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지원부터 직원 구속…‘불명예 화수분’ 오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진 안쪽 이재영 LH사장>.
잇따른 비리 사건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재영 사장)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회사 부당지원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 받아 또다시 비리 공화국이란 오명을 더했다.


공정위는 LH공사에 대해 자회사 주택관리공단에 수의 위탁 계약을 하면서 위탁 수수료 2660억원을 부당지원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구 혁신도시 조경공사 비리로 직원들이 잇 따라 구속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분위기는 갈수록 굳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국감에서 LH는 자사 현장에서 63억원의 임금이 체불되고 4년간 49명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놓여 있어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부당지원부터 직원 구속까지 LH공사 앞에 놓여 있는 악재를 살펴봤다.


지난 2일 LH공사 이재영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금까지 추진해온 사업방식 혁신이 제대로 뿌리내려 경영체질 개선을 완성해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올해 사업혁신 정착과 경영체질 개선으로 지속가능 기반을 구축하는 해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공정위, 자회사 밀어주기 적발


하지만 이 사장의 당부는 오래 가지 못했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H공사가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에 관리업무를 위탁하면서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 부당 지원한 사실을 적발했다.


주택관리공단은 대한주택공사의 임대주택 관리업무 아웃소싱을 위해 LH가 전액 출자해 지난 1998년 9월 설립한 회사로 현재까지 LH의 임대주택 관리 업무 등을 위탁 수행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LH공사는 주택관리공단에 임대주택 25만호의 관리업무와 함께 인건비 지원을 목적으로 임대 업무 중 일부 단순 업무를 수의 계약으로 위탁하면서, 2004년부터 임대 업무 위탁 수수료 총 2660억원을 부당으로 지원했다. 또한 LH는 설계변경 적용단가를 낮게 조정하거나, 자체 종합감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감액하는 방법으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3개 공사의 공사금액 총 23억1300만원을 감액했다.


설계변경을 하면서 제경비를 당초 도급계약서상의 요율을 적용해야 함에도, 자기의 ‘제경비 산정기준’ 등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같은 기간 28개 공사의 간접비 총 25억8200만 원을 감액하기도 했다.


‘주택관리공단’ 부당 지원…10년간 위탁수수료만 2660억원
빚더미 속 비위직원 챙기기 구설…공기업 경영평가 ‘낙제점’



공정위는 LH공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106억4300만원, 설계변경 공사금액 감액행위에 39억6100만원 등 총 146억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측은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공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주택관리공단은 최근 3년간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15% 인상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뇌물 비리 구속 <왜>


대구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17일 대구 신서혁신도시 조경공사 비리와 관련, 하도급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LH 대구경북지역본부 권모 과장을 구속했다. 권씨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새 조경시설물 업체로부터 총 3차례에 걸쳐 모두 1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업체가 LH 대구경북본부와 5억1000여만원 상당 옥외용 벤치와 정자 납품·시공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계약 관련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10월 또 다른 하도급업체 등으로부터 3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LH대구경북본부 조모차장을 구속기소한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인천지역본부에서 매입임대주택 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이 현금수납 과정에서 억대의 공금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LH공사의 직원 비리 사고는 도를 넘은 것으로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LH공사의 직원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LH공사 주택판매담당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가족명의로 상가를 낙찰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LH공사는 해당 직원에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상가도 그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에 따르면 LH직원 3명은 서울과 경주, 부산 등에서 자사가 분양한 주택의 점포를 분양받았다.


LH부산지역 주택판매담당 직원 A씨는 지난해 6월 의정부 민락2지구에서 32평 규모의 점포를 분양받았다. 최종분양가는 1억5341만원. 하지만 경쟁상가가 2억원에 낙찰 받아 약 4600여만원의 이득을 올렸다.


또 서울본부 주택사업부에서 근무하던 B씨는 지난해 8월 아버지 명의로 인천광역시 서창2지구 6블럭 점포를 2개 분양받았다.


대구경북본부에서 임대주택자산관리업무를 담당하던 C씨는 2012년 10월 배우자 명의로 경주 외동 입실리631 일대에 13평 규모의 점포를 낙찰 받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LH 자체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LH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공사 직원과 직계 가족은 공사가 분양하는 상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규정했다. 하지만 LH는 이들에게 모두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리는데 그쳐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지난 5월엔 연고자 등록이 안 된 분묘의 정보를 이용해 유족 행세를 하며 분묘 이전 보상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적발됐는데 조사 결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LH 공사 직원이 범죄를 도운 것으로 밝혀져 공사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임금체불에 사망사고까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LH공사의 지적사항은 끊이질 않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오병윤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8월까지 임금체불이 138건에 62억914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끊이질 않는 구속의 ‘악몽’…‘방만경영’ 100조원 부채 ‘어떻게’
공사 현장서 63억원 임금 체불…4년간 49명 사망 ‘안전불감증’



지역별로 서울이 22건, 22억455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50건, 18억5794만원, 인천 15건, 11억4312만원 등 전체 임금체불액의 83.4%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임금체불은 자재·장비가 총 45건, 38억3628만원, 임금 93건, 21억5671만원 등이다.


오 의원은 8월 말까지 현황을 근거로 2014년 전체 임금체불 규모가 지난해 222건, 임금체불액 66억 수준을 크게 웃돌아 2012년(162억원)에 이어 1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지난 2010년 이후 LH 공사현장에서 추락과 감전 등 각종 안전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총 49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의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사망사고 ▲2010년 14명 ▲2011년 10명 ▲2012년 7명 ▲2013년 14명 ▲2014년 9월 현재 4명 등으로 매년 10명 안팎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추락 24건 ▲협착 9건 ▲낙하비례 4건 ▲전도, 충돌, 감전, 붕괴 각1건 ▲기타 8건 등이다.


함진규 의원은 “LH가 안전교육을 원청업체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하도급 업체에 대한 안전교육 및 현장지도점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경영평가 ‘낙제’


LH공사는 지난 2014년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기재부는 D등급을 받은 LH공사 이재영 사장에게 ‘경고’ 조치를 취했다. D등급을 2년 연속 받으면 해당 기관장은 해임 건의 대상이 된다.


최근 LH는 임직원들에게 12월치 급여가 평균 100만원 가까이 삭감됐다. 급여가 삭감된 이유는 LH가 정상적으로 급여를 지급할 경우 기획재정부가 정한 인건비 상승률 가이드라인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올해 공기업의 인건비 상승률을 1.7%로 제시했다. 기재부의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 이듬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D등급 이하를 맞게 된다. LH는 호봉승급분만 반영해도 상승률이 2.2%에 달해 부득이 삭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채 감축 전력투구?

LH공사의 지난해 강도 높은 부채감축 방안을 마련해 안정적 재부기반 확보에 총력을 다했다. 지난 9월 4일 발표된 LH공사의 2014년 상반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금융부채는 100조7000억원으로 전년말 105조7000억원보다 5조 이상 줄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줄여야할 부채는 만만치 않다.


LH는 오는 2017년까지 예정된 부채규모를 192조6000억원보다 49조4000억원을 감축한 143조2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중·장기 감축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155조4000억원)보다 12조2000억원 더 줄이겠다는 방안이다.


앞서 이재영 사장은 “감축계획이 다소 부담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부채를 줄여 선순환 사업구조를 만들고 공기업정상화 선도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사업비를 전적으로 조달하긴 어려운 만큼 사업다각화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잇단 비리 행위와 사고로 얼룩진 LH공사가 계획대로 부채 감축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도 성공적인 부채감축을 실시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방만경영의 대명사로 전락한 LH의 평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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