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KB 내분을 추스르고 조직 안정을 도모하자"

[스페셜경제=유기준 기자]지난 17일 KB금융 이사회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해임하기로 하면서 5개월간 지속됐던 KB 내분사태가 마무리 돼가는 듯하다. 금융 당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사회는 해임안을 선택한 것이다.


임 회장은 앞서 지난 16일 금융 당국의 3개월 직무정지 중징계 결정에 반발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전면전'에 돌입했다.


금융 이사회는 해임안 통과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일부 사외이사는 "관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마지막까지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 기회를 주기 위한 설득 작업도 있었다.


일부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잠시 정회(停會)하고 한밤중에 임 회장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사퇴를 권유했지만 임 회장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에 계속된 이사회에서는 "KB 내분을 추스르고 조직 안정을 도모하자"는 데 뜻이 합쳐져 해임안이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 지분이 단 1%도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가, 당국의 입김에 스스로 최고경영자(CEO)를 끌어내렸다는 오점이 생겼다.


KB금융 이사회에 따르면 이날 긴급 이사회 직후 KB금융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임 회장 해임안에 의견을 모았다.


이사진은 표면적으로 해임안에 동의했지만 일부 사외이사가 강력하게 반발하며 장시간에 걸친 갑론을박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외이사는 "임 회장이 명백하게 법률을 위반했거나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친 게 없는데 단지 금융 당국이 원한다는 이유로 사퇴를 강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표이사 해임에 반대하는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이 법원에 행정처분(3개월 직무정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만큼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임 논의를 보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회장도 이사회에 앞서 개별 사외이사들에게 "이르면 2~3주 안에 법원 결정이 나오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법원이 임 회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사회는 임 회장을 해임할 명분이 약해진다.


금융위원회의 '3개월 직무정지' 처분도 효력이 정지돼 임 회장은 회장직에 다시 복귀,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당국과 싸울 수 있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임 회장은 이번 해임안 통과로 '회장직'에선 물러나야 하지만 '이사' 자격은 당분간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직 해임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에 따라 이사회 해임안 의결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이사회까지 돌아선 마당에 이사직에서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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