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주머니 털어, 연예인들 광고비 준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2013년 유행처럼 번진 말은 ‘등골 브레이커’였다. 높은 값으로 부모들의 등골을 휘게 한다고 해 농담처럼 붙여진 이 말은 학생들이 착용하는 가방, 옷, 신발 등에 해당 됐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갑은 아웃도어 브랜드였다. 20만원이 넘는 고가의 패딩 점퍼를 ‘찌질이 점퍼’라 부르는 등 폭발적인 가격으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렸다. 2013년 불어 닥친 아웃도어 열풍을 <스페셜경제>가 파악해 봤다.


‘한국엔 히말라야가 몇개냐’는 말까지 나와‥50만원 껌 값?
날로 치솟는 가격·상품 가치는 ‘글쎄’‥계속되는 ‘거품 논란’


최근 불어 닥친 아웃도어 열풍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겨울에 들어서며 아웃도어 브랜드를 입은 사람들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입으면서 아웃도어의 ‘거품’도 자연스레 논란이 됐다.


대한민국이 그리 추운 날씨가 아님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20만원이 넘는 고가의 아웃도어를 입는가 하면, 학생들이 50만원이 넘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며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까지 나왔다.


날로 높아지는 매출


이러한 구매로 인해 아웃도어 시장은 언제나 호황을 이뤘다. 경제 난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출은 끝을 모르고 상승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패션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격고 있는 것과 달리 아웃도어 산업은 급팽창하고 있다. 매출 상위 10대 아웃도어 브랜드의 지난 3년간 매출액만 살펴봐도 전체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대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액은 노스페이스(영원무역)를 선두로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네파, 컬럼비아, 밀레, 라푸마, 아이더, 레드페이스 순으로 전체 6조원 시장의 78.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명도가 높거나 전체 매출과 매장수가 많아도 대리점별 평균 매출은 비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상권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브랜드 전체 매출과 매장수 대비 대리점 매출은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유명 브랜드 대리점(직영 포함)들의 연간 평균 매출은 최저 3억 원에서 최고 25억여원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상위 10위 브랜드 중 매출 1위인 노스페이스는 전국에 296개의 매장(직영·백화점 등 포함)이 있다. 지난 2012년 연간 매출액이 6450억 원(본사 공개)이라고 할 때 대리점 한 곳 당 연 평균 21억7900여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셈이다. 상권과 매장 규모 등에 따라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한 달 평균 1억81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꼴이다.


매출 2위인 코오롱스포츠는 상대적으로 적은 235개 전국 매장에서 한 해 동안 6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매장당 평균 25억9000만 원(월 2억1000만원)을 올렸다. 단순히 평균 매출로만 보면 오히려 1위인 노스페이스 보다 평균 3000만원이 많은 셈이다.


3위는 K2로 전국에 274개 매장이 있으며 총 연간 매출액이 5500억 원에 달해 매장당 평균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월간 1억 67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또 4위 블랙야크는 전국에 310개 매장에서 연간 51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대리점 당 월 평균 1억37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5위인 네파는 전국에 320개 매장에서 총 4600억 원을 올려, 매장당 14억3700여만 원대(월 평균 1억1900여 만원)의 실적을 보였다. 6위 컬럼비아는 184개 매장에서 3100억 원 등의 매출을 기록해 매장당 평균 16억8400여만원대(월 1억4000만원)의 매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총 매출액 기준으로 9위인 아이더는 205개 매장에서 연간 21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대리점 한 곳 당 평균 매출 규모가 10억2400만 원(월 8500만원)에 불과했다. 자매브랜드인 K2에 비해서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매출액 기준 10위에 랭크되어 있는 레드페이스는 전국에 396개의 매장이 있다. 이들 아웃도어 브랜드 가운데 제일 많은 수의 매장을 가지고 있지만 총 매출액은 1500억 원에 불과해 매장당 한 달 평균 매출이 3150만여원에 불과했다.


