천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부실 공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직후보자추천규정 당규(제8조 5항)에는 ‘추천신청자가 1인이거나 복수의 추천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 등의 사유로 공관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단수후보자를 선정한 경우 (중략)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통해 후보자를 확정한다’고 되어있다.


즉, 선거구 지역에 공천신청자가 1인이거나 복수의 신청자 중 1인의 경쟁력이 월등해야 단수추천후보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일단 송파을 지역은 8명이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에 1인 신청지역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 후보가 경쟁력이 월등하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 위원장이 단수추천 한 유 후보는 지난달 17일~20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6%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유 후보의 경쟁자였던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은 28.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김 전 구청장의 경쟁력이 월등하다. 물론 이 위원장이 주장하는 정무적 판단에서는 유 후보가 좋은 점수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론조사와 정무적 판단에서 서로 우위를 보인 김 전 구청장과 유 후보를 당내 경선에 붙여 지역민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옳았다. 그것이 바로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 상향식 공천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공당의 당헌·당규보다 자신의 정무적 판단이 더 옳다고 생각했는지 유 후보의 단수추천 강행했다.


군포 성폭행 사건 변호 논란 <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위원장의 정무적 판단이 과연 옳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유 후보는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고등학교 남학생 여러 명이 한 명의 여중생을 수차례에 걸쳐 강간한 ‘군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성폭행 가해자 여러명 가운데 3명을 변론한 변호사가 바로 유 후보였다. 검찰 출신인 유 후보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여중생)가 자발적으로 원해서 남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강간 혐의를 부인하며 가해자 학생들 편에서 변호했다고 한다.


군포 성폭행 사건에 대해 유 후보는 “사건의 피의자 중 한 명이 초등학교 친구의 아들인데 그 친구가 와서 ‘아이들이 피해 여자애랑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는데 구속돼서 억울하다고 하니 변론을 맡아 달라’고 했다”라며 “실제 아이들을 접견해보니 모두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지 강제로 한 게 아니다’라고 진술해서 사건을 맡게 됐다”며 사건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유 후보는 이어 “검찰이 공소장에서 ‘위력에 의한 미성년자 간음’이라고 표현했듯이 (군포 성폭행사건은) 강간이 아니라 간음이다”라며 “피해자 쪽에서 강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조문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오마이뉴스 2014년 2월 27일자 [여러 명이 ‘강간’ 했는데 자발적 성관계?]라는 제하에 상세히 기술돼 있다.


정의당, “박 대통령 방탄조끼 노릇”


아울러 유 후보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지난해 2월 14일 국가인권위는 국내 인권현안을 정리한 보고서를 유엔에 전달했다.


당초 전문가 9명과 시민단체 6곳으로부터 취합한 쟁점은 모두 65개였다.


하지만 유엔에 보고한 최종본에는 ▲세월호 집회 과잉진압 ▲비판 언론에 대한 고소 사건 증가 ▲통합진보당 해산 등 민감한 쟁점들이 빠진 채 31개로 줄었다고 한다.


이는 같은 해 1월 15일 열린 인권위 2차 상임위원회에서 2~3명의 상임위원들 주도로 쟁점을 삭제해 재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기 때문인 것으로 <JTBC>단독 보도(지난해 3월 2일)를 통해 알려졌다.


이러한 보도가 전해지자 야권에서는 유 후보를 민감한 쟁점을 삭제한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당시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유영한 인권위원은 임명 당시부터 대선 논공행상 논란과 더불어 나이트클럽 사장에게서 향응을 제공 받은 비리검사이고, BBK주역 김경준씨 기획 입국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인권위원 자격을 크게 의심받던 인물이었는데, 박근혜 정부가 결격사유가 분명한 인물을 인권위에 집어넣은 이유가 이번에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유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런 식으로 유영하 위원이 박 대통령을 향한 불타는 충성심을 보여줬으니, 박 대통령은 나름대로 목적 달성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국가의 위상과 관계된 중차대한 사안을 한 명의 인권위원이 지시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며 “친박 인권위원이라는 허울에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숨어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권위원이라는 임무를 내팽개친 채 박 대통령의 방탄조끼 노릇을 하고 있는 유영하 위원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보은 공천‥제2의 윤상현 주목?


이쯤 되면 이 위원장이 송파을 지역 8명의 예비후보 중 월등한 경쟁력을 지닌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유 후보를 단수추천 했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유영하 후보를 여당 강세지역에 단수추천으로 한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면서 “야권의 주장대로 열심히 방탄조끼 노릇한 보은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유영하 후보가 욕설파문으로 공천이 배제된 윤상현 의원을 대신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며 “만약 유 후보가 20대 국회에 입성하면 아마도 ‘포스트 윤상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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