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처 아들, 후처 아들에게 ‘money 전쟁’에서 밀렸다?

▲ 좌측부터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신호 회장,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사장(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왕자의 난’, ‘형제의 난’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창업 도상에서 일어난 왕자들의 왕위 계승권을 둘러싼 골육상쟁을 일컫는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형제의 난, 시숙의 난 등 ‘쩐’을 둘러싼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2, 3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지분을 더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왕에 오르기 위해서는 형제간의 피의 혈투가 있었다. 국내 재벌史에서는 시숙, 형제자매, 사촌, 남매를 비롯한 전쟁이 일어난 바 있다. 두산, 현대, 삼성, 금호그룹 등이 그 상처가 남아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에서는 창업주의 사망 이후 벌어진 그룹 계승 전쟁, 일명 ‘쩐의 전쟁’을 기획 됐다. 일곱 번째로 故강중희 창업주의 가문인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家에 대해 살펴봤다.


서자’를 후계자로 삼을 수 있는 우려‥몰래 지분 매입
공멸 할 수 있는 ‘적대적 M&A’에 아버지와 아들 합의


2003년 초 당시 강신호 회장의 차남 강문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할 때 까지만 해도 재계나 언론 등 어느 곳에서도 부자지간의 갈등이 있으리라 예상치 않았다. 그러나 강 사장은 사장으로 취임 이후 박카스의 판매량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동아제약의 주식을 아버지 강 회장 몰래 대량으로 매집하는 행보를 취했다.


아버지 몰래 주식 사들여?


사장 취임 당시 1%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강 사장은 취임 이후 동아제약을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2004년 7월에는 2.83%까지 지분을 늘린 것이다. 이는 강 회장의 지분 3.85%와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였다. 후일,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강 사장이 내심 아버지가 자신을 내치고 서자인 이복동생을 후계자로 삼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기에 이러한 행동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은 강 사장의 지분율이 자신의 지분율에 근접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노를 금하지 못했다. 강 회장도 공격적으로 동아제약 주식을 사들이며 그해 말 5.03%까지 지분을 늘렸다. 이어 박카스 판매량의 실적악화 책임을 물어 같은 해 12월 강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에서 해임시키고 이듬해 2005년 3월 동아제약 등기이사직에서 강 사장의 이름을 제외시키며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한다.


이때부터 동아제약을 놓고 아버지와 아들간의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강 회장은 강 사장을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한 이후 자신의 둘째부인 최영숙 여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사남 강정석 동아제약 메디컬 본부장을 영업본부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일선에 전진배치 시켰다.


강 사장은 동아제약 계열사인 수석무역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했다. 수석무역은 동아제약의 자회사로 와인과 위스키 등 주류 수입 및 판매를 병행하고 있는 회사이다. 동아제약이 9.2%를 보유하고 있었고 강 사장이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어 동아제약의 자회사이나 강 사장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였다.


본 처와의 황혼이혼


이때부터 강 사장은 수석무역의 부회장으로 재직하게 된다. 이는 사남 정석 씨에게 후계를 내어주고 자신은 동아제약에서 좌천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었다. 이에 2005년 8월 강 회장의 본 부인이자 강 부회장의 모친인 박정재 여사가 강 회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다. 이혼소송 취지는 남편의 외도라는 것이었다. 박 여사는 강 회장보다 한 살 아래 터울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황혼이혼을 선택한 것이다.


▲ 강신호 회장 가계도(스페셜경제)


박 여사가 법적으로는 본 부인으로 되어있지만 실상 강 회장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최 여사였다. 공식 행사에도 늘 최 여사와 동반했을 만큼 동아제약 안주인 역할을 도맡아 했다. 강 회장은 자신 몰래 지분을 늘리고 박카스 부진에 책임을 물어 강 부회장을 좌천시키고 강정석 본부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결국 둘째부인 최 여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때문에 박 여사는 이를 좌시하지 않고 자신의 아들이 빼앗긴 경영권을 찾아오기 위해 황혼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박 여사는 소송으로 강 회장의 동아제약 주식을 위자료로 받아 아들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에게 동아제약 지분율을 높여주려는 의도였다.


강 회장 부부는 1년여 간의 소송 끝에 서울 가정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받아들여 황혼이혼을 하게 되었다. 법원은 강 회장이 박 여사에게 향후 4년에 걸쳐 약 53억 원의 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일각에서는 주식배분이 아닌 현금 위자료로 결론이 나면서 강 부회장이 위자료 53억 원을 동아제약 주식매입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 추측했다.


