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점 철수‥사람들은 위치도 모른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국내 3대 백화점이라 불리는 현대백화점에도 최근 골칫거리가 생겼다. 바로 부산 범일역 앞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부산점이다. 최근 영업 부진에 시달린 것도 모자라, 명품 브랜드들이 모두 빠져 나가며 ‘동네 아울렛이냐’는 비아냥까지 감수하게 됐다.


‘루이비통’에 이어 ‘에르메스’, ‘샤넬’이 모두 빠져 나가면서 3대 브랜드가 모두 백화점에서 빠지게 됐다. 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명품 브랜드들이 사라지면서 현대백화점도 고개를 숙이게 됐다.



루이비통 이어 에르메스·샤넬도 떠난 부산점‥백화점 맞아?
홍보 미숙에 투자 부족 논란까지‥“아직 위치 모르는데요?”


백화점 하면 저절로 따라오는 단어는 ‘명품’이다. 각 백화점들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명품 브랜드들과 손을 잡기 때문. 때문에 백화점들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과도하게 낮은 수수료를 적용해 주거나, 인테리어 비용을 직접 부담하면서 까지 명품 브랜드 매장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왔다.
특히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은 우리나라 3대 고가 수입 브랜드로 백화점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시작은 루이비통


지난 2월 현대백화점 부산점 1층에 위치해 있던 루이비통이 철수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루이비통의 매출 부진을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원인으로 제시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비통의 매출이 부진해 평당 효율성이 떨어져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루이비통 측은 즉각 반발했다. 루이비통 측은 “루이비통 제품의 인기가 떨어지거나 매출이 좋지 않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계약 기간이 끝났고 현대백화점이 아니더라도 부산에 매장을 3개나 운영하고 있다”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루이비통 측의 말에 힘이 실렸다. 루이비통은 애초 한국 내 전체 매장 수를 일정 수준 이상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펴왔다. 자연스레 루이비통 측은 신규 매장 오픈 전에 매출이 저조한 매장을 정리한다는 예상이 나왔기 때문.


실제로 현대 부산점 매출은 부산 지역 내에서 루이비통이 입점해 있는 롯데 부산본점(8,800억원)이나 신세계 센텀시티점(7,62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3,000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비통 입장에서는 매장이 한정된 가운데, 매출이 저조한 백화점에 굳이 매장을 내어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현대백화점 측의 말 보다 루이비통 측의 말에 힘이 실리는 이유이다.


한때 해외 명품 브랜드 ‘빅4’를 앞세워 최고급 백화점 이미지를 굳혔던 현대백화점은 ‘명품 백화점’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년도 안 돼 줄줄이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10개월이 지난 12월 이번에는 에르메스와 샤넬이 동시에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철수 했다는 이야기가 퍼져 나왔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가 지난 9월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매장을 철수했다. 루이비통이 올해 1월 말 같은 지점에서 매장을 철수한 지 8개월 만이다.


또 샤넬은 이달 말, 구찌는 내년 초 계약이 끝나는 대로 현대백화점 부산점에서 매장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까르띠에, 토즈 역시 내년 초 끝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이들이 물러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명품샵’은 백화점의 판매에 직결되는 동시에 이미지에도 직격타를 줄 수 있기 때문.


에르메스의 경우 국내 매장의 개수가 10개에 불과한 ‘소수를 위한 최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다. 루이비통보다 더 적은 매장 개수를 유지 중이기에 매출이 잘 나오지 않는 매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명품들 사라지는 까닭


명품 매장들이 이유 없이 줄줄이 빠질 리 없다. 왜 그러는 것일까. 포털사이트 게시판에서 A씨는 “다른 업체들이 부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 아무것도 없었으니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현대백화점의 투자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B씨 역시 “아직도 무슨 돛대기 시장처럼 백화점에 투자나 마케팅을 안 하는 부산현대백화점이 살아날 수 있을까?”라며 “내가 보기엔 그곳은 백화점이 아니라 좀 좋은 마트(?)로 전락한지 오래 된 것 같다. 위치도 애매하고 동네분위기도 럭셔리와 거리가 멀다”라며 꼬집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센텀 등은 공격적인 투자로 부산에 확실히 자리를 잡기 위해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고객이나 매장이 여유가 있었기에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것에 기댔다는 평이다.


몇 몇 사람들은 “건물 위치가 문제다. 어디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의견부터 “백화점이 아니라 곧 아울렛이 되겠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애당초 위치가 문제였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대백화점 부산점의 위치가 백화점이 동떨어진 위치가 아닌 여러 건물들과 섞여 있어 복잡하다는 의견들도 주를 이뤘다.


현재 3대 백화점 중 부산 지역에 있는 점포는 총 6개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은 부산진구와 해운대구 센텀시티·동래구·중구에 각각 1개씩 총 4개 지점을 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후발주자였던 신세계 백화점은 센텀시티에 집중 투자하며 몸집을 키웠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일단 위치도 문제다. 해운대나 센텀시티 등에 비해 상권이 좋지 않다. 명품 매장의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게다가 상권이 좋은 백화점들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와중에 현대백화점의 투자는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유행, 홍보에 따라 많이 갈리는 것이 고객인데, 현대백화점이 이를 너무 소홀이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계약 기간이나 그런 부분은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며 “부산점이 인근 경쟁사 점포보다 규모가 작아 매출이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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