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신뢰성 추락…‘S.O.S’

▲ 경남제약 오창환 대표(사진=홈페이지, 네이버지도)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경남제약에서 잇따라 악재가 불거지고 있다. 이달 초 검찰이 경남제약에 대해 허위 매출 기재 혐의로 공소를 제기한데 이어 식약처는 시험성적서 허위 작성 사실을 적발, 일부 제품에 대해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게다가 수년 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 업계 일각에서는 경남제약 매각설까지 나돌기 시작한 상태다. 오창환 대표를 비롯한 경남제약 경영진들로서는 ‘좌초’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시험성적서 허위 작성‧재무제표 조작 적발…이미지 ‘타격’
ETC시장 진출 ‘쓴 맛’ 재정상태 악화…매각설까지 나돌아


최근 경남제약이 잇단 악재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제약업계 및 <데일리팜> 등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판매 중인 일부 제품에 대해 이달 초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제조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것은 뉴마겐정과 경남비타민정 등 총 2개 품목으로, 오는 7월15일까지 해당 품목은 생산이 전면 금지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뉴마겐정과 경남비타민정 생산 과정에서 실제 시험을 하지 않고 시험성적서를 작성했다. 아울러 원료의 무게를 측정하지 않고 측정한 것처럼 제조기록서를 작성한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또 경남제약 세다목연질캡슐의 경우 품목광고업무정지 1개월(4월16일~5월15일)처분을 받았다. 이는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집행했다는 이유에서다.


허위 매출 논란


경남제약을 둘러싼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검찰은 허위 매출 작성 혐의로 경남제약을 공소 제기했다.


지난 3일 경남제약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과련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다”며 “법원 판결을 통해 관련 책임자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가 확정 되는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제반 법적인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경남제약(당시 HS바이오팜)의 이희철 전 대표와 재무관리총괄을 맡고 있던 김성호 씨가 같은 해 4분기 사업보고서에 총 5개 업체에 대한 49억원 상당의 허위 매출 내역을 기재했다는 혐의로 공소를 제기했다.


공시를 통해 경남제약은 “공소 내용에 기술된 2008년 5개 업체에 대한 허위 매출은 매출채권의 회수 및 대손충당금 설정 등으로 전액 정리돼 2013년말 현재 관련 매출채권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경남제약에 대한 검찰의 공소 제기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남제약의 주가는 장 중 한때 9% 넘게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스페셜경제>는 경남제약 관계자에게 시험성적서 및 허위매출 논란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문의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매각설의 실체는


이달 들어 경남제약은 시험성적서 위조와 허위매출 작성 등으로 연일 구설에 오른데 이어 업계 일각에서는 ‘매각설’까지 등장했다.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더벨> 및 M&A업계는 경남제약이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업계관계자들은 경남제약 매각설이 등장한 가장 큰 이유로 수 년 간 이어진 실적 부진, 편중된 제품 구조를 그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 경남제약의 재무 상태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남제약의 지난해 총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327억원, 5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당기순이익이다. 16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5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 잠시 흑자 전환했지만 ▲2011년 37억원 ▲2010년 40억원 ▲2009년 1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수년 간 손실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2009년 한때 17000원대에 이르던 주가는 지난 29일 종가 기준 1440원을 기록했다. 불과 5년사이 주가가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경남제약의 경영악화는 예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특히 제품군이 한정돼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겉잡을 수 없을만큼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남제약의 주력이자 대표 상품은 ‘레모나’이다. 지난해 마 기준 경남제약 전체 매출에서 레모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를 상회한다. 게다가 레모나를 포함한 일반의약품(OTC)의 비중은 전체 매출의 85% 수준.


일각에서 “제약사라는 명칭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큼 일반의약품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비타민군 제품의 매출은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20% 내외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던 것. 일시적인 매출 하락으로 판단하기에는 경쟁사들의 압박 역시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몇 년 간 전체 매출 역시 분명한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발목 잡은’ ETC 진출


결국 경남제약은 비타민군 제품 등 일반의약품에 편중된 매출 구조의 탈피를 위해 수년 전부터 전문의약품(ETC)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ETC시장 본격 진출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충북 제천에 공장 건설에 나선 것.


총 투자비는 400억원 규모로, 지난해까지 약 2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당초 준공 완료 시점인 2012년 12월을 넘긴 지난해까지도 공사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실상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이에 지난해 발생한 166억의 순손실 가운데 건설 중단된 제천공장이 106억원 손상차손 처리되는 등 경영지표에 악영향만 가져오게 됐다.


게다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이 공사 도중에 바뀌고 공장 규모 역시 변경되면서 어려움이 겹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만 것.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ETC 진출이 경남제약 입장에서는 오히려 독이 됐다”고 평가한다.


다만 일부 언론을 통해 경남제약 측은 “회사 매각은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매각설에 대해 일축했다.


경남제약은 각종 논란과 함께, 경영지표까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회사 경영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미 ETC 시장 진출 시도로 한 차례 ‘쓴 맛’을 본 경남제약 입장에서는 ETC 시장 재진출을 추진하기도, 그렇다고 OTC를 고수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시험성적서 논란과 허위 매출 기재로 기업 신뢰도에도 중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
결국 오창환 대표를 비롯한 경남제약 경영진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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