▲ 강문석 부회장의 수석무역(네이버 거리뷰)


수석무역 부회장으로 복귀한 강 부회장은 보란 듯이 동아제약 지분을 더욱더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이에 강 부회장의 지분은 5.59%까지 늘어났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 지분을 계속하여 늘려나갔다. 또한 강 회장과 동고동락하며 박카스의 신화를 이뤄냈던 유충식 부회장이 강 부회장편에 서면서 강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4.71%까지 달했다. 당시 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6.94%에 불과했다.


유 부회장은 1961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전부, 부사장, 사장을 거쳐 2003년 1월부터 부회장으로 근무해 왔다. 그런 그가 강 부회장편에 섰던 이유는 박카스 한 품목에 의존한 매출 증대보다 연구개발(R&D)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강 부회장이 이대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긴 아까운 재목이라 생각한 것이다.


유 부회장의 합세로 강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2배 이상 많아지게 되었다. 우위를 점한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 자신과 강 회장, 유 부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6명을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강 부회장이 제안한 이사 선임안을 동아제약 이사회가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강 부회장은 2007년 2월 23일 법원에 이사 선임 제안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해 달라는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신속하게 받아들였다. 따라서 강 부회장 측이 추천한 10명의 이사후보 선임안이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될 수 있게 되어 강 회장과 강 부회장의 불화로 야기된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은 주총에서 표 대결로 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보유 지분 상으로 강 부회장 측의 승리가 점쳐졌던 가운데 2007년 3월 29일 주총에서 강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다시 이름을 올리며 극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부자간 화해 모드가 조성됐다. 이로써 강 부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남 강정석 본부장은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강 부회장보다 높은 직급으로 승진한 것이었다.


이는 강 회장 측과 강 부회장 측 외에 지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기관투자자들의 행방이 어느 쪽으로 손을 들어줄지 몰라 우호지분을 포섭하기 위해 양측 간 한 치의 양보 없이 전면전을 벌였는데 양측 모두 극단적으로 정면충돌을 불사할 경우 외부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돼 서로 공명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데 따른 것이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와 아들이 극적으로 합의를 한 것이다.


부자간 다툼 좌시하던 동생, 형에게 제대로 반격 가해
백기 들며 사실상 경영권 다툼 패배 인정‥쓸쓸한 퇴장


이복동생의 등장


극적 합의로 수년간 지속되어 온 부자의 난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동아제약에게도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평화를 깨뜨려 버린 건 주총에서 승진한 강 부사장이었다. 그동안 아버지와 이복형의 싸움에 멀리서 지켜만 보던 이복동생이 드디어 수면위로 올라와 형과 제대로 한 판 붙으려는 심산이었다.


2007년 7월 2일 강 부사장은 동아제약 자사주 74만 8440주를 조세회피지역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설립된 실체가 불분명한 페이퍼컴퍼니 DPA Limited와 DPB Limited에 매각하고 이를 기초 자산으로 교환사채(EB) 발행에 대해 지급 보증을 서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강 부사장의 이러한 결정은 부자간 경영권 다툼에 이어 이복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에 강 부회장은 이사회 결의에 맞대응했다. 당시 강 부회장 측은 “위험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무리한 방식으로 자사주 매각을 추진하는 본뜻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정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부활시켜 경영권을 유지 및 강화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2007년 9월 21일 서울 북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아버지가 아닌 이복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 돌입했다.


이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주총을 열어 보유지분이 많은 강 부회장 측에 유리한 표(의결권) 대결로 끌고 가기 위함이었다. 또한 가까스로 아버지와 합의를 이뤄 경영일선에 복귀하였는데 매각된 동아제약 자사주가 강 부사장 측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지분싸움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 한 것이다.


이에 동아제약 직원들 모임인 동아제약발전위원회(이하 동발위)가 들고 일어났다. 동발위는 10월 5일 총회를 열고 ‘우리 회사 주식 갖기 운동’으로 모집된 주식 13만 1천여주(당시 전체 주식의 1.3%)에 대한 의결권을 당시 경영진(강 부사장 측)을 위해 행사하기로 결의했다. 이어 10월 11일에는 ‘회사를 흔드는 외부 세력을 그냥 두지 않겠다’라며 강 부회장이 있는 수석무역을 항의 방문해 동아제약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동발위는 강 부회장에게 부모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효의 의미를 되새겨 보라는 의미로 ‘효행록’을 전달하기도 했다.


