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동원해 직원 ‘뒤통수’?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EFC(구 에스콰이아)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사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노조해체를 위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경영진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속되는 매출 부진으로 인한 경영난에 30년만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현재 EFC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이에 조원익 EFC 사장 및 경영진들은 해결책 마련을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됐다.


노조 “사측, 최저임금법 위반 은폐하기 위해 성과제 도입”
매출부진에 30년만의 파업…일부 임원 도덕성 논란까지


에스콰이아는 지난 1961년 서울 명동에서 작은 수제화 매장으로 시작해 1980년대 금강제화와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표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이 회사는 한때 구두에서 핸드백, 가방, 잡화류, 의류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지만 매출 부진으로 인해 의류 영역을 정리하고, 현재 구두와 핸드백 등의 제조·판매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영에이지’ ‘미스미스터’ 등의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에스콰이아는 지난 2011년 회사 상호를 ‘EFC’로 변경했다.


노조탄압 논란


지난달 EFC(구 에스콰이아) 노조와 사측 간 심각한 갈등이 발생,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EFC에서 이번과 같은 대형 분규는 거의 30년 만에 발생한 것으로, 노조 측은 현재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EFC는 지난달 단체협약 해지 및 노조사무실 폐쇄조치를 취했다. 이에 EFC 노조(위원장 남봉희)는 ‘노조파괴 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경영진 즉각 사퇴와 노조 측 임금 인상안 수용을 주장하며 매장이 위치한 수도권지역 백화점 앞에서 10일 넘게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 1980년대 업계 최강자 중 하나로 꼽히던 EFC는 2000년대 들어 지속적인 매출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5000억원을 넘던 매출은 서서히 줄어 2012년에는 1800억원대까지 급감했다.


이에 EFC는 2009년 사모펀드 H&Q로 주인이 바뀌었고, 2012년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현재의 경영진이 들어오면서 노사관계에 ‘냉각기’가 찾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영진은 같은 해 전체 직원의 35% 수준인 23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지난해 임금교섭 과정에서 성과연봉제를 관철시키면서 노조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결국 사측은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 노조 사무실 폐쇄에 나서면서 노사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사측을 단체협약 위반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고발한 상태다.


노조가 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서면서 성남에 위치한 생산 공장은 현재 모든 생산 작업이 중지된 상태다. 이에 현재 영업 매장의 조합원들까지 파업에 동참하면서 본사 직원이 매장 제품 판매를 돕고 있는 상황.


진실은 무엇


특히 노조 측은 사측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노조 측은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5주간 파업을 유보해달라고 요청을 해 시간을 벌어놓고 노조전임자 복귀 인사명령 등으로 뒤통수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기다려 달라”는 사측의 입장에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사이 12월 9일 단체협상에 대한 실효를 통보 받았으며 노조 전임자들에 한해 복귀하라는 인사 명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같은 달 20일에는 조합비 공제 거부의사와 노조 본부 사무실 폐쇄 등의 조치를 통해 노조 탄압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EFC 측은 “7차례나 개최된 재교섭 요청에 노조 측이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에 조합비 공제와 노조 사무실에 대한 제공 의무를 중단하겠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노조 탄압은 근거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아울러 노조는 사측이 부당한 인사 발령을 자행했다고 주장한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영업부서 핵심 인력을 단순한 매장 관리 업무를 맡도록 부당 배치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인사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영업부서의 30여명의 인력을 직영 매장으로 발령했는데 이 가운데 19명이 노조원 출신으로, 사실상 노조 탄압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비노조원 출신인 상급자들이 노조원을 상대로 은근한 노조 탈퇴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이 사건은 현재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된 상태다.


최저임금법 위반 논란


노조 측은 “기본급이 지난해 최저임금 기준보다 월 21만원이 낮을 정도로 열악한 노동조건”이라며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를 숨기기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도한 것 역시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EFC가 지난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300만원의 벌금 처벌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이를 준수하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다수 언론을 통해 “최저임금보다 적은 액수를 지급받고 있던 직원들에겐 이미 지급을 마쳤으며 퇴직자들에게도 지급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또 근로기준법 관련 논란에 대해 “재정난으로 상여금 지급이 10일정도 지연된 적이 있는데, 사전 협의를 위해 노력했으나 당시 노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이번에 불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영업 적자로 인해 급여지급이 힘들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순차적 도입을 전제로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뉴스>등에 따르면 남봉희 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일부 경영진이 자사 골프제품을 60%대의 할인을 적용 받아 구매하고 잔액을 현금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해당 직원은 사비를 들여 구입한 것이며, 할인가 적용 역시 사전 보고 후 허가 하에 이뤄진 일이라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EFC는 지속되는 경영난에 30년만의 직원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에 빠지고말았다. 극적인 합의를 통해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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