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논란·대선개입의혹‥조용할 틈 없었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박근혜 대통령은 1년 전인 지난해 12월 19일 대한민국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정치계에서 이토록 많은 일이 연거푸 터진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으로 시작해 국정원 댓글 조작, 이석기 전 의원 종북 논란, 채동욱·윤석열 찍어내기 사건 등 까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윤 전 대변인 사건, 이석기 의원 사건 등은 대한민국 이라는 이름에 오점을 남긴 사례로 기록 될 전망이다.


윤창중 시작으로 고위관계자 줄줄이 사퇴‥‘불통인사’
국가정보 지키는 국정원이 ‘파워 트위터리안’이었다?


1년간 당선인 신분을 거쳐 국가수반 역할을 수행해온 박 대통령은 그동안 국내·외 현안에 대해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국정을 이끌어왔다.


박 대통령의 취임 초 불거진 정부조직법 처리협상 지연과 내각 1기 구성 과정에서의 인사 논란 등은 ‘불통’으로 표현되는 박 대통령식 국정운영의 그늘을 보여준다.


‘불통 인사’ 낙인찍히나


정부조직법 처리 문제에서는 여야의 힘겨루기 속에 여당은 청와대의 입장만 전달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박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 대신 불통을 택하면서 우려를 낳았다.


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로 시작해 개각 과정에서 빚어진 인사참사는 박 대통령의 인사방식이 ‘나홀로 검증’에 치우쳐있다는 비판을 더했다. 이 탓에 정권 초 지지율이 40% 초반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발생한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은 집권 초반 인사난맥상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며 박 대통령 임기 초 큰 시련을 안겼다. 청와대의 정무수석 기습 인사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명사태도 불통 논란을 더하는 사례로 남았다.


국제망신 시킨 윤창중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신고 당시 피해 여성은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 내에서 용의자가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졌다’(grab)”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호텔은 윤 대변인과 청와대 기자단이 묵었던 호텔에서 차량으로 약 10분가량 떨어진 곳이며, 박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에서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사건 발생 시간은 지난 5월 7일 오후 9시 30분, 사건 종료 시간은 오후 10시이며 8일 오후 12시 30분에 신고가 접수됐다.


현지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윤 대변인은 한ㆍ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 7일 호텔에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현지에서 채용된 인턴 여성 A씨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술을 마시며 인턴에게 “외롭다”,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헤어진 뒤에도 수차례 인턴에게 전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다음날 잠에서 깬 인턴이 전화를 하자 윤 전 대변인은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인턴은 서류를 가지고 방에 올라갔고, 윤 전 대변인은 인턴을 알몸으로 맞았다. 여기서 호텔 바에 이어서 두 번째로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전했다. 이후 놀란 여성 인턴은 밖으로 뛰쳐나가 방으로 돌아갔고, 방을 함께 쓰던 한국문화원 여직원이 이를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뒤 윤 전 장관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기자회견서 “30여분 동안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오면서 제가 그 여자 가이드(인턴)의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하고 나온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밀폐된 호텔 방에서 알몸으로 여성의 엉덩이를 꽉 움켜쥔 행위는 강간미수죄로도 처벌할 수 있는 중범죄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한 이후 잠적했다. 본인의 집에서 나오지 않으며 ‘칩거’생활을 했다.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미국 메트로폴리탄 워싱턴DC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사건 담당 검사가 경찰 측이 제출한 체포영장 청구서에 ‘기소 동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형법은 경죄 성추행에 대해 “상대방 허락 없이 성적 행동이나 접촉을 하면 180일 미만의 구류와 1000달러 미만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전대변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징역 1년 미만의 경죄 혐의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의 대상이 아니어서 집행은 불가능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트위터상에서 정치·선거 관련 글 121만228건을 추가로 발견해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지난 11월 21일 밝혔다.



경찰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 2005년 8월 옛 국가안전기획부가 정관계와 시민사회계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불법감청·도청에 나선 내용의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 이후 두 번째였다. 국정원은 8년 만에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검찰은 선거관련 글 64만7443건과 정치관련 글 56만2785건 등 모두 121만228건이 국정원 심리전단이 관여된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전날 법원에 2차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접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121만228건 중 원문은 2만6550건으로 트윗, 리트윗, 동시트윗 등의 형태로 트위터 상에서 광범위하게 확대 재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實)텍스트로 볼 수 있는 2만6550건은 유형별로 선거관련 1만3292건, 정치관련 1만3258건으로 집계됐다.


121만228건 가운데 2회 이상 동시 트윗·리트윗은 104만2116건(86.1%)에 달했다. 그 중 선거관련 글 64만7443건 중 2회 이상 트윗·리트윗은 55만6377건(85.9%), 정치관련 글 56만2785건 중 2회이상 동시 트윗·리트윗은 48만5739건(86.3%)으로 각각 집계됐다.


