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인사제도, 사실상 비정규직 ‘양산화’ 정책”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지난 3월 26일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신세계 이마트를 상대로 한 취업규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마트가 이달 초 도입한 신인사제도가 사실상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하기 위한 인사관리제도라는 것 때문이다.

기존 직급을 모두 없애고 새 개념을 도입해 배치하는 이 ‘밴드’는 승진자 수를 급격하게 저하시키는 악질적인 제도라는 것이 공대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의견은 공대위뿐만 아니라 노동·시민·사회단체 360여곳이 연대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의 지적과도 맥을 같이 한다.

운동본부는 직무급제로 바뀐 이마트의 경우에도 직급 승진을 하지 못하면 임금 인상이 전혀 불가능한 구조가 돼 저임금이 고착됐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 것. 이에 <스페셜경제>에서는 이마트노조 전수찬 위원장을 만나 이마트의 ‘신인사제도’에 대해 살펴봤다.


사원 동의 절차 진행 시 “녹취, 영상 하지 말아라” 엄포
1만7000명 전문직2 직군 협의조차 없어‥‘근기법’ 위반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29일 올해 3월부터 정년을 60세로 조기 연장하고, 인사제도 전반을 혁신 적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100세 시대에 맞게 정년을 연장하고 고용 안정을 실현하면서도, 직원들의 임금 경쟁력을 오히려 강화했다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설명이다.

특히 사원 계층(사원~대리)에 대해서는 정년을 연장하면서도 기존 제도보다 더 임금 수준을 과감히 높여 사원 전 구간에 걸쳐 임금 경쟁력이 더욱 강화시켰다는 것.

이번 신인사제도는 지난 2년여간의 걸친 심도 있는 연구와 숙고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단 캐셔, 진열 등의 사원 계층은 정년을 동일하게 연장하면서도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으며, 기존 CA일반직군에 해당하는 사원들도 임금피크제를 축소적용 하는 등 사원 계층에 대한 배려를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그동안 분리 운영돼 오던 CA일반직군과 공통직군을 단일로 통합, 동일한 제도를 적용하고, 같은 성장 비전과 모두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점포 CA일반직도 팀장, 점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파격적인 성장 의 길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이마트의 신인사제도 발표 직후, 이마트 노조 전수찬 위원장은 시민사회단체 공대위를 통해 신세계 이마트를 상대로 하는 취업규칙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비정규직 양산화 정책이라고 비판한 전 위원장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전 직원의 근로조건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사실상의 ‘비정규직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마트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신인사제도는 전문직2 대신 공통직과 CA직군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문직2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 앞으로도 전문직2 직군에 대한 처우 개선은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승진이 불가능한 구조는 절대 아니며,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었기 때문에 승진의 기회는 더 넓어졌으며 성과가 있는 곳에 임금이 있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르는 구조로 바뀐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2012년 자료 역시 당시 만들어진 기획안 중 하나일뿐이며 전체적인 이마트 입장은 아니라고 추가했다.


Q. 이마트 신인사제도에 취업규칙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제기한 까닭?


이마트에서 직무급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협의요청을 그간 수차례 한 상태였다. 하지만 사측에서 이를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1월에 공문을 보내왔다. 1월 21일 바뀐 인사제도에 대해 사전설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자리에서 어떠한 자료 없이 일방적인 구두 설명과 영상으로만 이뤄졌다. 이에 노조에서는 이를 정확히 알기 위해 근거 자료를 요청하자 거절했다. 이후 이틀이 지난 1월 23일 사원들에게 바뀐 신인사제도에 대해 설명한 후 곧바로 전 점포내에서 ‘사전동의절차’를 밟았다.

