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지난 12일 다양한 전문가의 공직 진출 확대를 위해 5급 민간전문가 채용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행 5급 공채와 함께 ‘5급 전문가 채용시험’을 도입해 각종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하거나 연구·근무 경력을 가진 민간전문가를 채용하기로 했다. 이때 각종 자원봉사 활동, 연구·저술 실적, 특허 출원 실적 등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우대해 선발할 계획이다. 선발 방식은 필기시험 없이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해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적합성을 검정해 선발한다. 당장 내년도 5급 신규채용의 30%를 민간 전문가로 채용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신규채용의 50%까지 비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시 탈피, 채용경로 다양화

권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행정고시’라는 이름도 내년부터 7, 9급과 마찬가지로 ‘5급 공채 시험’으로 바뀐다. 수험생의 혼란을 줄이고자 행정고시와 5급 공채 필기시험 내용은 큰 차이가 없지만 다양하고 체계화된 면접이 대폭 강화된다. 개방형 직위를 과장급까지 확대하고 공직 중간 관리층에 민간전문가의 진입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현재 각 부처 본부의 과장급 직위를 대상으로 2011년에는 의무적으로 5%까지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각 대학의 추천과 견습 근무를 거쳐 7급으로 특별 채용하는 ‘지역인재추천채용’ 인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7급 공채 출신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무원 채용 시 적성 및 자질 검정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실시하고 있는 면접시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또 다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보임용 제도’를 보다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육·근무 성적 불량시 면직할 수 있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법제화할 방침이다.

시험 관리의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

행안부는 현재 채용시험이 일반직 공무원 중심으로 관리되고, 종이시험 방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시험 관리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시험 집행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민간 전문가가 공무원 시험위원으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출제 여건을 개선하고, ‘국가시험관리 전문기관’을 설립해 공무원 시험 관리의 전문 역량을 강화시킬 방침이다. 컴퓨터기반시험(CBT) 체계 구축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시험에 시범 도입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타당성 등의 검토를 거쳐 장기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지나치게 세부화된 공채 선발직렬을 소수인원을 선발하거나 특정부처 근무가 예정되어 있는 직렬의 경우 일정 유예기간을 둔 후 5급 전문가 채용시험이나 지역인재추천채용시험으로 전환해 선발직렬을 줄이고 응시생이 적거나 해당 직류와의 연관성이 낮은 과목은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갈 예정이다.

행안부는 이런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세부 추진일정 등 실행계획을 마련, 올 연말까지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공직 내부의 상위직급이 고시 출신 위주로 구성돼 경쟁이 부족하고 필기 위주의 평가방식으로 채용단계에서 공무원의 적성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기 어렵다”며 “채용경로가 다양화를 통해 국가 전체적으로 민관의 인재를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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