공정위 날선 시각으로 주시 중‥업계들은 초 긴장상태


분위기 뒤숭숭해지자‥‘절대반대’외치던 할인도 시작


폭등하는 가격‥모델비가 원인?


가격이 급등한 데에는 이들이 광고비용으로 지출하는 비용을 메우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국내 10대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노스페이스(영원무역)를 선두로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네파, 컬럼비아, 밀레, 라푸마, 아이더, 레드페이스 중 모델을 쓰지 않는 곳은 컬럼비아 한 곳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뿐 아니라 일반 고객들에게 낯선 브랜드들도 고가의 모델 ‘모시기’에 나서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게 드는 비용이 엄청난 만큼, 이들의 몸값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델들의 몸값이 공개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저 비용이 내 손에서 나간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델 값 공개를 유독 조심하는 모양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흔히 한류 스타라 부르는, 해외에서도 파워를 가진 A급 스타들은 10억 원, 국외 인지도는 저조하지만 국내 인지도가 높은 스타는 4~6억 원, 아이돌이나 최근 드라마를 통해 주목을 받는 신예 스타들은 2~3억 선 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신예스타가 등장할 것을 대비해 1년 계약을 기준으로 하며, 성장단계에 있는 스타들의 경우는 금액이 변경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또 브랜드의 ‘이름 값’이 스타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 금액을 모델 측에서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기준 비용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모델료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모델 비 뿐 아니라 TV나 지면에 광고를 내보내는 ‘광고비’도 엄청나다. 확실한 효과를 노리기 위해 ‘황금시간대’로 불리 우는 10시 드라마 시작 전, 후를 사수하기 위해 드는 비용도 상상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기가 있는 드라마의 경우, 아웃도어 브랜드가 연달아 광고에 등장하며 ‘홈쇼핑’을 생각나게 할 정도이다.


무리한 배팅의 원인은?


이 같은 무리한 배팅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전략이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 들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스타 효과’만한 것이 없기 때문.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금이 넉넉지 않은 탓에, 이런 고가의 비용은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가중 될 수밖에 없다.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모델 한 명을 잘 선정할 경우, 그 해 매출이 완전히 달라진다. 흔히 말하는 ‘대세’ 모델들을 영입할 경우 주 구매층인 10~20대에게 인지도나 호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며 “대신 이런 비용들이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웃도어 관계자들은 이 얘기에 전면 반박했다. 아웃도어 관계자들은 “광고 예산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다. 거기에 맞춰 모델을 기용해 광고를 진행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모델 비와 상품 가격인상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심차게 발을 디뎠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문을 닫은 아웃도어도 엄청났다. 업계의 스타마케팅 경쟁으로 모델료가 상승해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스타급 모델 기용에 뛰어들었다가 그 돈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쟁에 끼어들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소비자 인식 변화해야‥‘가격만 올라’


대부분 고객층이 학생으로 이루어진 아웃도어 시장에서 대부분 원하는 제품은 한정되어 있다. 모델들이 착용한 ‘초고가’제품들이다. 실제로 모델들이 입고 촬영한 제품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OOO 완판남’이라는 기사로 나오기도 한다.


K2는 올해 신제품으로 선보인 하이킹 라인의 방수 재킷(블루색상)이 출시된 지 불과 2개월만에 초도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고 지난 10월 밝혔다. 본 상품은 K2의 ‘플라이워크’ 캠페인에서 자사 모델 현빈이 직접 착용해 일명 ‘현빈 방수 재킷’으로 불리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승기가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퍼스트룩’이 CJ오쇼핑 단독 런칭 방송에서 최대 매출 기록을 세우며 완판됐다. 이승기가 모델로 나선 이 제품의 가격은 3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패딩에 비해 가격이 싼 편이지만, 쉽게 구매할 만큼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에는 엄청난 판매량이었다.


최근 하지원이 ‘노스케이프’ 모델로 등장해 ‘하지원 구스 다운’으로도 알려진 ‘와일드 네오 Ⅱ 다운 재킷’은 47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완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없어서 못 파는’ 웃지 못 할 현상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고가정책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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