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공사개혁’ 뒤에선 ‘낙하산 투척’

▲현오석(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선포한지 한 달 만에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공개하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부채감축과 방만 경영 해소, 임원 보수 삭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며 더 이상 공기업이 철밥통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독버섯으로 존재했던 수백조원에 이르는 공기업 부채를 반드시 줄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시사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듯 개혁 카드의 실효성에 대해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일선에 배치되어야 할 낙하산 인사 해결이 개혁카드에서 빠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에서 공기업 개혁을 외치지만 뒤에서 낙하산을 투하한다는 비난을 쏟아 붇고 있다. 이는 최근 잇따른 친박인사의 공기업 수장 임명과 무관치 않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공기업 낙하산 인사에 대한 의혹을 짚어봤다.


정부가 지난 11일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 대책을 발표했다. 500조원에 육박하는 공공기관 부채 감축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이 했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평균 20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자산매각과 사업조정 등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누적된 부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특히 부채가 과도한 12개 공공기관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부채감축 미진시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는 등 강력한 조치로 부채관리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부채증가율 당초 대비 30% 축소, 불필요 사업 구조조정 등 사업 원점 재검토, 부채증가사업의 재원조달방안 정밀 점검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 기관 자체 신규사업은 예상수입범위 내에서만 투자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토록 하는 강도 높은 대책안을 마련했다.


화려하지만 속 없는 대책


현오석 국무총리는 “공기업 잔치는 끝났다”며 방만 경영에 몸살을 앓고 있는 공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번 고강도 공공기관 개혁 발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근절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낙하산 근절에 대한 큰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지난 정권과 마찬가지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최대한 티가 나지 않는 방안에서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기업혁신 대책 발표…알맹이 없는 정상화 가능할까(?)
현명관‧김성회‧김학송 카드…친박인사 꼬리표에 ‘국민분노’


현 부총리는 “파티는 끝났고 우리 모두 고지서에 답할 시간이다. 고지서는 누구와 함께 먹었고 누가 그 식당에 가라고 했는지를 따져서 발급되지 않는다”며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위험 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말했다.


이는 공기업이 지금까지 관리 잘못으로 인해 부채가 증가해 위기를 맞았지만 앞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결국 공기업의 부채 증가로 인한 사회공공요금 인상 등에 대한 허리띠는 국민 모두가 져야한다는 것이다.


친박 논란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의 목소리를 드높였지만 같은 날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의 새로운 수장으로 첫 발을 내딛는 촌극이 빚어졌다.


▲좌로부터 김성회 한국지역남방공사,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11일 김학송 새누리당 전 의원이 신임 한국도로공사 수장으로 취임했다. 김 전 의원은 경남 진해에서 16~18대 의원을 지냈지만 19대 총선에서 친박 배제 여론으로 공천에 탈락했다.하지만 도로공사 사장 공천시작과 함께 줄곧 내정설에 휩싸이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가중됐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김 사장이 1차 공모에서 지원하지 않았지만 이후 도로공사 유력 내정자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도로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김 전 의원이 포함되지 않은 기관장 후보 명단을 확정했으나, 정부가 이례적으로 임추위 후보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공모까지 거치면서 김 전 의원이 낙점 받았다는 설이 돌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때부터 이미 김 전 의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이 흘러 나왔다. 김 의원이 이미 도로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인사검증을 마쳤으며 이사회 의결만 남은 상태라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전임 장석효 사장때부터 낙하산 인사에 대한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닌 곳이기에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장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최측근 인사로 한반도 대운하 특별팀장을 맡는 등 4대강 사업의 총사령관으로 이름을 날렸다.


장 전 사장은 건설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등 낙하산 인사의 오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도로공사는 12개 부채과다 기관에 포함된 중점관리 대상으로 이런 기관에 공천탈락 보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인사가 이뤄진 것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위), 한국도로공사(아래 좌), 한국마사회(아래 우).


지난 12월1일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25조3482억 원으로 공기업중 5번째로 부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마 포기에 대한 보상으로 낙하산 인사를 보장 받은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면서 “검증이 안 된 인사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공기업 수장 인사가 치러질 경우 공기업의 부실경영은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마포기는 뒷거래(?)


