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상호불신 조장하는 과잉입법”

▲ 법무법인 담소 김현성 변호사(스페셜경제)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지난 3월 3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 처벌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김영란 법(부정 청탁 금지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같은 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 됐다. 이에 따라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28일부터 김영란 법이 본격 시행된다.


하지만 김영란 법 대상자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들이 포함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자유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상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사학계는 민간영역인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 및 대학의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김영란 법이 민간영역에 대한 과잉 입법이라며 지난 6월 헌법 소원을 제기한 법무법인 담소(談笑)의 김현성 변호사를 만나 김영란 법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공법‥민간영역 규율하고자 하는 것은 위헌
입법개선 촉구하는 ‘헌법불합치’ 판정 예상


“아무리 필요성이 강하다고 하여도 위헌적 법률로 규율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무법인 담소 김현성 변호사는 <스페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영란 법이 내년 9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민간영역인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 우려하며 이 같이 말했다.


매서운 칼바람과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11월 26일 <본지>는 당초 공직자 본인과 가족 등을 대상으로 적용하려던 것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까지 확대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김영란 법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자 김 변호사가 소속되어 있는 법무법인 담소를 찾았다.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김 변호사는 책상위에 산적해 있는 산더미 같은 서류들을 뒤로하고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어서 오시라”며 반갑게 맞았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 탓인지 굉장히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어휘 구사력은 물론 인터뷰 중간 중간 재치 있는 유머를 구사해, 자칫 무거워질 수 있었던 인터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 나갔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一問一答)이다.


Q : 김현성 변호사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본지>독자들을 위해 먼저 자기소개를 좀 해달라.


-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국가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사법시험을 거쳐 법률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동안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변호사로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해왔다.


▲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는 김현성 변호사(스페셜경제)
- 탈북자를 위한 법률지원, 난민소송 등 난민법률지원, 학교폭력 관련 교육인권활동 등을 비롯하여 독도가 한·일간 외교문제로 비화되었던 2005년 3월 독도영유권 수호를 위해 한일어업협정 위헌소송을 주도하기도 하였고,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었던 2013년 4월 북한인권법 입법부작위 위헌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으며, 최근 2015월 6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Q :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일명 ‘김영란 법(부정 청탁금지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일부 사립학교 법인들은 “민간 영역인 사립학교 법인과 교직원 등을 ‘공공기관’ 또는 ‘공직자’에 포함시킨 것은 사적 영역에 대한 과잉 입법”이라며 헌법 소원을 냈다. 이들의 대리인을 맡은 이가 바로 김 변호사인데, 김영란 법에 대해 사학계가 반발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 법질서는 공적영역을 규율하는 공법과 민간영역을 규율하는 사법으로 크게 구분되고 이에 적용되는 법의 원리도 원칙적으로 달라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결단이다. 이를 ‘공사법 구분원칙’이라고 하는데 이에 따르면 민간영역에는 원칙적으로 사적자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 사학도 원칙적으로 민간영역임에도 이 법은 마치 사학을 공공기관과 동일시하고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공무원과 동일시하고 있어 공법이 민간영역에까지 넘어와서 규율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헌적인 과잉입법이라는 것이다.


- 물론 교육의 공공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공공성, 특히 사립학교에서의 공공성은 공교육 체계에서 공적 교육을 수행하는 한도에서의 공공성이지 사립학교의 모든 행위가 공공적이라고 보는 것은 사립학교법에서 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을 천명한 취지에도 맞지 않으므로 지양되어야 한다.


- 즉, 사학에 공공성을 이유로 의무를 부과하더라도 공교육이라는 목적과 관련 의무가 아니라 그와는 큰 상관이 없이 상시적인 통제와 의무 하에 놓이게 하는 것은 원래 교육에서의 공공성이 의도하는 바를 넘어선 것이다.


