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이필호 기자]미군이 치명적인 탄저균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민간 물류업체를 통해 들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허술한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극히 소량만으로도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키는 탄저균이 민간 물류업체를 통해 일반 우편물과 함께 국내로 반입됐고, 우리 정부는 국내 반입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점에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탄저균은 공기 등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 탄저균을 반입 또는 이동해도 반드시 죽거나 비활성화한 상태에서 운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국내에 반입된 탄저균 샘플은 살아있는 상태였고, 민간 물류업체가 배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안전장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미군이 안전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을 두고 ‘SOFA(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 규정을 다시 개정해야 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미국 국방부까지 사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28일 “오산공군기지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샘플의 노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신중한 예방 조치를 실시했다”며 “일반인들에게는 어떠한 위험도 노출되지 않았고, 유해물질관리팀이 즉시 시설물을 차단하고, 질병통제센터의 규정에 따라 그 요인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레이먼드 오디어노 미국 육군 참모총장은 “이번 배달 사고는 사람의 부주의가 아니라 살균을 위한 기술적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미국 유타주 더그웨이 검사소에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탄저균 살균을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살균이 되지 않은 채 수송이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미군 측에서는 주한미군 주둔군 지휘 협정에 따라서 위험 물질을 반입할 때 우리 질병관리본부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균만 우리 정부에 통보할 의무가 있고, 비활성된 표본인줄 알고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미군 측의 해명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또 이번 탄저균처럼 다른 생화학 위험물질이 별다른 안전장치도 없이 국내에 반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방부나 외교부, 질병관리본부가 어떤 경로로 탄저균이 반입됐는지, 또 어느 정도 위험한지, 어떤 방식으로 폐기가 됐는지 등에 대해 아무도 설명을 해주지 않아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일각에선 자칫 누출 사고라도 일어났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우리 군과 정부의 대응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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