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 최우선 한다더니‥결혼식에 직원 ‘동원?’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롯데백화점 신헌 전 사장이 상품권 비리 의혹으로 사임하면서 롯데백화점이 격풍에 휩싸이고 있다. 신헌 전 사장이 롯데홈쇼핑 재직 당시 임원들의 납품 업체로부터 편의 제공 등의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신헌 전 사장이 사임했다고 해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롯데백화점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원준 신임 사장 역시 ‘클린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있었던 자신의 결혼식에 롯데백화점 본점 직원들이 ‘하객’ 명분이 아닌 일손 돕기 차원에서 대거 투입됐다.

결혼식 하객을 의전하고, 화환 등을 일일이 챙긴 것이다. 백화점 측에서는 경조사를 챙기는 문화를 이야기 하지만 사실상 백화점 직원들이 휴일에 ‘사장님’의 결혼식을 위해 휴일근로를 한 것이다.


직원 26명 모여 식장 안내, 화한 담당
과잉충성 vs 경조사 챙기는 문화‧관행



롯데백화점 신임 이원준 사장의 아들 결혼식에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웨딩 도우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를 논의하기에 앞서 직장 조직 서열 상 가만있을 수 없는 분위기가 앞서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 직원들 26명이 모여 신임 이원준 사장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해 안내 및 화환 등을 담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롯데백화점 경영지원본부 총무팀과 사원복지팀 직원들로 과장, 대리, 사원 등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전 9시 30분 서울 송파구 호텔롯데월드 3층 크리스탈볼룸 앞에서 모여 640여명이 들어가는 하객 좌석을 일일이 확인한 것으로 보도됐다. 26명 중 6명이 안에서 자리를 안내했으며 관리자는 좌석도를 카카오톡으로 전송했으니 확인하라는 지시를 했다.

또 다른 나머지 3명은 방명록을 담당했으며 신부쪽 방명록도 담당했다. 양가 화환 정리에도 2명씩 배치됐다. 이들 화한 담당은 누가 보냈는지를 조목조목 정리하고 식이 끝날 때 까지 화한이 없어지지 않도록 지켜보는 역할도 할당받았다.

3층 결혼식장까지 올라오는 길목의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정문 앞 등에도 1~2명씩 배치됐다.

일반적으로 결혼식장에는 의전도우미, 웨딩도우미 등이 따로 있다. 롯데백화점 직원들은 말 그대로 의전 및 웨딩도우미 역할을 한 것이다.

이들은 호텔 점심 대신 근처 롯데백화점 지하 롯데리아에서 끼리를 떼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롯데리아에서 끼니를 때우던 직원이 “사장님이 곧 도착하신다니, 다 드셨으면 이동하자”는 말에 한 직원이 햄버거를 입에 욱여넣었다. “(음식 나온 지) 10분도 안 됐는데…”라는 혼잣말이 옆 테이블까지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오전 11시, 혼주 가족들이 도착하자 더 바빠졌고 사전 지시를 받은 데로 2시간 동안 직원들은 일을 수행했다.

이와 관련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사장님이 해당 내용을 몰랐었다. 다만 한 조직의 경조사가 진행되면서 일종의 도움을 드린 것뿐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해명했다.

통상 기업의 사규에는 사적인 일에 직원들을 동원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그러려면 근로 명령이 있어야 하는 데 이럴 경우 휴일근무 수당이나 대체휴가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휴일근무수당이나 대체휴가를 준다고 해도 사적인 일에 회사 비용을 쓰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도경영 최우선 과제 삼았는데…


신임 이원준 대표이사는 대표가 되자마자 ‘정도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첫 임원 상견례 자리에서 “사소한 개인 비리도 용납하지 않겠다. 임직원 개개인의 도덕성을 모니터링 하는 제도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을 비롯한 1800여명의 협력사 사장들은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겸손하고 진실된 자세로 여러분과 동행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의 편지 또한 직접 작성해 편지를 발송하는 등 정도경영에 적극성을 보였다.

그간 롯데백화점에서는 ‘납품비리’ 의혹과 관련 위축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CEO가 직접 나서서 스킨십 경영에 나서면서 바뀔 수 있다는 변화 움직임이 형성됐다.

하지만 아들 결혼식에 직원들이 동원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자칫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게 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협력사에도 결혼식 사실을 쉬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칫 변화나 새로운 이미지 형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신임 이원준 대표는


신임 이원준 대표는 신격호 총괄회장, 이인원 부회장과 함께 롯데쇼핑의 대표이사 3인방으로도 내정돼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CEO라는 평가다. 앞서 신헌 전 사장이 불명예스럽게 사임하면서 급하게 내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간 경영성적표는 오히려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청주대 행정학과를 나와 1981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이후 2004년 롯데백화점 본점장으로 승진했으며 2008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2011년 롯데백화점 영업본부장, 2012년 롯데면세점 대표가 됐다.

이 대표가 상품본부장 시절 중소협력사 상품을 모아 기획 행사를 연 ‘롯데 온리(Only)’부터 명성을 쌓아왔다. 당시 300여개 협력사 전진대회에서 “경기 상황을 고려해 수수료를 올리지 않고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VIP를 위한 상품판매도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최초였다. 2009년 초 ‘대한민국 다이아몬드 봉황 국새(40억)’, ‘세계 최고급 브랜드의 럭셔리 요트(40억원)’, ‘소렌스탐과의 동반 라운딩 골프투어(5700만원)’, ‘롤렉스 다이아몬드 시계(6억5000만원)’ 등의 상품 판매를 주도해 냈다.

이 대표가 자리를 옮기면서 경영을 맡았던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조55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사상최대의 매출액이다.

이 대표의 행보에 롯데를 비롯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