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연장 틈 타‥왕자의 난(難) 발발?

[스페셜경제=조경희 기자]제2롯데월드 타워 안정성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이 최근 오너 일가의 행보에 변화가 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 17일 고관절에 ‘실금’이 가면서 입원한 상태로 주내 퇴원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간 신 총괄회장은 끊임없는 ‘와병설’이 이어져 왔다.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형제간 ‘경쟁’을 벌여왔고 신 총괄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건강 악화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특히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형제간 이상기류가 관측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에서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경쟁에 대해 살펴봤다.

신동주 부회장VS신동빈 회장, 계열사 지분매입 ‘맞불’
후계 구도 재편 초읽기?…롯데쇼핑, 호텔롯데 변화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재계에서는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도 짝수와 홀수로 나눠 경영을 직접 챙겨왔다. 1, 3, 5월 등 홀수달은 한국에서 2, 4, 6월 등 짝수달은 일본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11년 초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이러한 ‘셔틀’ 경영을 해왔으나 같은 해 2월 차남 신동빈 회장에게 롯데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하지만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로 지분 경쟁에 돌입하면서 롯데그룹 내 냉기류가 흘러나왔다.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장남과 차남이 경영하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것.

특히 신 총괄회장이 이에 대해 특별한 액션을 보이지 않으면서 ‘와병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줬지만 신격호 회장은 ‘바쁜’ 행보를 보여왔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5월에도 고향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를 찾았다. 43년째 이어진 고향 마을잔치다.

이 잔치에는 고향 출신 주민 1600여명이 초청됐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마을잔치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 별장에 머물며 손님들을 맞았다. 또 ‘설’은 일본 롯데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출국, 일본에서 보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던 것.

이런 신 총괄회장이 장, 차남 간 지분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특별한 액션이 없다는 것에 대해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와병설 등은 절대 아니고 입원 후 지난 주 퇴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격호 회장, 고관절 골절로 입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고관절(엉덩이관절) 골절로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넘어져 고관절에 실금이 간 상태다.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동 중 넘어져 살짝 실금이 간 것 뿐”이라며 “이번주 내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매입 경쟁 <왜>


롯데그룹은 이미 자산승계율이 90% 이상 진행된 유일한 5대 그룹이다.

지난 8월 29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롯데, 두산 등은 자산승계가 완성됐거나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신격호 총괄회장은 총 주식자산이 2722억 원으로 자산승계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장남과 차남에게 대부분을 넘겼기 때문이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거의 전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 자산이 2조235억 원에 달한다.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1조8565억 원, 장녀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2971억 원, 차녀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164억 원 등으로 2세들이 보유한 자산은 총 4조1935억 원으로 승계률이 93.9%로 집계됐다.

또 신동빈 회장이 한국롯데를,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를 경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최근인 이달 13일까지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10년 만이어서 형제간 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월 29일 롯데케미칼 주식 6만2200주를 매수했다. 지난 1월 처음으로 롯데케미칼 주식 4만주를 인수한 데 이어 2번째 추가 매수다. 신 회장은 0.12%에서 0.30%까지 지분이 늘었다. 같은 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쇼핑 이사도 장내매수를 통해 1117주(1억8318만8000원)를 매수했다.

당시 롯데쇼핑은 “주가가 저평가가 된 상황에서 (그룹 오너로서의)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의 매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신동주 부회장은 지난 8월 9일 롯데제과 주식 643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신 부회장의 지분율은 3.48%에서 3.52%로 높아졌다. 당시 신동빈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5.43% 였다. 하지만 신동주 부회장이 지난 10월 15일 또 다시 롯데제과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

신 부회장은 지난 10월 15일부터 3일간 577주를 사들였다. 신 부회장의 지분율은 3.57%에서 3.61%(5만1290주)로 올랐다.