강 부회장은 이에 물러서지 않고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 누구의 주장이 옳은가’라는 보도 자료를 통해 사태 진상을 공개하고 나섰다. 강 부회장은 자료에서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주총 때 합의를 현재 경영진들이 먼저 깨는 바람에 벌어진 일로 ‘화합하려는 형(강 부회장)’과 ‘경영권 전횡을 일삼는 동생(강 부사장)’의 대립에서 생긴 것”이라며 “형이 등기이사로 선임되었음에도 사무실도 없이 방치했으며 동아제약 및 그룹 임원회의에서도 배제되는 등 ‘찬밥대우’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법인에 자사주를 판 것은 편법매각을 통한 의결권 부활에 목적이 있는 것이며 이로 인한 부대비용과 세금 등 엄청난 손실을 가져왔음은 물론 10년간 9백 38억 원의 빚보증을 서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반면 강 부사장 측은 더욱 거세게 맞받아 쳤다. 강 부회장이 재임 당시 회사자금을 횡령했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 한 것이다. 강 부사장 측이 낸 소장에는 강 부회장이 재직하던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자신 소유의 사저 공사비용을 회사경비로 처리하거나 동아제약 및 계열사 법인카드를 본인과 가족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편법으로 회계 처리하는 등 동아제약 및 계열사의 공금 총 17억 6000만원 가량을 횡령했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 뉴시스)


계속해서 소장에는 2004년 동아제약 계열사 ‘용마로지스’의 감사와 수석무역의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당시 수석무역의 주식가치가 하락할 것을 미리 알고 주식을 기준 평가액의 약 두 배 가격으로 용마로지스에 매각하여 총 8억 5000만원 가량의 이득을 취해 배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강 부사장의 강 부회장에 대한 압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0월 17일에는 강 부회장이 2004년 9월 22일 K씨에게 20억 원을 무이자로 빌리면서 그 대가로 K씨를 동아제약 등기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약속한 사실을 폭로했다. 강 부사장이 폭로한 약정서에는 “강 부회장은 대여금(20억 원)의 무이자에 대한 대가 지불에 갈음하여 책임지고 K씨를 2006년 9월 22일까지 동아제약 자회사 등기이사로 취임하게 하며 2008년 9월 22일까지 동아제약 등기이사로 취임하게 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강 부회장의 완전한 패배


이어 중립을 고수하던 기관투자자 중 가장 많은 지분(7.9%)을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당시 경영진을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면서 경영에 대한 의결권 다툼에서 크게 뒤져 강 부회장에게는 설상가상 악재로 작용했다. 이로 인해 강 회장과 강 부사장 측 지분은 소액주주 의결권 위임장, 교환사채의결권(자사주) 등 40%가 넘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25일 서울북부지법에서 동아제약이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매각한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10월 31일 예정되어 있던 주총은 무의미해졌다.


결국 강 부회장은 주총을 나흘 앞둔 10월 26일 동아제약 주주와 임직원, 아버지 강 회장에게 사죄의 글을 남겨 백기를 들며 사실상 경영권 다툼 패배를 인정하게 된다. 강 부회장은 보도 자료를 통해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며 불효했던 아들로서 사죄를 드린다”며 “형제간의 화합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밝혔다.


강 부회장은 이듬해 2008년 12월 다섯 차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동아제약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쓸쓸히 제약업계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강 부회장은 패배 인정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조부의 땅을 팔아서라도 동아제약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생각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이는 당시 동아제약 경영권 다툼이 끝나지 않았음을 시사 하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강 부회장은 제약업계로 돌아오기 위해 2011년 제약사 우리들제약 최대주주의 보유주식과 경영권을 178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끝내 매각대금 11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인수를 포기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강 부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되기에 이른다.


2009년 6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강 부회장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디지털오션의 자금을 빼돌려 충분한 채권 회수 조치 없이 수석무역에 지원하거나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쓰는 등 모두 113억 3000만원을 배임·횡령한 혐의다. 이 금액은 당시 디지털오션 자기자본의 61.6%에 해당하는 액수로 우리들제약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동아제약(네이버 거리뷰)


이에 강 부회장은 2012년 12월 징역 2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는 등 비운의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강 부사장은 2013년 3월 동아쏘시오홀딩스 그룹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며 아버지 강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강 회장은 회장 직함은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강 사장이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 부회장이 다시 제약업계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동아쏘시오홀딩스를 두고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때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본처의 자식이 후처의 자식에게 경영권을 둘러싼 ‘쩐의 전쟁’에서 완전히 패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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