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양형 고려에 ‘불만’
이 부회장 가리켜 “최고 경제권력자, 대통령과 대등”
재판부 불신 여전…뇌물 표현 방식 두고 신경전 계속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3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검팀은 ‘기업인이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맞서 삼성 오너가 지닌 위상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이 부회장을 ‘최고 경제권력자’라고 칭하며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였던 점을 고려하면 변호인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변론이 오히려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수동적 뇌물 공여’와 같은 허위 주장을 담고 있다면서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공세했다. 

 

특히 재판부에 대해서는 여전한 불신을 드러냈다. 재판부가 양형 대상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던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낸 뒤 “10억을 횡령한 삼성 물산 직원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다면 법치주의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의 강백신 부장검사는 “시대 변화에 따라 정치보다 경제 권력이 우월적이거나 최소한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며 “삼성의 경우, 국내 1위 재벌그룹을 넘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대통령과 삼성그룹 오너 사이의 관계는 최고 정치권력자와 최고 경제권력자로서의 대등한 지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도 정부가 사안에 따라서는 오히려 자신에게 청탁을 해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다른 재벌 그룹 오너는 어떨지 몰라도 재계서열 1위인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는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어떤 행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윈윈’의 대등한 지위에 있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강 부장검사는 대기업 회장 등에게 관행적으로 선고했던 3·5법칙(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7년 1월경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국민 비판 여론에 따라 양형기준이 도입됐고 2013년 SK 오너 일가의 횡령 사건에 대해 징역 4년 등의 실형이 선고됐다. 양형 기준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라며 “2013년 대법원 판결에서도 뇌물행위에 의한 횡령죄를 인정했고, 2001년에도 범죄 수익 은닉법 제정 등을 통해 (뇌물 공여에 따른 수익을 숨겼다면) 추가적 처벌이 이뤄져야 함을 명백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형을 고려하기 불가함에도) 3·5법칙을 적용한다면 특권층을 인정해 헌법상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평등의 원리를 형해화하는 중대한 위헌·위법적 결정이 될 것”이라며 “일개 삼성물산의 회계직원은 10억원을 횡령한 범행에 대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이 부회장에게 이 회계직원보다 낮은 형이 선고된다면 누가 봐도 평등하지 못하다. 법치주의가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대한 불신이 여전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입씨름을 벌이는 양측 사이엔 긴장감이 흘렀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금액을 유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미국의 준법감시제도를 언급하며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도입하도록 하고, 이를 양형에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팀은 이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2월 재판부 변경을 요청하는 기피신청을 냈으나 최종 기각되면서 공판이 재개됐다.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의를 다진 만큼. 특검은 계속 재판부와 마찰을 빚었다. 

 

이날 역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뇌물은 승계를 목적으로 한 ‘적극적 뇌물’이라고 주장하며 재판부의 표현방식을 문제삼았다. 

 

강 부장검사는 “이병철 회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이건희 회장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을 보면, 삼성그룹이 다른 경쟁기업보다 우대받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뇌물이었다”며 “정치 권력이 경제 권력을 압도했던 시절인데도 뇌물 혐의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본 사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적극적인 뇌물공여로 명시적으로 판시했다”면서 “다른 재벌그룹과 같이 수동적 뇌물공여로 판단하거나 이 같은 전제로 양형심리를 하는 것은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 부장검사는 ‘수동적 뇌물 공여’를 주장하는 이 부회장 측 변론이 ‘피고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역공했다. “변론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대법원 확정 사실과 다른 수동적 뇌물공여 등의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 부회장이) 진지한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 들고 (이에 따라)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제도 관련 양형 심리의 진정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검에 파견된 이복현 부장검사도 재판부에 불만을 드러냈다. “삼성 준법감시제도 관련 심리보다 이 사건의 동기와 수단, 경과에 대한 양형 심리가 더 중요하다”던 이 부장검사는 “이에 대한 추가 중거룰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재판부가 아쉽게도 대통령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오해할 수 있는 취지로 여러 번 말했는데 이건 요구에 의한 뇌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준영 부장판사가 결국 이 부장검사의 말을 끊으면서 “오해할 수 있는 말을 하는데 제가 무슨 대통령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란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재판부가 하지 않은 말을 전제하는 변론은 자제해 달라. 재판부가 (실제) 한 이야기만 하라”고 불편함 감정을 드러냈다. 

 

정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마치 재판부가 대통령 요구에 소동적 뇌물공여로 정의했단 취지로 (정의했다고) 오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한 건 맞지 않나”라면서 “평가한 적도 없는데 수동적이라는 표현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부장검사는 “유념하겠다”며 “특검은 이 사건이 요구형 뇌물은 맞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처럼 적극적 뇌물 공여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것이) 양형 관련 항소 이유”라고 거듭 주장했다.

 

스페셜경제 / 변윤재 기자 purple5765@sp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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