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탄압과 종교적 박해 내세워..

[스페셜경제=이필호 기자]수천억원대의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은 최근 모습을 감추며 정치적 망명을 시도했고 그의 배경과 행보에 주목됐다.


지난 3일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지난주 유 전 회장 측 한 인사가 우리나라 주재 외국대사관에 정치적 망명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단순 형사범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유 전 회장은 '정치적 탄압과 종교적 박해'를 망명 이유로 주장했다. 난민법과 난민협약에 따라 종교적 박해 또는 정치적 탄압을 받는다고 인정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입장과 같다.


구원파는 검찰의 이번 수사를 두고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피하기 위한 '표적 수사'라고 말했다. 일종의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의미를 뜻한다.


이와 관련, 구원파는 지난달 15일 경기 안성 소재 금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적 재난이 된 세월호 사고는 해양경찰의 책임이 더 크다"며 "검찰의 수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소리 높였다.


지난 1일에는 "검찰이 '김기춘 비서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현수막을 내리라고 했다"며 "세월호 사고와 김 실장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유 전 회장의 망명 시도 역시 정치적 주장을 펼치면서 검찰의 수사를 흔드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하며 “검찰의 재산 환수에 맞서 참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탄압'을 명분으로 내세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유 전 회장이 구원파 신도들의 충성심을 강화하기 위해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망명 시도를 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검·경의 포위망이 좁혀지면서 자신의 도피를 돕고 있는 구원파 내 충성 집단의 이탈을 막겠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구원파 신도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도피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신도들은 역할에 따라 유 전 회장을 보호한 뒤 자신만 체포되는 방식으로 추적을 피하고 있는데 이에 검찰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된 신도들이 대가성 금품을 받았는지 밝혀진 것은 없다"며 "대부분의 신도들은 신앙적인 이유로 유 전 회장을 도왔다"고 밝혔다.


한편, 결국 망명 시도가 불발되면서 유 전 회장은 다시 한 번 궁지에 몰리게 됐고 오히려 사법처리만은 피하겠다는 강한 의지만 보여준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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