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재원 부담 서로 떠 넘겨

▲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이하림 기자]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짐에 따라 내년부터 만 3~5세 영유아에 대한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누리과정은 지난 2012년 도입됐으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구분 없이 추학 전 아동들에게 동일한 무상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만 3~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공립유치원은 1인당 6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1인당 22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시·도 교육청은 최근 2015년 예산안 발표 이후 누리과정 재원 부담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만 3~5세 영유아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교육재정에서 누리과정 재원을 부담하게 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이다.
교육감들의 입장은 중앙정부가 주도해 누리과정을 도입한 만큼 ‘교육’의 영역이 아닌 어린이집 보육료는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세수 부족으로 재정 형편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앙정부는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27%를 배정하지만 2013년에 생긴 세수 결손으로 내년에 약 2조7000억원을 정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교부금 재원은 2014년 40조9000억원에서 2015년 39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정부는 교육감들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중단 방침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지난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감협의회의 주장은 똑같은 문제를 두고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로 나눠 영역다툼을 벌이던 옛날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국민들과 어린이들을 볼모로 정부를 위협하는 결과가 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관련 법령을 개정해 교육교부금에 재원을 조달하도록 했다. 올해까지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청 등이 나눠 부담했지만 내년부터는 모두 교육교부금에서 지출될 예정이다. 보육료(어린이집)의 경우 부담액은 2012년 4452억원, 2013년 1조1760억원, 2014년 1조6301억원, 2015년 2조1429억원 등으로 매년 급등하고 있다.
기재부는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를 인수해 예산 부족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1조9000억원 상당의 지방채를 인수하면 올해보다 5000억원 가량 쓸 수 있는 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청의 시각은 다르다. 교육청은 중앙정부의 내년 예산 증가율(5.7%)과 비교하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연평균 인건비 증가율이 6.6%로 교부금 증가율보다 높아 재정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누리과정 등 교육복지 예산을 확보기 위해서는 초·중·고 교육사업비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의 충돌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기재부는 시·도교육청이 스스로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시각인 반면 교육청은 정부가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정책을 도입해놓고 재원 부담을 지방을 떠넘기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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