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잇단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 특히 청소년기 부모 이혼에 대해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최근 정부가 장기 결석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아동학대 관련 피해 등 충격적인 사실들이 쏟아져 나오며 대한민국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반인륜적인 부모의 어린 자녀 학대 소식은 충격을 넘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칠곡 계모’ 사건으로 알려진 소리(가명)·소원(가명) 자매의 학대 피해부터 최근 먹을 게 없어 싱크대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머리카락이 잘려 나간 ‘맨발 탈출 11살’ 어린 딸 사건까지 수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그간 아동학대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범죄심리학 전문가 임준태 교수는 “자녀가 아직 어릴 경우, 특히 청소년기에 부모가 이혼을 하려 할 때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범죄예방 차원뿐 아니라 사회복지·교육 차원에서도 이들의 체계적인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입춘(立春)이 살짝 2월 18일 오후, 우리 사회에 각종 범죄가 판을 치고 있는 이유에 대한 해답과 그 해결책을 듣기 위해 <스페셜경제> 취재진은 동국대학교 임 교수 연구실을 찾았다.

검경 수사권 이원적 운영 “심각한 문제”
대한민국 경찰 역사 60년…과거와는 수사 전문성 수준 다르다


다음은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교 교수와의 일문일답(一問一答).


Q: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재범·누범률은 높다. 특히 범죄자가 교정 시설 내에서 다른 재소자에게 새로운 범죄를 익혀 출소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등 교정 시설 관리·운영 등에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 부탁드린다.


-우리 사회에서 살인·강간·강도·방화 등 이른바 강력범죄의 재범률은 약 70%에 달한다. 이 중 4범 이상은 40%에 이를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다. 또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재범은 전체 범죄 중 10%를 차지하고 있다.


-일단 전과자가 되고 나면 사회적응이 상당히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범죄자에 대한 편견이 이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모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런 사회적 편견으로 전과자들이 정상적인 직업을 구하지 못해 다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범죄로 회귀하는, 학문적 용어로 ‘교정의 실패’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교도소 안에서 교화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는 있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와 당장 써먹을 수준의 기술들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교화 프로그램 중 통상 목공·미용·꽂꽂이 등 일정 직업 분야에 한정돼 있는 데다 전문수준이 아닌 매우 낮은 레벨의 기술을 배운 것만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담장 너머 사회적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과거 형무소로 불리던 시대는 지나 이제는 교도소라는 명칭이 쓰이고 있다. 사회적 흐름에 맞춰 이제 교정 시설도 과거 처벌만을 중시하던 관념에서 재소자들의 ‘재사회화’ 의무를 염두에 둬야 한다.


-교정 시설은 과거 재소자들의 ‘행형’ 관념에서 벗어나 ‘교정·교화·개선’을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 지원과 국민 의식 변화가 선결돼야 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현재 매우 열악한 교정 환경, 특히 인력·시설 등에 정부 예산 확대는 필수적이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범죄자의 사회 적응을 위해 국민 의식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범죄자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회피·무시보다는 이들의 순조로운 사회 적응을 위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본다.


-수십년 이어오고 있는 ‘교정학회’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 활동이 활발하다. 영역을 크게 ‘사회 내 처우’와 ‘시설 내 처우’로 나눠보면 최근 흐름은 전(前)자로 이전하는 경향을 알 수 있다.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을 가둬두고 교정 작업이 이뤄지는 ‘시설 내 처우’보다는 담장 밖 사회에서 ‘보호관찰’이나 ‘전자발찌’ 등을 활용한 교화 활동이 실효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Q: 최근 한국 과학수사의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향후 우리 과학수사가 지향해야 방향 제시와 이에 대한 정책 제안이 있다면?


-대한민국 과학수사 기술 자체를 놓고 보면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특히 마약범죄 수사에서 마약 원료, 시료 감정 분석 기법 등 감정능력은 세계적이다.


-문제는 과학수사 분야의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예산·장비 등에서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검’의 경우를 예로 들면 관련 전문 인력이 전국적으로 5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관련 상근 직원 수도 30여명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 전체를 다룰 수 있으려면 최소 3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 과학수사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히 국과수에 대한 국가의 더욱 꼼꼼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국과수의 소속이 애매해 보인다. 이는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는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확립 문제와 결국 맞물린다.


