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흔들리면 KB는 1년 더 흔들려, 이번 징계는 모두의 운명 달렸다"

[스페셜경제=유기준 기자]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만일 제가 흔들리면 또 다른 CEO를 뽑기 위한 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KB금융은 앞으로 1년 가까이 지배구조 문제로 또 다시 흔들릴 것입니다. 이번 징계는 저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평생 운명이 달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금융감독원은 “주 전산기 교체(IBM 메인프레임→유닉스)와 관련한 자신의 징계 수위를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상향 조정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주관적,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며 “금융위원회에서 적극 소명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영록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감원장은 감독원 제재심의위의 경징계 판정 후 아무런 '사실 변동'이 없었는데도 상향 조정했다"며 "이 결정으로 조직화합과 조직정상화에 힘쓰는 KB금융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회장은 금감원과의 대결로 KB금융 조직 전체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는 "그 같은 고민을 왜 하지 않았겠나"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번에 금감원의 징계 사유에 대해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서 진실을 밝히는 게 제 소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징계가 자신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운명이 달렸기 때문에 소명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중징계 사유가 된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전환 안건은 업체선정 또는 가격 책정 등 주요 사안이 전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단순히 내부 의사결정 중"이라며 "이런 건으로 금감원장이 중징계 처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주가 주 전산기 전환 리스크를 은폐하면서 은행의 전환 결정을 유도했다고 지적하는데, 신한·농협·하나은행 등은 이미 유닉스로 전환해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 목소리 높였다.


특히 임 회장은 "이번 사건의 발단에는 국내에서 입지가 크게 축소된 한국 IBM의 기득권 사수 의지가 굉장히 강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IBM도 비난했다.


이날 기자 회견장에는 IT분야 전문가인 김형주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참석해 임 회장의 입장을 함께 표현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금융사 주 전산 시스템의) 대세가 유닉스 기반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본질과 달리 지나치게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성능검증(BMT) 오류 논란과 관련해서도 김교수는 "400만건의 애러가 많아 보이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한 오류가 포함된 것이고, 간단한 수정으로 오류는 순식간에 해결될 수 있다"며 "제일 중요한 것은 피크타임을 견뎌내는 것인데 이 부분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성능검증(BMT) 부분을 문제 삼았다. 국민은행의 일평균 거래량 1억건 중 매일 400만건의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


이어 임 회장은 주 전산기 프로젝트의 핵심 실무자인 국민은행의 IT담당 본부장 교체와 관련, 지주가 부당하게 인사 개입했다는 논란에 대해서 언급했다.


임 회장은 "부당 개입은 사실 무근이고 성립될 수 없는 논리"라며 "지주와 자회사 간 규정에 따라 임원 선임은 협의할 의무와 권한이 있고, 은행장은 사전 협의해야 하고 지주는 동의 또는 부동의 할 권한이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말 은행장이 요청한 (IT임원 선임) 안건에 대해 지주가 동의했고, 최종으로 은행장이 결제한 것"이라며 "법치주의에서 공문으로 협의한 것만큼 확실한 근거가 어디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확정시 '행정소송' 등 가능성에 대해선 뚜렷한 답변을 미룬 채 "앞으로 금융위에도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맞는 것인지 타당하게 지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금융위에서 중징계가 나와도 임기를 채울 것이냐'는 질문에 "조직 안정화가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 최선 다할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임기 완주'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임 회장은 "이번 (주 전산기 논란) 사건만 잘 수습되면 저를 중심으로 온 임직원이 단합해 경영정상화와 조직안정을 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자신이 물러나 새로운 CEO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KB금융이 앞으로 1년 가까이 지배구조 문제로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에 임 회장은 임직원의 범죄 혐의에 대해선 진실을 밝히면서도 "전 계열사 비상경영체계 가동해 그룹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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