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턱은 술이 아닌 교복으로 쏩니다!’

CJ그룹(이재현 회장)의 2011년 승진자들이 밥이나 술이 아닌 ‘교복’으로 승진턱을 쐈다. 승진턱을 받는 사람은 동료·선후배가 아닌 저소득지역 공부방 중고생들이다. 27일 CJ그룹에 따르면 올 해 승진자 중 280명이 온라인기부프로그램인 CJ도너스캠프의 청소년 교복지원 기부에 참여해 총 2,000여만원을 후원했다.

이 특별한 승진턱은 몇몇 승진자들이 CJ도너스캠프 사이트를 통해 여름 교복을 구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사연을 접한 후 ‘승진턱 비용을 기부에 쓰겠다’고 나서면서부터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는 동복 후원 사례가 많지만 하복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후원이 적다. 신학기가 아니어서 새 교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기가 되 전사적으로 승진자들의 기부 릴레이가 시작됐다. 4월 2일부터 2주간 진행된 기부 릴레이에 CJ제일제당, CJ E&M, CJ헬로비전 등 17개 계열사 280명이 참여, 총 2,000여만원을 교복 구입비로 기부했다. 기부 참여자들의 승진 직급도 대리부터 임원까지 다양하다.

CJ도너스캠프 사이트를 통해 승진자들의 기부 소식이 알려지자 일반 임직원 등 사내외 기부자들도 동참, 총 기부금은 승진자들의 기부금 2,000만원을 포함해 9,000여 만원에 이르렀다. CJ는 이 기부금으로 전국 875명의 학생들에게 시원한 여름 교복을 지급했다.

기부에 참여했던 CJ E&M 방송전략미디어마케팅팀의 최무송대리(남, 33세)는 “승진을 기념해 스스로 선행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기부를 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 더 컸다. 학창시절을 보낸 인천지역 공부방에 기부했는데 마치 내 후배들에게 기부한 느낌이어서 새로웠다”고 전했다.

CJ 임직원들의 기부릴레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1월, 고대 행정학과에 합격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입학금을 내지 못한 어울림청소년쉼터(서울 은평구)의 이혜인 학생(여, 당시 19세) 사연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오자 하루 만에 129명의 임직원들이 600여만원을 모아 첫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을 후원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마땅한 거처도 없는 상태에서 CJ도너스캠프 아동들을 후원해왔던 차보석할머니(당시 77세)의 감동적인 사연을 접한 임직원 1,354명이 십시일반으로 3,000만원을 모아 할머니께 전세집을 마련해 드리기도 했다.

CJ그룹은 “그 동안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있어 왔지만 특히 이번 승진자 교복 지원 사례는 기부 자체의 의미를 넘어서 조직의 승진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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