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징계→중징계→직무정지로 징계수위 변화로 사회적 논란 일어나

[스페셜경제=유기준 기자]KB사태가 5개월 가까이 진행됐지만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강제 해임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이번 KB사태로 어설픈 관치의 폐해와 낙하산 인사의 속사정을 드러났다.


금융계는 금융관료들 스스로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던 '관치'가 다시 부활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지난 18일 금융권은 KB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관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여준 관치의 수준은 너무 후진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사태에서 관치는 임 전 회장의 뚜렷한 죄목과 제재 근거를 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외압과 보고서 조작, 리베이트(뒷돈) 혐의 등에 대해 관련자들은 주장이 엇갈려 법정에서 진실을 다퉜다.


1차 제재권을 행사했던 금융감독원은 전문성(전산)까지 요구되는 이런 사안에 중징계를 내리려면 그에 부합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며 해석과 주장이 다른 정황근거만을 나열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중징계(문책경고) 사전통보에도 불구하고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주의경고)로 제재 수위를 낮춘 것도 이와 상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최 원장은 초유의 거부권 행사를 통해 제재심 결정을 뒤집고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결정해 내렸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더 센 징계를 내렸다. 경징계→중징계→직무정지로 징계수위가 올라간 3주일 남짓 사이, 임 전 회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새로운 물증이나 증언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추가된 게 있다면 사회적인 논란을 받았다.


이에 금융위는 '사회적 물의'를 중대 죄목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죄목에서는 금융 당국 수장들과 KB 이사회 등도 결코 빠질 수 없다.


금융계에 따르면 KB사태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금융 당국은 무슨 잘못을 했고 양형이 합당한지 등은 생각하지 않았다.


임 전 회장에게 거세게 반발할 빌미를 준 것은 다름 아닌 금융 당국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냉정하게 따져보면 KB사태는 부부싸움 요란하게 했다고 제3자가 강제로 이혼시키고 처벌한 형국"이라면서 "자식들과 이웃에게 너무 피해가 가 경찰이 나서긴 했지만 그 방식이 거칠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감독 당국이 민간 금융사 일에 어설프게 개입하거나 제재하면 곧바로 소송에 휘말리기 때문에 철저한 법리와 물증으로 무장한다"면서 "임 전 회장 해임 성공으로 금융 당국이 1차 승리를 챙겼지만 2차 법정 싸움에서도 이길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또한 금융권 인사는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에 이어 정권에 맞서면 필패라는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라며 "최수현 원장의 석연찮은 목적의식적 중징계 시도와, 방관에서 갑자기 강공으로 돌아선 신제윤 위원장의 느닷없는 태도 변화도 규명돼야 할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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