낙하산 인사로 낙인찍힌 인물은 김 사장 뿐만은 아니다. 이날 또 다른 낙하산 인사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수장으로 내정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은 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화성출신으로 육사를 졸업하고 육군 대령 예편 후 18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 는 지난 10월30일 화성갑 보궐선거 때 새누리당 공천에서 친박 중진 서청원 의원에게 양보하면서 지역난방공사 사장 자리를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보은인사 낙하산 인사 논란을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8일 열린 취임식에서 “경영혁신을 통한 강도 높은 부채관리와 방만 경영이라는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고 사회적 책임강화를 통한 신뢰와 존경받는 국민의 기업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의원은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내정 소식에 기가 막힌다”며 “지난번 경기 화성 보궐선거 당시 낙하산 인사를 약속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힐난했다.


우 의원은 또한 “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조 최고위원도 “공공기관 방만 경영이란 열매는 낙하산인사라는 씨앗에서 자랐는데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대책에는 낙하산 인사에 관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사회도 영락없이


이에 앞서 지난 5일 한국마사회 수장에 오른 현명관 전 삼성물산 사장도 낙하산 인사의 전형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 회장은 삼성그룹의 비서실장, 삼성물산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2006년,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연속 낙선했지만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새누리당 캠프에서 정책위원을 맡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 재계 인맥으로 꼽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사회는 국내 대표적인 공기업으로 가장 큰 세금을 납부하는 알짜 공공기관이다”며 “방만 공기업의 대표주자인 한국마사회 또한 지금까지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이번에도 낙하산이 떨어지는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마사회는 도박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레저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직원 비리 등과 맞물리면서 비리 백화점의 오명을 쓰고 있다.


잔치는 끝나고 고지서만 남아…영수증 왜 국민에게 돌려
공기업 인사 77명중 34명 낙하산 논란…국민 부담 가중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따르고 충성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준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며 “대통령의 지시만 기다리는 대기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양 최고의원은 “올해 임명한 공공기관장 77명 중 절반에 가까운 34명이 낙하산 인사”라면서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씀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우 최고위원도 “작년도 공공기관 평가에서 해임이나 경고를 받은 엉터리 공공기관장 18명중 15명이 새누리당 정치인 출신이거나 이명박 정권이 꽂은 낙하산 출신으로 드러났다”면서 “문제는 박근혜 정권도 똑같은 전철, 아니 그보다 더한 낙하산 쇼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7명 중 34명 낙하산


앞서 정부는 공기업 부채감소를 위해 12개 공공기관에 대해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목했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주요 관리대상 공공기관 12곳을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이 출범한 2008년 이후 31명이 인선됐고, 이 가운데 25명(80.7%)이 낙하산 인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낙하산은 절반에 가까운 15명으로 조사됐다.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의 전횡을 보여준 셈이다.


이 연구소는 또한 “올해 10월말 현재 295개 공공기관 중 77명의 기관장이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뒤 임명됐다”며 “이 중에서 정치권이나 주무부처 관료들이 임명되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볼 수 있는 기관장이 34명으로 44.2%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해임건의나 경고 등 낙제점을 받은 기관장 18명중 15명이 정치권이나 주무부처 등에서 온 낙하산 인사”라며 “공공기관의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낙하산으로 투입하는 기관장 인사 시스템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수장의 경우 내부 인사가 아니면 모두 낙하산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낙하산 인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 시스템으로 공공기관을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권 분권화 한다더니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과 인수위 시절부터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를 뿌리 뽑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산하기관장에 대한 장관의 인사권 보장과 인사권 분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장 임명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3배수를 추천하고 이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복수 후보로 올리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기관장을 간택하는 것이어서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는 태초부터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청와대나 대통령과의 관계 등으로 자리에 오름으로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데 있다”며 “이러한 인사는 자신의 자리와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한 방만 경영을 부추겨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비판했다.


사회공공연구소는 “공공기관 문제점에 대해 정부가 지난 7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현 부총리의 ‘파티는 끝났다’, 12월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등 개혁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는 모두 하향식의 일방적 지시와 주문이어서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공론화를 형성해 이해관계자와 대화하고 토론하는 소통이 결여돼 있다”고 진단했다.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낙하산 인사다”며 “외부인사가 들어오는 것이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 정책이나 과제 등에 대한 이해 없이 관계만으로 수장에 취임하는 것이 낙하산인사의 전횡이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를 검증하는 시스템이 공공기관에 자리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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