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맞섰던 금융권 수장들

[스페셜경제=유기준 기자]직무정지 상태인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자진사퇴를 거부하고 있어 KB사태가 정권과 임 회장 간의 싸움으로 변해가고 있다. 임 회장은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정권과 대립구도를 이뤘다.


현재 임영록 회장과 같이 정권과 맞섰던 가장 대표적인 사람으로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꼽혔다.


이 전 이사장은 행시 17회, 2008년 3월 경제관료 생활을 끝내고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명박(MB) 정부가 갓 출범한 때였다.


새 정권은 거래소 수장에 '대선 공신'을 앉히고 싶어 했지만 이 전 이사장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으며 "공모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뽑혔는데 (새 정권의 입맛에 안맞다고) 왜 물러나야 하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최후의 일격을 날려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버렸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 감사는 급여나 채용에 엄격한 제한을 받게 된다.


그러면서 그에게 동정적이던 임직원들조차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해 결국 이 전 이사장은 취임 1년 7개월 만인 2009년 10월에 물러났다.


또한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정권의 뜻을 따르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다 온갖 수모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2월 그가 KB금융 차기 회장에 내정되자 금융감독원은 곧바로 대규모 조사에 돌입했다.


임직원 컴퓨터는 물론 강 전 행장의 운전기사, 심지어 사생활까지 드러내, 결국 강 전 행장은 취임도 하지 못했다.


한편, 정권과 맞섰지만 막판 대응이 다소 다른 사례도 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집권 후반부로 가면서 MB정권은 '4대 천왕'의 존재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됐다.


이런 기류를 외면하고 김 전 회장은 2011년 기어코 3연임에 성공한 뒤 이듬해 4연임 도전의사까지 나타냈다.


이어 정권의 압박 강도가 더 세졌다. 정부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집권세력에 부담되는 존재는 미리 정리하자는 속셈이였다.


결국 김 전 회장은 4연임 목전에서 미련 없이 회장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역대 사례를 때로는 직접 주도하고 때로는 지켜봤던 임 회장이 정권과 전면전에서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주목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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