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대기업, 곤란하니 등 돌렸다?

▲ 김대훈 LG CNS 사장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LG CNS(사장 김대훈)를 둘러싸고 때 아닌 ‘갑을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지하철 전광판에 LG CNS가 MS 저작권을 침해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서 LG CNS에 전광판 설치작업을 의뢰한 중소기업에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히고도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LG CNS를 둘러싼 이번 논란에 대해 집중 조명해봤다.


EPP미디어 “LG CNS, 합의 노력 외면하고 ‘버티기’”
LG CNS, “MS의 횡포에 국내 기업만 피해 입은 것”


최근 LG CNS가 ‘갑을논란’에 휩싸여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이 대기업인 LG CNS를 믿고 맡겼던 사업에서 수십억원 대의 피해를 떠안게 됐는데 LG CNS 측은 이를 ‘모르쇠’로 일관, 전형적인 ‘갑’ 행세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LG CNS 측이 설치한 지하철 전광판이 MS에 의해 소프트웨어 저작권 위반 지적을 받아 LG CNS에 작업을 맡겼던 중소기업이 20억원이 넘는 엄청난 비용을 떠안게 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중소기업은 LG CNS가 비용 부담에 대한 합의를 기피하는 등 사실상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LG CNS가 지난 2008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혐의로 경찰에 자사가 적발됐을 당시 “국가 인증 제품이라 믿었는데 억울하다”며 적극적인 방어 논리를 펼쳤던 점을 들어 이중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저작권 위반, 나 몰라라?


LG CNS는 지난 1987년 (주)STM으로 설립해 2002년부터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종합 IT서비스 회사이다. 이 업체는 LG그룹의 계열사로서 전산시스템의 설계, 개발, 통합 및 정보처리용역의 제공, 전산자원의 대여 등을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SDS, SK C&C와 함께 국내 최대 SI(시스템통합)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LG CNS가 서울메트로 1,3,4호선에 설치된 지하철전광판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저작권을 위반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메트로에서 사업을 발주 받은 국내 한 중소기업이 수십억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지만 LG CNS가 “법적인 절차에 따르겠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이른바 ‘갑을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수십억원이라는 금액은 일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전체의 재정을 좌지우지할만큼 큰 액수인데, 대기업인 LG CNS가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이 중소기업은 LG CNS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곤란한 입장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일부 언론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운영위원인 김상민(새누리당) 의원의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LG CNS가 지하철 전광판에 MS의 저작권 침해 소프트웨어를 설치, 원청업체에게 25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하철 전광판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특성상 외부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함에도 내부용 소프트웨어를 사용, MS의 저작권을 침해하면서다.


이에 원청업체 ‘EPP미디어’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LG CNS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분담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어떤 합의나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김 의원은 “EPP미디어가 LG CNS의 횡포로 자금상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계약서에는 서울메트로 검수에 합격할 수 있는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중소기업에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EPP미디어는 지난 2007년 (주)EPP HUMANNETWORKS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지하철 동영상 광고 전문업체다. 현재 ‘SUB-TV’라는 이름의 ‘열차정보 안내시스템’을 70여개 역사 승강장과 대합실에 설치, 운영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은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지하철 이용객들에게 열차 도착 안내는 물론 다양한 동영상 광고를 전달하고 있다.


사건은 이 업체가 지난 2007년 지하철 1,3,4호선의 전광판 설치를 LG CNS에 맡기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 전광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MS의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


EPP미디어 측은 LG CNS가 국내 대기업 계열사 소속 SI업체라는 점에서 믿음을 가지고 수주를 의뢰했으며, 2009년 1월 준공이 완료돼 공사계약금 129억원을 모두 지급했다.


