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이한구→공천 커넥션 의혹 아닌 사실?

▲ 욕설파문의 주인공인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살생부 파문과 당내 경선 사전 여론조사 유출 파문으로 심각한 공천 갈등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이 이번엔 친박 핵심 의원이 당 대표에게 욕설과 함께 공천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녹취록이 공개돼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청와대 정무 특보를 지내고 ‘대통령님, 저 여기 있어요’라고 손쉽게 발언할 정도로 친박 핵심중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지난 8일 김무성 대표를 두고 욕설과 함께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김무성, 죽여 버려 이 XX”


이를 단독으로 보도한 채널A에 따르면 윤 의원은 누군가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무성이 죽여버리게. 죽여 버려 이 XX. (비박계)다 죽여. 그래서 전화 했어”라며 김 대표를 향해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이어 윤 의원은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비박계)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버려 한 거여”라며 김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채널A 캡쳐화면
윤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7일 정두언 의원으로부터 촉발된 현역 40여명의 살생부 보도가 나간 이후 녹취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채널A는 이를 보도하면서 윤 의원임을 밝히지 않고 ‘친박계 핵심 의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가자 윤 의원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해당 욕설 발언의 주인공이 자신이라 시인했다.


윤 의원은 “2월 27일은 아침 신문을 통해 김무성 대표께서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의원 40여 명의 물갈이 명단을 전달받았다는 말을 김 대표가 직접 했다는 뉴스를 접한 상태였다”며 “절대 그런 일이 없고, 있지도 않은 일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격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욕설을 내뱉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윤 의원은 이어 “그리고 그날 저녁, 취중에 흥분한 상태에서 그러한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그 같은 실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즉, 당 대표를 향한 욕설은 취중에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녹취록을 들어보면 취중이었다는 윤 의원의 목소리는 취중이라기보다는 격앙되고 자신감의 차 있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공천 개입 정황 드러나?


무엇보다 문제는 욕설보다 윤 의원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다.


‘없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욕설은 그렇다 쳐도 윤 의원이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버려 한 거여’라고 발언한 부분은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채널A 캡쳐화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한구 의원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회자될 때부터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가 공천에 깊숙이 개입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윤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결국 ‘취중진담(醉中眞談-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말한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꼬집어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윤 의원의 욕설 파문으로 인해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친박계와 이한구 위원장의 공천 커넥션 의혹은,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친박계 아바타’ 이한구?


실제로 이 관계자의 지적처럼 친박계와 이 위원장의 공천 커넥션 정황은 지속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4일 보도된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친박 실세 의원의 주도로 서울에 지역구를 둔 범(凡) 친박계 의원들의 회동자리에서 유 의원과 측근들을 공천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당시 강남권 한 호텔에서 음주를 곁들인 회동에는 친박계 의원들뿐만 아니라 전·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을 주도한 친박 실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과 이종훈 의원을 거론하며 “반드시 죽인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 의원과 이 의원을 죽인다고 표현한 이 친박 실세는 지난주 한 만찬자리에서는 “우리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컨트롤하고 있다”면서 “김무성 대표의 뜻대로 공천이 잘 안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결국 윤 의원 발언과 이 친박 실세의 발언대로라면 이 위원장 뒤에 친박계 등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이 위원장은 한낱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것.


▲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사진제공 뉴시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이번 총선 공천에서 유 의원과 측근 의원들을 컷오프 시키고 그 자리에 진박 예비후보들을 전략공천 하는데 성공한다면 총리에 입각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입각설(說)’도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컷오프 가능성↑


한편, 윤 의원의 욕설 파문이 일자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학용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언론보도를 접하고 내 귀를 의심할 지경”이라며 “먼저 당 대표에 대한 증오서린 욕설과 폭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에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그간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대표는 당의 단합과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헌신하며 인내해오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은 매사 끊임없이 당 대표를 흔들고 당의 분열을 조장해왔다”며 윤 의원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총선 승리를 위해 당이 뭉쳐도 모자를 판에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을 넘어 욕설에 폭언, 공천 탈락까지 운운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망동이자 총선을 앞두고 당을 분열시키고 당의 힘을 약화시키는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 되는 해당행위”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아울러 “이러한 발언을 한 의원이 당내에서 공천을 받고 이번 총선에 나간다면 국민들은 우리 새누리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정말 너무나 걱정이 된다”면서 사실상 윤 의원의 공천 배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언을 한 윤상현 의원은 누구와 통화했는지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당윤리위원회에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징계를 내려 다시는 이러한 해당행위가 용납되지 않고 우리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정당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일벌백계의 의지와 실천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당에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