당시 “사진을 찍지 말아라”, “녹취하지 말아라” 등 사전동의절차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단속’ 등이 일어났고, 동의절차서에서도 부서, 사번, 이름 등을 모두 작성한 후 동의, 비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이마트측에서 수년간 준비를 해온 인사제도가 설명되고 전 지점에서 바뀌는데, 단 한시간만에 모든 것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부서, 이름, 사번까지 모두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동의하지 않더라도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을 까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 노조에서는 동의 이후 ‘공문’을 통해 직원에게 의견수렴 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하니, 노사협의회를 통해 진행한 내용을 노조에게도 좀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자 결국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Q. 이마트가 신인사제도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2만8000명의 이마트 근로자 중에서 1만7000명의 동의를 받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을 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마트 직급에는 3종류가 있다. 물론 3월 1일 이후로 신인사제도가 생기면서 바뀌게 됐지만 기존에는 공통직, 전문직1, 전문직2로 나뉘어 있다. 공통직은 신세계그룹 대졸공채나 전문직1 직급에서 일부가 직군 전환을 통해 공통직군으로 들어갈 수 있다.

전문직1은 초대졸 이상이며, 전문직2는 2007년 이마트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캐셔직 사원 6000명을 정규직화 했는데 전문직2로 분류한 것이다.

이 전문직2에는 이마트가 지난해 불법파견 논란이 일면서 이마트 진열, 판매를 담당했던 인력수급 업체의 직원까지 포함되는데, 이들에게는 이번 신인사제도와 관련된 일체의 ‘설명’ 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Q. 이마트에서 당초 설명한 신인사제도의 경우, 모두에게 ‘열린 기회’를 줄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노조에서는 반대로 ‘하향평준화’를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된 건가?


노조를 포함한 공대위에는 이번 신인사제도에 대해 ‘정규직 임금조건을 하향평준화하고 이를 고착시키는 직무급제’로 평가하고 있다. 이마트 노조는 노조 설립 초기부터 전 직군을 통합해 임금과 근로의 차별 없는 근로조건을 요구해왔다. 직군통합은 사측이 시도하고 있는 하향평준화가 아닌, 상향평준화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 신인사제도는 과거 이마트가 캐셔 직군을 어떻게 관리해왔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2005년 이마트 캐셔 시급은 4100원이었고 2015년 3월 현재 캐셔 직군이 포함된 전문직2의 시급은 5670원이다. 11년이 지난 후 직무성과급제가 도입됐지만 전문직2 직군의 시급은 단 1500원 가량 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마트 내부에서 정해준 직군에 포함된 이 직원들은 이마트에서 정해준 대로 시급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근무해온 것이다.

물론, 현재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 맞춰져야 하는데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1500원밖에 인상되지 않았다는 것을 봤을 때 결과적으로 이번 신인사제도의 경우, 전문직2에 국한됐던 저임금을 전 직원들을 상대로 고착화시킨다는 설명밖에 나오지 않는다.


Q. 그렇다면, 전문직2를 제외한 공통직, 전문직1 직군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어떠한가.


전문직2 직군뿐만 아니라 전문직1, 공통직 직군들도 모두 묶이게 된다. 노조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이 같은 신인사제도를 준비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간 이마트 내 인사체계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결과적으로 오늘의 신인사제도가 탄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경 전문직2 직군이 새로 생겼고 2008년 전문직1, 공통직이 호봉제였는데 연봉제로 전환을 했다. 사실상 ‘준직무급제’ 도입이다. 호봉제의 경우 호봉은 승진이 없어도 연차가 올라가면서 호봉이 올라가는데 연봉제 전환 이후 직급승진을 하지 못하면 급여가 오르지 않게 됐다.

이 당시만 해도 즉 2008년 연봉제 도입 이후 3월 1일까지는 직책승진, 직군전환을 통해 임금 인상을 집계할 수 있었다. 또 해당 인원이 1000~1500명 정도 분포해 있었다. 하지만 신인사제도 시행 이후에는 오로지 직책승진자만 ‘밴드’로 갈아탈 수 있다.

즉 오로지 임금 인상은 직책승진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됐다. 문제는 현재 직책승진이 다 채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퇴사하거나 혹은 새로운 직책이 생기지 않는 한 ‘승진’의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Q.이 같은 평가의 근거가 있는지.