▲ 김영란 법 헌법소원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현성 변호사(스페셜경제)
- 또한 사학이 국가로부터 재정지원 받기 때문에 공공기관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재정지원에 대한 감독과 통제는 재정지원을 받은 부분에 대하여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재정지원과 전혀 무관한 영역에 대한 통제로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기간이 엄청난 공적자금을 받았다고 하여 이를 공공기관으로 보거나 그 구성원을 공무원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 청탁금지법에 의하면 신고·포상제도 등이 있는데 예컨대, 부정청탁을 받은 교원은 자신이 신고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학생에 의하여 신고 되어 징계를 받을 수 있으므로, 학생과 교원 간에 서로를 의심하고 누가 빨리 신고를 하는가에 따라 불이익 여부가 나누어지는 참으로 비도덕적이고 비교육적인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상호 불신을 조장하는 법이다.


Q : 일각에서는 공직자 외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우리 국민 70%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한 조사를 내세우며 과잉 입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 그만큼 아직도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고 이를 일소해야한다는 국민여론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공직자들의 청렴성과 공공성을 확보하여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이 법의 입법목적이다.


- 이 법의 입법목적은 너무나 당연하고 부정부패 척결의 필요성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목적과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모든 수단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 과잉입법이라는 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배우자의 신고의무는 가정을 파탄 내는 제도이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 형벌이나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는데 이는 비범죄화 이론에 역행하는 것으로 범인은닉 및 증거인멸의 경우에도 친족간특례가 있다. 심지어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에도 친족 간 감면규정이 있다는 점에서 과잉입법이라 아니할 수 없다.


Q : 그렇다면 처음부터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김영란 법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에는 소극적 행보를 보이다가 지금에 와서 헌법소원을 내는 등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


- 당초 이 법은 공직자와 공공기관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법이었으나 입법과정에서 필요성 때문에 민간영역인 언론과 사학까지 포함됐다. 입법과정에서 공공기관이 아닌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적용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출하거나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하는 등 노력을 하였으나, 논의과정 중에 부패척결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에 밀려 전격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


- 국회가 이법을 제정하면서 시행일을 1년 6개월 후로 정하여 경과규정을 둔 것을 보나,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 가결선언을 하면서 시행 전까지 개정작업이 이루지기를 기대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볼 때 법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에 적용대상에 언론과 사학 등 민간기관을 포함하는 내용, 배우자 신고의무 등 이법에 어떠한 위헌적 요소가 있는지 등을 명확히 제시하고 헌재의 판단을 받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위헌성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면개정’
지방공기업 방만 경영‥사업구조조정 권고


Q : 김영란 법으로 인해 공직사회 부패 문제를 새롭게 개혁한 이후에는 향후 기업과 금융, 사회단체를 포함하는 모든 민간분야로 확대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부정부패 척결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민간영역 전반에 대해서도 이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수 있고 추후 모든 민간영역에도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강구돼야 한다.


- 그러나 바늘을 허리매어 못쓰듯이 순서가 있다. 먼저 공직사회에 대한 규율, 다음 민간영역에 대한 규율, 특히 민간영역을 규율함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는 것은 평등원칙이다. 세계에서 부정부패에 관한 가장 강력한 법을 가지고 있는 영국과 싱가포르에서도 민간영역을 규율하고 있지만 특정 직업군만 규율하지는 않는다. 즉 평등원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 아울러 첫 단계인 공직사회에 대한 규율을 함에 있어서도 배우자 신고의무 등의 위헌성을 걷어내고, 뇌물죄 등 형법상 공무원 직무에 관한 범죄 등과 형평성과 체계정당성을 갖추어야 한다. 즉, 아무리 필요성이 강하다고 하여도 위헌적 법률로 규율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법률 자체의 위헌성을 먼저 치유하는 것이 순서다.


