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가 뭐길래”‥아파트 이름 두고 ‘갈등’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 후 시너지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총 분양물량 6104가구 중 미분양 없이 전 물량을 ‘완판’ 했다.

특히 지난 11월부터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같이 사용한 이후 수도권을 비롯한 울산, 광주 등 7개 단지에서 분양한 3701가구를 모두 판매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효과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집값 하락을 우려해 ‘현대엠코타운’ 대신 ‘힐스테이트’를 사용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 당시부터 지난해 8월 이후 신규 분양한 아파트 단지에만 힐스테이트 브랜드명을 사용키로 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이전에 분양한 총 10여개, 7700여가구가 이를 요구할 경우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이 목표한 매출 7조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엠코-현대엔지니어링 합병 후 시너지 ‘쑥쑥’
가격 차이나자 민원↑‥변경 목소리 커질까 우려

아파트 브랜드명이 최근 ‘도로명’ 주소로 바뀌면서 일부 퇴색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 아파트의 이름값은 무시하지 못한다. 같은 구역에 있는 아파트라고 해도 브랜드 아파트명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천차만별 다르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학군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아파트 브랜드명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 ‘힐스테이트’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연이은 완판 사례를 이어가며 국내 주택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힐스테이트 효과 ‘톡톡’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지난해 4월 합병하면서 단숨에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올랐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서울 서초, 위례신도시, 용인 서천지구, 광교신도시 등에서 완판 행진을 벌이는 등 합병 시너지를 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시장 강화를 위해서는 아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가스 등 해외플랜트에, 현대엠코는 국내주택 및 일반 건축분야에 강점을 두고 있다. 또 현대엔지니어링의 설계 기술력과 현대엠코의 시공 관리능력이 합쳐질 경우 글로벌 EPC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수 합병 후 시너지는 ‘주택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국내 주택공급 물량도 대폭 늘려 잡았다.

1월 마곡지구(1194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3월에 용인 기흥 역세권(976가구), 충남 서산 테크노밸리(892가구)에 이어 오는 9월에 세종2-1생활권(653가구)에 ‘힐스테이트’ 브랜드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엠코타운 젠트리스’ 바꿔달라 요청


하지만 분양 받은 입주민들 사이에서 ‘브랜드명’을 바꿔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하면서 기존에 ‘엠코타운’으로 분양된 아파트에는 브랜드 교체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단 9월 이후 분양하는 아파트에 대해서만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일 내곡4단지 입주예정자 대표들이 현대엔지니어링 본사를 찾았다. 힐스테이트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항의성 방문이다.


브랜드 수수료 내라?


아직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 수수료율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브랜드 사용 수수료율에 대해 분양가의 0.2%를 책정하는 것이 관례인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내곡4단지 엠코 젠트리스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아파트 당 수백만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주민들에게 로고 제작비와 가구 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브랜드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내곡4단지가 사실상 마지막 ‘엠코타운’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분양받았는데, 수백만원씩의 사용료를 내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얼마의 사용료를 내라라는 이야기 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현대건설이 가지고 있고 현대엔지니어링과는 아직 수수료율에 대한 이야기도 없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얼마의 사용료를 내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맞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공식적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아파트 브랜드 명칭 사용은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를 대상으로만 하고 있다. 과거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분양한 아파트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파트 브랜드에 울고 웃고


기존 ‘엠코타운’을 분양받은 입주아파트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요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입주한 상도엠코타운, 세종엠코타운 등에서도 현대엔지니어링을 상대로 비슷한 민원을 제기한 것.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이들이 울고 웃는 것은 바로 아파트 가격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입장에서는 ‘힐스테이트’로 완판 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 같은 민원이 달갑지 않다는 지적이다. 내곡4단지를 비롯해 아직 입주가 완료되지 않은 단지들이 브랜드 변경을 요구할 경우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아파트 브랜드 작업 시 건설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들여 브랜드 네이밍을 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경우 기존 현대아파트에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여전히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부촌’의 상징이기도 한데, 현대건설은 4만여건에 달하는 국민공모를 통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정했다.

2006년 9월 탄생한 이후 런칭 9주년을 맞는 만큼 힐스테이트만의 브랜드 파워가 생겼다는 뜻이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명을 둘러싼 입주자들과의 갈등을 잘 해결할지가 올해 최우선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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