가령 지난 2012년 PM제도가 있었는데 AM제도로 바뀌었다. 당시 1500명의 PM이 있었는데 이중 500명만 AM으로 전환됐고 나머지 1000명의 PM은 ‘사원’으로 강등됐다. 이를 지켜보고 나니, 사실상 1000명의 직책 승진할 수 있는 인원이 있는데 이를 모두 없앤 것이다. 사측에서는 지속적으로 불이익 변경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에서는 ‘불이익 변경’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제도 또한 상당히 불합리하게 불이익이 절대 다수로 진행되고 있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는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부서, 사번, 이름 명기 후 밴드 ‘동의‧비동의’ 선택해야
정규직 전환된 캐셔직군, 11년간 최저임금 1500원 올라


Q. 이번 신인사제도를 평가하면서 오래 전부터 ‘준비’된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이마트가 공개한 초안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미리 계획된 일이라는 것인가.


그렇다. 이마트는 지난 2012년 이미 이에 대한 '초안'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공개한 이마트 2012년 중점 추진업무에 따르면, 이마트는 코스트코의 특징에 대해 '고직급화'가 없는 인사시스템을 경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경우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역할 변동 없이 CA1→CA2→CA3 등으로 계속 승격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이마트는 이미 2012년 향후 추진 방안으로 △승격 파괴 △처우 축소 △임금피크제 도입 △전문직2 확대 △점포조직 파괴 △SOS 전문직 확대 △인력 T/O 일괄 감축 등을 내놨다.

특히 직무급 도입을 통해 현장 인력 승격을 폐지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처우 상승폭을 제한시키는 계획을 내놨다. 이마트는 이 추진안에 대해 “파급효과는 크고 리스크는 작은 방안”을 채택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신인사제도가 이미 2012년 즈음 혹은 그 전부터 계획된 일인데,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신인사제도의 내용에는 비정규직 내용은 없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상향평준화’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시켜서 상향평준화를 하자는 것인데 신인사제도는 정규직의 근로조건 또한 비정규직과 마찬가지로 하향평준화 시키는 것이다.

이마트가 장하나 의원실에 제공한 인력 효율강화만 봐도 복지후생 등의 처우를 축소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처우 상승곡선을 제한시키자는 단어가 나온다. 이 같은 것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근무조건을 더욱 더 열악하게 하향평준화 시키는 결과가 나온다.


Q, 이마트 노조 대신 전국이마트노조가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갖고 있다. 전국이마트노조가 이를 대신할 수도 있어 보인다. 혹자는 이마트 노조에 대해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이마트가 도입하는 신인사제도의 부당함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 현대 교섭권을 갖고 있는 3노조 또한 신인사제도에 대해 불합리한 점은 인정하고 있는데, 다만 신인사제도의 테두리는 그대로 가져가돼 절충안을 조금 더 보완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전국이마트노조는 지난 2014년 4월 설립 이후 이마트노조의 대표교섭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격히 출범해 일명 노조 탄압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족사원’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노조를 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노조에서는 이마트가 ‘대표교섭력’을 빼앗기 위해 급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정치 가처분 신청을 요청했다는 것이고 향후 이마트 직원들이 봤을 때 누가 이마트 2만8000명의 입장을 위해 싸웠는지 알게 될 경우, 움직이지 않는 대표교섭노조에 대해 판단의 근거 또한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Q. 현재 가처분 신청 이후 이마트측은 이마트 노조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내부 규정을 통해 절차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향후 대응 방안은.


이마트 취업규칙 상 형사사건으로 벌금을 받으면 해고 사유가 된다. 하지만 지난해 이마트 노조 탄압을 비롯해 최병렬 대표이사를 포함해 5명이 기소돼 2심 재판까지 열렸다. 당시 재판부는 노조 설립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고 노조 설립 움직임이 포착되자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이마트 노조파괴를 지시한 직원들은 여전히 인사, 노무 업무를 하고 있고 대부분 승진발령을 받았는데 이마트노조에 대해서는 주장에 대해서도 징계시도를 하는 것들에 대해 이마트가 얼마나 반 노조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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