-과거 국과수는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 내에 설치·운영돼 오다가 경찰청 외청 분리 이후 수사권을 두고 소속이 애매해졌다. 검찰 측에서 과학수사 연구원을 경찰에 두길 꺼림으로써 현재 행자부 소속으로 돼 있다. 이렇듯 애매한 소속 문제로 인해 과학수사에 관한 정책들이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대한민국 과학수사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과학수사는 경찰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선진국들도 과학수사를 경찰청 권한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검찰 소속의 130여명 규모에 이르는 대공과학수사부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경찰 산하에 과학수사센터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검경 간 수사권을 둘러싼 갈등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로, 이러한 불필요한 이원적 운영은 국가 예산 낭비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


-사실 검찰청 직속 과학수사부를 유지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검찰의 문어발식 운영에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대한민국 검찰의 권한이 과도하게 크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비대한 권한을 줄이는 노력으로 기소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는 경찰 쪽에 넘겨야 한다. 과거 90년대 중반 내가 직접 참여한 ‘DNA 데이터 베이스’ 관리에 대해 검경 중 어디서 담당할 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조정이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검경 따로 관리함으로써 이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문제가 선결되지 않으면 우리 과학수사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경 간 긴밀한 협동작업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G7 국가 중 한국 검사의 권한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 문제 국가가 나서야…청소년기 ‘범죄화’ 우려 커
대학의 구조조정 열풍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


Q: 이번에는 최근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초점을 맞춰본다. 범죄심리학적 관점에서 의견이 있다면?


-그간 정부가 ‘아동학대’ 관련해 소극적·미온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늦게라도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변화 노력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혼률이 점차 증가하면서 그 가정에 속해 있던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이혼 후 재혼한 부모를 따라 새로운 가정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경우, 새로운 부모가 해당 아이를 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심각해진다. 국가는 사회복지·교육의 차원에서 해당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특히 이혼하는 가정 중 청소년기 아이들에 대한 국가 개입은 필수적이다. 청소년기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대로 이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할 경우 범죄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사회에서 청소년 범죄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 차원의 복지시설을 확대 설치·운영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Q: 이제부터는 ‘교육’계 관련 질문이다. 교수·학자·교직원 입장에서 최근 ‘프라임 사업’ 등으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 대학 구조조정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벌써 교수 생활 17년이다. 교수라는 직업을 통해 가르치는 즐거움뿐 아니라 학문적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최근 대학에서 교수 역할이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를 주로 하는 연구전담교수,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하는 교원전담 교수 등이 그것이다.


-교수직을 통해 느끼는 가장 보람찬 일은 학자적 차원에서 내가 연구한 결과물들이 정부 정책 등 관련 분야의 제도에 반영됨으로써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또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졸업생이 한 해 70여명 되는데 이 중 30~40%가 경찰 유관 기관에 취업하고 있다. 이 제자들이 선배 입장에서도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최근 대학가에 부는 구조조정 바람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흐름을 이끄는 데 대학이 직접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문사철’(문학·역사·철학)로 대표되는 순수 학문만을 연구하는 대학은 앞으로 존재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대학별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사립대학은 그 시대 상황이나 사회적 트렌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인문학 분야에서 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국립대학에서 이 분야의 경쟁력을 담당해야 한다. 교수들 또한 자기 전공에만 집착한 나머지 시대적 요구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보이는데 스스로의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재직 중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는 지난 1962년 학과 인가 이후 경찰 관련 학과 역사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과거 경찰 행정에 국한해 특정 직업만을 지향하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경찰은 물론 인접 유사 분야, 이를테면 범죄학, 교정학, 산업보안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영역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관련 계열 최초로 단과대학이 탄생한다. 총 4개의 전공으로 구성된 경찰 관련 단과대학 출범은 우리나라 관련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 <스페셜경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 자문위원 위촉 건

<스페셜경제>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임준태’ 교수에게 소감과 포부를 물었다.


-우리 사회에서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 분야 경력 27년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언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중과 공유하는 활동에 비중을 두겠다. 한창 우리사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재능기부’ 활동을 펼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