▲ 김영란 법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김현성 변호사(스페셜경제)
Q : 김영란 법은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9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시행까지는 이제 10개월여의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이 기간 동안 재판부가 헌법소원 청구의 적법성을 심사하고 적법하다고 판단하면 전원재판부가 본안심리를 개시하여 청구된 헌법소원에 대한 심사와 심판을 하게 되는데, 지난 6월 사학계가 제기한 헌법소원 절차는 어디까지 진행이 된 상황인가? 또한 이의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 헌법소원은 논리적으로 본안전 적법성 심사, 본안심리 순으로 진행되지만 본안전 요건은 심리종결시까지 충족하면 되므로 요건미비가 명백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제로 본안심리도 나아가게 된다. 따라서 실제로 본안심리를 마친 후 최종결정시에 부적법 각하결정을 할 수 있다.


- 이 사건의 경우 적법성 심사를 거쳐 현재 전원재판부에서 본안심리 진행 중이고, 오는 12월 10일 대심판정에서 공개변론이 예정되어 있다. 헌법소원은 서면심리가 원칙인데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 헌재가 공개변론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 현행 청탁금지법은 위헌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위헌이 선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위헌결정이 나더라도 정치권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개정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 따라서 2016년 9월 김영란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헌재가 위헌인 조항을 적시하여 미리 개정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로 인해 헌재는 단순위헌 보다는 입법개선을 촉구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Q : 만약 이의 구제를 받게 된다면 김영란 법은 원점에서부터 재논의를 해야 하는 것인가?


- 위헌성이 강한 조항을 보면, 사립학교와 언론 등 민간영역을 공공기관으로 취급하여 적용대상으로 규정한 제2조를 비롯하여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을 규정하고 있는 제5조, 배우자 신고의무를 규정한 제9조, 수수한 가액에 따라 형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제22조와 제23조 등이 있다. 이들 조항은 청탁금지법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인데, 이들 조항의 위헌성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거의 전면개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Q : 김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행정자치부가 지방공기업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출범시킨 지방공기업혁신단의 위원으로 위촉됐다. 지방공기업혁신단의 취지는 무엇이며 이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공공개혁의 일환으로 지방공기업 혁신을 위해 행정자치부에서 발족한 것이 지방공기업혁신단이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집중토론과 연구, 지방공기업 현장방문 등을 거쳐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을 마련하였고 국무회의를 거쳐 현재 시행 중인데, 그 주요 내용은 지방공기업의 과도한 부채 및 방만한 경영 등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방공기업의 설립단계에서부터 사업추진단계, 부실공기업의 청산단계에 따른 생애주기(life cycle)별 모든 과정에 걸쳐 제도혁신, 구조개혁 및 부채감축 등 3개 분야의 총 8대 중점추진과제를 설정했다.


▲ (좌)인터뷰이 김현성 변호사와 인터뷰어 스페셜경제 김영덕 편집국장(스페셜경제)
- 이후 최근 10월까지 약 400여개에 이르는 전국의 지방공기업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전수조사를 통해 사업단위로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여 각 지방공기업 별로 사업구조조정을 권고·유도하고 있다. 현재 혁신단은 4월에 최종 확정된 혁신방안이 원래 예정대로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Q : 끝으로 <스페셜경제> 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스페셜경제 독자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김현성 변호사(스페셜경제)
- 며칠 전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습니다만, 1987년 민주화 이후 저마다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 20여년을 지나오면서 자기주장은 거칠 줄 몰랐고 주장하는 권리는 제어되지 않았습니다.


- 상대방과 타인을 위해 양보하지 않았으며 사회갈등은 점점 늘어났고 그 골은 점점 깊어갔습니다. 민주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 특히 국회와 정치권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야 함에도 오히려 갈등의 한 축에 서서 갈등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급변하고 있는 세계정세 속에서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위해서라도 미래지향적 정치개혁은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 <스페셜경제>는 지난 7년간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분석 및 소신 있는 기사를 계속 생산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도 정론직필의 정신으로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실현에 앞장서 줄 것을 기대합니다.


▲ 김현성 변호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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