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성추행 상무‥슬그머니 복귀 시켰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정재계에서 ‘성추행’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출판 업계에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대형 출판사로 이름을 알린 ‘쌤앤파커스’이다. 성추행 한 임원의 사표를 수리한 뒤 다시 고용해 논란이 됐고, ‘프리허그가 자연스러운 문화’라는 말도 안 되는 입장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리허그가 자유로운 분위기” 피해자 두 번 죽여
기본적인 사내 성희롱예방교육도 실시하지 않아


쌤앤파커스는 휘청 이는 출판업계에서도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출판사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2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를 연거푸 출판하며 ‘대박’을 이뤘다.


물론 작가들의 뛰어난 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열고 이야기를 검토하는 것은 출판사 직원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게 힘든 일이다.


이러한 가운데 출판사, 그것도 대형출판사인 쌤앤파커스에서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며 업계에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출판 노조의 고발


만약 용기가 없었다면 이 일도 조용히 지나갈 뻔 했다. 하지만 언론노조인 서울경기지역 출판분회 출판노조가 피해자와의 협의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면서 사건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피해자인 A씨는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단순한 성폭력이 아니라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온전한 삶을 유지할 생존권을 위협하는 경제적 살인과 다름없는 행위”라고 말한다.


출판노조와 피해자 A씨에 따르면 성추행이 발생한 것은 2년 전 2012년 9월 14일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사건 당일 이모 상무와 피해자는 정규직 최종 면담 형식의 술자리를 가졌다. 당시 A씨는 무려 17개월 째 수습사원을 지내며 비정상적인 수습기간을 보내고 있던 터였다.


이 자리에서 이 모 상무는 술에 취한 피해자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추행을 저질렀다. ‘가해자가 저에게 옷을 벗으라고 요구한 것과 입을 맞춘 행위는 사실로 인정이 되지만 모두 많이 취한상태였고 또 가해자가 저의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행사했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다’라는 이유로 불기소가 됐다.


노동조합은 “이 사건은 정규직 전환을 앞둔 수습사원이 상무의 요구에 저항하지 못해 발생한, 직장 내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 사실이 1년여가 지난 2013년 7월경 회사에 알려지자 이 모 상무는 그때서야 황급히 회사를 관뒀다.


노동조합은 “박시형 대표는 사건 후 대표직 사퇴 발표를 위해 전 직원을 소집한 자리에서 “어떤 이익을 대가로 성을 요구하는 사람은 당연히 물론, 충분히 거절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것에 응하는 사람도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의 사퇴발표문을 발표했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피해자인 A씨는 회사에서 차별을 당했다. A씨는 내부고발자로 몰린 것도 모자라 일부직원들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컴퓨터 모니터를 감시당하는 가 하면 직접 피해 사실을 소문내고 다닌다는 의혹으로 외근까지 제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결국 지난해 9월 사직하며 이 상무를 고소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이후 출판사는 올 9월 이 상무를 복직시켰다. 이에 A씨는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상태며 심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심리 중인 사건의 당사자를 복직 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 이다.


이상한 입장 발표


이후 쌤앤파커스는 ‘쌤앤파커스 임직원이 드리는 말씀’이라며 입장 발표를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 보다는 ‘변명’으로 일관된 글이었다.


쌤앤파커스는 글에서 “해당 임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 고검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애초에 양 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건이었기에 객관적으로 사건을 볼 수 있는 검찰의 판단을 존중했다”며 “이 과정에서 재정신청 이루어진 점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어쨌든 검찰까지 간 사안이라면, 더 신중하게 파악할 수 있었고, 해야만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검찰에 사건이 완전히 끝난 사안인지 확인만 했더라도 이러한 논란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저희는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항상 말해왔고, 그래서 상하간의 권위를 털어내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문화를 지향해왔다”며 “서로를 아끼는 의미로 구성원들이 서로 프리허그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였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제대로 된 사과가 맞냐”며 분개했다. 한 네티즌은 “어느 회사가 대체 프리허그가 자연스럽냐”며 “상사 입장에서는 프리허그 일지 몰라도 일을 하는 일반 사원이나 수습사원들에겐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성추행이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경찰 수사 때 수사관이 제게 묻더군요. 그날 무슨 옷 입었었냐고. 치마 길이 어디까지 왔는지 손으로 표시해보라고. 옆에 제 아버지도 계셨는데 말이죠”라며 “수사관이 물으니 별 수 없이 무릎 위로 5센티쯤 떨어진 곳을 제 손으로 직접 짚는데. 기분 참 거시기하더군요”라고 자신의 SNS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본질 흐리지 말아야


쌤앤파커스는 교묘하게 본질을 흐리고 있다. “프리허그가 자유로운 회사”라는 문구나 “평가 당시 점수 미달로 인해 수습기간을 한 번 더 연장했다”는 말을 통해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를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임원을 다시 사직 처리하기도 해 ‘날치기’ 일처리를 보였다. 쌤앤파커스의 ‘진심’이 의심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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