검찰은 대선 관련 글은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지난 총선 및 재·보선 관련 글은 공소시효(선거일 후 6개월)가 지나 선거법 대신 정치 관여를 금지하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정확한 트위터 계정 수와 국정원 직원의 구체적인 가담 정도 등에 대해선 추가로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봇 계정에 언론사 사이트를 연계시켜 특정시간에 자동으로 트윗, 동시트윗, 리트윗 등이 가능토록 했다. 신문, 방송 관련 실텍스트는 봇프로그램을 많이 활용했고 나머지 다른 글은 트윗백으로 주로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전문 IT업체에 최근 2년간 트위터 글 2000만건을 의뢰해 국정원 직원이 생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과 비교·대조했으며, 미국측 사법공조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향후 재판의 공소유지에 활용할 계획이다.


정의구현사제단, 대통령 사퇴요구 봇물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이 지난 11월 22일 시국미사를 열고 국가기관의 불법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했다.


사제단(대표 송년홍 신부)은 22일 오후 7시 전북 군산 수송동성당에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 시민 등 250여명과 함께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사제단은 시국미사에서 “지난 18대 대선에서 드러난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불법과 부정선거”라며 “국정책임자인 박 대통령이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또 “대통령이 사과하고 불법과 부정선거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지만 오히려 정의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탄압하는 등 고집불통의 독재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대통령직 사퇴표명을 촉구했다.


이석기 전 의원 ‘종북 논란’‥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안
국정원 조사한 채동욱·윤석열 등 “눈에 띄면 다 잘라”


국가기관 대선 개입 규탄 미사와 시국선언은 여러 번 있었지만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로는 전국 최초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여야는 이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정의구현 사제단을 비롯해 대통령 하야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들과 소위 신야권연대를 결성한 만큼 이들의 활동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현하면서 국론을 통일시켜야 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자성 없이 종교인까지 종북으로 덧씌우고 민주당을 연결시키려는 것은 정략적 행태이고 용납할 수 없다”며 “청와대와 여당은 86년 투쟁 이후 20년만에 왜 종교계가 정권에 엄중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를 자성부터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며 "앞으로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보여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통진당, 역사에서 사라지나


이석기 의원 등 진보인사 3명이 지난 8월 ‘내란음모’로 체포되면서 세간이 떠들썩해졌다. 이후 혁명조직(RO)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통진당 의원들이 이에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법무부는 통진당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을 검토해 왔다.



그리고 지난 11월 5일 정부가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의결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하면서 통진당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정부는 최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의결하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정당에 대해 해산심판을 청구했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전 8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청구의 건을 상정했고, 이 안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런 일의 모든 시작은 이석기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8월 29일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날 체포한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5월 서울 합정동 종교시설에서 가진 비밀조직 130여 명과의 모임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대규모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내란음모)를 받았다.


또 지난해 이석기 의원이 총선에 당선된 직후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과 북한 혁명가요인 ‘적기가’를 부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도 받고 있다. 국정원은 3년 전부터 관련 혐의를 잡고 내사를 해왔다.


여기에 지난해 4·11총선을 앞두고 서울 관악을(乙)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단을 받으며 통진당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채동욱․윤석열 찍어내기 논란


국정원 댓글 사건과 전두환 일가 미납금 사건을 깔끔히 처리하며 한창 명성을 높였던 채동욱 전 총장이 지난 9월 ‘혼외자’ 논란이 불거지며 물러났다.



이어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윤석열 여주지청장(특별수사팀장)까지 직무 배제되며 의혹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정보유출을 청와대 행정관이 한 것이라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논란이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물러선 지 2개월 만에 다시 화두로 올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의 불법열람·유출 과정에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행정관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조모 행정관을 직위해제하는 등 징계조치했으며 채군 정보를 요청한 인사는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공무원으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청와대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꼬리 자르기”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청와대 측은 “조행정관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모씨로부터 요청을 받고 채군의 주소지가 서초구 쪽이어서 마침 알고 지내는 서초구청 공무원인 조 국장에게 부탁을 한 것”이라며 “그 외에 청와대 인사로부터 부탁을 받았거나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채 전 총장만 이렇게 물러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정원 정치·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윤석열 여주지청장(특별수사팀장)에 대해 지난 10월 18일부터 서울중앙지검이 직무배제명령을 내리면서 여야의 갈등은 극대화 됐다.


표면적인 명령이유는 ‘여주지청의 장기간 업무 차질’이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물러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눈엣가시’ 같았던 국정원 개입 의혹을 조사하던 윤 지청장 마저 제거해내면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 및 체포영장을 윤 지청장 전결로 처리, 검찰 상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국정원 직원 신병처리 과정에서 지휘부에 정식으로 보고하지 않거나 의견 마찰을 빚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의 1년은 논란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신뢰’로 다가와야 할 정부가 ‘불신’의 이미지가 더욱 강해지고 말았다. 각계각층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만약 2014년에도 이런 일이 계속 된다면 박근혜 정부의 본질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