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별기에만 의존, 같은 사건 잇따라 발생

신한은행이 위조수표 감별을 하지 못해 고객 돈을 고스란히 내 주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해 고객들의 신뢰도가 급감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신한은행 이대역 지점에서 지난 2월 발생한 '20억 원 위조수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범행이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도 수 차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위조사건의 범인 K씨는 20억 원짜리 수표를 은행에 들고와 1억 원짜리 수표로 교환을 요청했다. 신한은행 직원은 육안으로 수표를 확인하고 감별기를 통해 위조여부를 감식했지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해 곧바로 1억 원짜리 수료 20장을 범인 K씨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수표를 지급한 다음 날 신한은행엔 같은 일련번호의 20억 원짜리 수표의 원래 주인이 나타났고 그제서야 은행 측은 전날 지급한 수표가 위조수표임을 인식,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결국 첨단 위조 감식 기술을 갖춘 국내 대표 은행, 신한은행이 위조 수표에 무방비로 당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에만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거액 위조 수표사건이 최소 4건 확인됐다"며 "무엇보다 신뢰도가 중요한 만큼 사기당한 은행들 모두 피해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해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1월(10억 원)과 2월(20억 원) 이대역 지점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건과 같은 사건이 유독 반복적으로 일어나 비상이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거액 수표 확인을 수표 감별기에만 의존하다 보니 위조 기술이 뛰어난 범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 측은 “위조수표를 판별해 내지 못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은행도 피해자”라며 “경찰수사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거액의 위조수표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은행이 뚜렷한 대책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신한은행을 믿고 돈을 맡기는 고객들의 신뢰에 흠집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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