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구로 전락 했나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지난 2008년 12월 MB정부는 자원외교를 통한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대한광업진흥공사를 한국광물자원공사로 새롭게 개명했다.


공사는 국내‧외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를 누비며 탐사와 개발을 통해 자원외교를 활발히 펼쳤다.


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못해 가혹했다. 46개 사업장 중 19개의 사업장은 적자를 기록했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더미에 올라섰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고정식 사장은 “에너지‧자원정책을 담당한 경험을 토대로 세계적인 글로벌 광업 메이저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그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어두운 그림자만 남아있다. 정부는 최근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공사를 비롯해 석유 공사, 가스공사 등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의 통폐합을 밝혀 앞으로 광물자원공사의 미래가 불투명해 졌다.

MB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결국 산더미 같은 빚만 남긴 채 구조조정이라는 철퇴를 맞게 됐다.


지난 16일 정부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한국전력 및 발전자회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수행해온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통폐합 시킨다고 밝혔다.


정부는 4개 에너지공기업의 부채가 150조에 이르러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투자여력을 상실한데다 그동안 국내 공공기관들끼리 투자경쟁을 하는 등 무분별한 투자로 사업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철퇴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8년 해외자원개발에 발맞춰 자원을 통한 외교를 골자로 탄생했다. 에너지와 자원의 자립성을 키우면서 2019년까지 6대 광종 자주개발률을 4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내걸었다.


하지만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은 성공보다 실패로 도배됐다. 공사는 지난 6년간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3조2,000여억원의 재원을 투자했지만 수익은 2,200억여원에 그쳐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변했다.


46개 해외자원개발사업중 19개가 적자를 기록했고 8개의 사업장은 손익실적 자체가 전무했다. 3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광물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2013년(8월) 광물자원공사의 해외사업 투자액 총액은 3조2,73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08∼2012년 연도별 투자액은 2256억원, 3576억원, 3664억원, 7794억원, 8368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손익실적은 6년간 합계 2275억원을 기록하면서 평균 수익률 6.9%를 올리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개별사업별로 살펴보면 전체 46개 해외사업 중 19개인 41.3%가 적자로 나타났다. 이중 8개의 사업장은 손익실적이 집계되지 않았으며 그 중 3개는 투자액이 없었지만 나머지 5개 사업은 투자를 하고도 조기에 사업을 접거나 진척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3.2조 투자 회수율 6.9% ‘경악’…국민세금으로 ‘자원놀이’
해외사업 46개중 19개 적자…자원개발 ‘구조조정’ 초강수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이 150억원으로 적자가 가장 컸고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사업은 9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동광사업도 77억원 적자를 봤다.


그나마 호주 스프링베일 유연탄사업에서 1,033억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체면을 살렸지만 나머지 사업장은 대체로 수익성이 낮았다.


눈덩이 부채 ‘어떻게’


한국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 개발을 기점으로 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1997년 3,206억원에서 2012년 2조3,766억원으로 640% 늘었다. 문제는 부채비율이 2006년(88.3%)까지 감소세를 보였으나 이후 반등해 지난해 177.1%로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2008년과 2012년 사이에는 부채가 약 2조원 늘어 증가율이 447%에 달했다.


부채액은 2009년 9006억원에서 2013년 6월 현재 4조356억원으로 4년 만에 4.48배로 불어났다. 부채비율도 120.2%에서 250.1%로 치솟았다.


이는 정부의 제3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에 따른 무리한 해외광산 투자가 주요 원인이다. 2008∼2012년 해외투자액 2조5,658억원 중 외부차입액이 1조7,097억원으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김한표 의원은 “무분별한 외부차입을 통해 정부출자금을 초과하는 해외자원개발투자에 나섬으로써 공사의 부채가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났다”며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투자재원 다각화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동양시멘트 불법대출


광물자원공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해외사업 부실만은 아니다. 국내 민간 대기업인 동양시멘트에 융자해 주고 아직까지 상환 받지 못한 채권이 1427억원에 이른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광물공사는 지난 2010년 동양시멘트와 그 자회사 등에 총 2170억원을 대출해 줬다. 하지만 현재까지 743억원만 회사됐고 나머지 1427억원은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의원은 “광물공사가 지난 2010년 내부규정을 바꾸고 회사채까지 발행해 가면서 동양시멘트와 같은 대기업에 1,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 준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자원 개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원 확보가 쉽지는 않겠지만 공사의 타당성 없는 자원 개발 계획과 이를 회수하지 못하는 방만경영이 부채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고 사장이 추진하는 글로벌 자원 강국 계획은 메아리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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