이때부터 이미 형제간 지분 경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평가가 시작됐다. 일본롯데를 총괄하며 국내 경영에 크게 참여하지 않았던 신 부회장이 연이어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하면서 형제가 지분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12월 13일 기준 롯데제과 지분구조는 롯데알미늄 15.29%, 신격호 총괄회장 6.83%, 신동주 부회장 3.69%, 신동빈 회장 5.34%, 신영자 이사장이 2.5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탈세’ 및 해외 ‘은닉’ 재산 조사4국 세무조사 연장
日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쇼핑 출자구조 변화

호텔롯데 힘 실리나


신 부회장은 지난 11일, 12일에도 각각 361주, 227주를 장내매수로 사들였다. 신 부회장은 현재 5만2454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수치로만 보면 미미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호텔롯데’에 힘이 실리게 됐다. 즉 후계구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으며 롯데쇼핑이 호텔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2일 롯데쇼핑은 공시를 통해 호텔롯데의 주식 7만9254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이달 내 예정으로 호텔롯데와 롯데부여리조트, 롯데제주리조트 합병으로 인한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이번 일이 성사되면 출자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다. 법적으로 금지한 상호 출자금지 해소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롯데 그룹 내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롯데는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롯데홀딩스로 19.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호텔롯데는 1948년부터 과자제조업을 영위해 온 롯데를 비롯한 그룹계열사들의 경영효율화를 위하여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하는 기업 재편 당시 지주회사로서 설립됐다.

호텔롯데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과 함께 계열사를 지배해 왔는데 롯데쇼핑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매각하면 호텔롯데에 힘이 실리게 된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 일본 투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역시 일본 롯데홀딩스로 신동주 부회장에게 힘이 더 실린다는 평가다.

당장 호텔롯데는 롯데쇼핑(8.83%), 롯데제과(3.21%), 롯데알미늄(13%), 롯데상사(34.6%), 롯데건설(38.3%) 등 많은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호텔롯데 계열사인 롯데건설, 한국후지필름 등 계열사 지분까지 더해지면 신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호텔롯데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 재계 전문가의 평가다.

신동주 부회장이 주축이 되는 일본 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쇼핑의 출자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에 신 부회장이 사재를 털어가며 계열사 지분 매입에 나서자 신동빈 회장도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한 것이 아니겠냐는 말이 나오는 것.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금지한 상호 출자금지를 해소하는 것뿐이며, 롯데쇼핑은 호텔롯데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변화는 없다”라고 전했다. 또한 “신동주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롯데제과에 관심이 많아 롯데제과 지분을 사는 것뿐이며 금액도 10억원 내외여서 형제간 지분 경쟁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분 매입 경쟁은 롯데쇼핑이 국세청 조사 4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이어졌다. 오너 일가의 탈세 및 해외 은닉 재산을 담당해오던 조사 4국의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컸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신 회장이 주식 매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무조사도 연장‥‘빨간불’ 켜지나


그간 롯데그룹은 MB정권과의 연계설로 인해 사전당국이 제2, 제3의 CJ그룹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특히 정기 세무조사냐 아니냐를 두고 말이 나온 가운데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가 연장됐다.

롯데그룹은 지난 7월 세무조사 당시에도 이상기류가 포착되는 등 사정기관 내정설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난 7월 16일 서울지방국세청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조사1·2·4국과 국제거래조사1과 등 12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가 끝난 지 한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기도 했다.

특히 롯데쇼핑과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및 편법 지원 등을 통한 탈루 여부 등에 대한 정황을 포착하고 기획 조사를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에 앞서 롯데그룹의 광고계열사인 대홍기획과 롯데시네마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각각 공정위와 감사원으로부터 조사와 감사를 받았다.

조사4국은 이미 롯데쇼핑에 대한 서류와 전산자료 압수에 이어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금융거래까지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국세청 조사1국은 대기업, 조사2국은 유통기업을 담당하며 국제거래조사국은 외국계 기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수행하는 곳이다.

롯데쇼핑의 해외 법인은 물론 오너 일가의 탈세 및 해외 은닉재산 등에 대한 조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후계 구도 재편까지 거론되고 있는 롯데그룹. 형제간 혹은 부자간 전쟁 없이 2세 경영을 시작한 롯데그룹의 앞날이 풍전등화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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