하지만 공사대금 지급 후 2년이 지난 2011년 10월경 문제가 발생했다. MS 측이 전광판에 설치된 소프트웨어에서 저작권 침해 행위가 벌어졌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실사를 진행, 결국 저작권 침해 사실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EPP미디어는 MS로부터 53억원 상당의 라이센스 추가구입비용을 청구 받았으며, 저작권법 위반으로 EPP미디어와 김충범 EPP미디어 대표이사는 형사고소까지 당하게 됐다. 이는 현행법상 저작권법 위반의 경우 형사 고소의 대상이 되기 때문.


EPP미디어 측은 “사건 발생 당시 LG CNS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지만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며 “당시 LG CNS가 적극적으로 나서줬다면 이 정도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PP미디어 측에 따르면 EPP미디어는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올해 초 53억원의 라이센스 추가비용을 25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으며, 형사고소도 취하하는 것으로 합의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게 된 EPP미디어는 LG CNS에게 25억원에 달하는 라이센스 추가 구입 비용을 분담하자고 요구했다. 소프트웨어 추가구입 비용 중 12억원을 일시불로 즉시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 CNS 측은 ‘사실관계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결국 EPP미디어 측은 지난 7월 LG CNS를 상대로 25억원의 민사소송을 청구했다.


EPP미디어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통화에서 “LG CNS는 법원으로부터 지난 8월 23일까지 답변서 제출을 통보받았으나 소송대리인 선임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답변 시한을 연장했다”면서 “LG CNS는 전형적인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이번 사건을 두고 일부 언론 및 기자들에게는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다’거나 ‘원만한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등의 답변을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무대응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김상민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그리고 MS의 저작권관련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기업인 EPP미디어측은 MS측이 자사를 상대로 저작권 관련 형사 고소까지 진행하자 당황한 면이 있었겠지만, LG CNS 측은 (이번과 같은 사태에 대해)상대적으로 노련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시간 끌기를 하는 등 대기업의 지위를 이용한 횡포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MS역시 저작권 관련 정책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가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적용하는 횡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게다가 MS는 대기업인 LG CNS는 가만히 놔두고 중소기업인 EPP미디어에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LG CNS 관계자는 “EPP미디어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소송에 이르기 전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합의를 시도했으나 EPP미디어 측은 별다른 대응도 하지 않다가 결국 소송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또 “법원이 요구하는대로 법적인 절차에 맞춰 소송 절차에 임하고 있으므로 ‘버티기’ 지적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MS의 소프트웨어 사용 동의 계약에 서명을 한 것은 결국 EPP미디어로서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EPP미디어 쪽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소송은 MS의 횡포로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중적 태도’ 논란


하지만 일각에서는 LG CNS 측의 대응을 두고 ‘이중적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피해를 봤을 땐 억울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다가, 이번 사태에 대해선 ‘발빼기’에 급급하다는 주장이 등장한 것.


앞선 지난 2008년 LG CNS 신재철 전 대표가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혐의로 경찰에 전격 체포돼 조사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인 ‘쉬프트정보통신’이 스페인 스티마소프트웨어가 개발한 ‘티차트’라는 이름의 차트 프로그램을 불법적으로 도용해오다가 검찰에 적발되면서 그 여파가 신 전 대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LG CNS는 지난 2004년부터 2010년 초까지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티차트’ 프로그램을 사내 컴퓨터 수천여대에 설치해 사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LG CNS 측은 “국가 인증까지 받은 제품이 불법 도용된 것으로 의심할 수 없었다, 억울하다”면서 “불법도용 사실을 인지한 후 사내에 설치된 해당 소프트웨어를 모두 삭제했음에도 대표를 소환했다는 점은 지나친 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자신들이 억울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는 “국가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 믿었다”고 주장했으면서 EPP미디어가 LG CNS라는 이름을 믿고 맡긴 사업에서 수십억원의 피해를 떠안는 것을 좌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신이 피해 주체가 됐을 때는 적극 방어에 나서다가 LG CNS의 이름을 믿었던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해 방치하고 있는 것은 도의적으로 비난의 소지가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때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LG CNS와 EPP미디어 측의 주장이 완전히 엇갈리며 ‘진실공방’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향후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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