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그 시작과 결렬…‘포스트 하노이부터 신(新)데탕트까지’

김수영 기자 / 기사승인 : 2019-03-14 12: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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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불신의 벽을 넘기 위해…문재인 정부가 진짜 해야 할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기자]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이 끝내 파행을 맞은 뒤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회담 전까지만 해도 두 스트롱맨(strongman)이 서로를 치켜세우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어갔기에 낙관적인 회담이 되리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단지 부정적인 전망이라면 빅딜(핵 폐기)이 아닌 스몰딜(핵 동결)로 타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 정도일 터였다.


하지만 회담 종료를 얼마 두지 않고 예정된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현장 분위기는 급 냉랭해지기 시작했다. 곧 백악관의 공식발표를 통해 합의에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성공적으로 종료됐을 경우 한반도의 미래 평화프로세스 구축에 큰 한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교두보로써의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양국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당분간 한반도의 정세는 또다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정세 속에 놓이게 됐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70여 년 동안 쌓인 적대와 불신을 제쳐두고 극적인 만남을 성사시키며 주목을 받은 두 차례 정상회담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며 북미관계와 우리 정부의 역할을 진단한다.


2018평창올림픽부터 文 대통령 평양방문까지


다시 만난 두 정상…그러나 협상결렬 충격


新 냉전 해소 계기된 북한의 先 대화시도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


북한이 전면적으로 대화의지를 보인 것은 2018년 신년사였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북한 대표단을 평창에 파견함으로써 경색돼 있던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어 북한의 선 제안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일정이 잡혔다. 두 정상은 4월 27일 만남을 성사시키며 ‘판문점 선언’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 전면적·획기적 개선과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해소를 위한 공동노력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의 방안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상호 확인한 점에서 진일보한 기록이 될 만했다.


그동안 ‘협상의 대상으로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북한이었지만, 한반도의 비핵화에 동의하며 미국과도 협상을 진행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즉각 수락함에 따라 1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닥이 잡혔다.


미국의 대북전략은 조지 부시 행정부 이래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요약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차 회담을 한 달여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 할 경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며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8년 2월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한 선수들이 태극기와 인공기, 그리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2018년 2월 25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한 선수들이 태극기와 인공기, 그리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다.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에서 文대통령 평양 방문이 있기까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 △4·27판문점선언 재확인 및 한반도 비핵화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 유골발굴과 발굴된 유골 즉시 송환 등에 대한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래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서로의 ‘핵단추 크기’를 자랑하던 북한과 미국이 손을 마주잡고 한 테이블위에 앉을 수 있었던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참으로 놀라운 관계변화인 동시에 가히 역사적인 회담이라 평가된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은 구체적·실질적 협상의 내용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지속적으로 실무진끼리 만남을 이어가며 합의 내용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해왔으나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된 대북제재의 완화를 원했고, 미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원했다. 하지만 어떤 수준의 제재 완화와 어떤 수준의 비핵화인지를 두고 양측은 계속 ‘카드교환’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양국은 대화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북한은 9월 18~20일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위험 제거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터전 조성 △이산가족문제 해결 △민족경제 균형발전 △김 위원장 서울 답방 △다양한 분야 적극 교류협력 등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으로, 싱가포르 이후 실무진 협상에서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하며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미 핵협상 또한 재추진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의 평양 일정을 마치고 백두산 방문을 위해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삼지연 공항에 도착,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의 평양 일정을 마치고 백두산 방문을 위해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삼지연 공항에 도착,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민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2019년 김정은 신년사…거듭 밝힌 비핵화 메시지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조미공동성명(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천명한 대로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 발표하며 다시 한 번 미국과의 회담의지를 내비쳤다.


이윽고 2월 5일(현지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과의 두 번째 회담 일정과 장소를 발표함에 따라, 북한과 미국은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정상회담을 위해 보다 구체적인 협상조율에 나섰다.


좁히지 못한 입장차…美 ‘굿딜 아니면 노딜’


양국 재협상 의지, 신데탕트 불러올 수 있나


2차 북미정상회담과 무산된 ‘하노이 선언’


두 정상은 27일 하노이에서 다시 손을 마주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신 북한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시하고 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 또한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하는 등 2차 회담의 전망은 그야말로 장밋빛이었다.


하지만 28일 확대회담이 끝나갈 무렵, 예정돼 있던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이 갑작스레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현장 분위기는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곧 회담이 종료됐고, 많은 이들이 우려한대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백악관의 공식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회담에 대해서는 여론의 긍정적인 기대를 모았던 만큼 그 충격 또한 컸다.


물론 하노이 회담을 회의론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빅딜이냐 스몰딜이냐’의 문제였지 협상 자체의 결렬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하노이 회담, 키포인트?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협상 결렬의 이유는 미국과 북한은 결국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UN 안보리 결의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제시했지만, 미국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으로 전면적 제재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 측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외에도 또 다른 핵시설(+α)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것들을 모두 포함한 핵 폐기가 아니라면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핵화 의지를 보였지만, 완전하게 제재를 해제할 준비는 안 돼 있었다. 우리가 원한 것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노이의 메리어트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노이의 메리어트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은 다르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약 9시간 뒤인 3월 1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이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에 대한 제재 해제 시 미국 측 전문가 입회하에 양국 기술자 공동작업으로 영변의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영구 폐기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과 사뭇 다른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내놓았다고 했지만,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 따르면 북한은 ‘일부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영변의 모든 핵시설의 폐기’를 내놓았다.


다만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주장한 +α시설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 협상 실패 원인?


협상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굿딜이 아니면 노딜’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외교방식이라 분석하고 있다.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북한에 끌려 다니기 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제재라는 고리에 비핵화를 걸어 견인하는 방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북미 핵협상이 ‘탑다운’(Top-down·하향식)으로 진행됐다는 평가도 있다.


통상 협상절차인 실무진 차원의 협상을 정상이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바텀업’(Bottom-up·상향식)과 반대로 권위적인 정상 간의 큰 틀에서 일단 합의(1차 회담)한 뒤 실무진에 후속절차(협상과정)를 넘겼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는 지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중국은 소위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보호무역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규모 시장점령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700여 개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역시 같은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불거졌다.


중국계 미국인인 동아시아 전문가 고든 창(章家敦) 변호사는 “나는 하노이 협상 결렬이 중국으로 하여금 협상전략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순간이라 본다”고 전한 바 있다.


이번 협상의 결렬이 북한의 이웃인 중국에 대한 ‘외교적 쿠데타’로 보일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언제든 ‘배드딜’(bad deal)을 뒤엎고 나올 수 있음을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대해 언급하며 “나는 협상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이 잘 안 풀리면 중국과도 그렇게 할 것”이라 발언하기도 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3차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은?


많은 이들이 2차 회담은 성과 없이 끝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국과 북한, 미국은 여전히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채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직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고, 문 대통령 또한 지난 1일 제100 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미국·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며 적극적인 중재의지를 내비쳤다.


북한 또한 다소 투정을 부리기는 듯 했지만 여전히 비핵화 및 대화의지를 보이고 있다.


회담이 종료된 직후인 지난 3월 5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징후가 포착됐지만, 12일에는 협상 결렬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비핵화 의지’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 또한 하노이 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되었음에도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거나 “수령의 풍모를 신비화 하면 진실을 가린다”며 적극적인 개혁의지와 함께 공식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유의미한 행보를 이어오는 데는 대북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날 연설에서 정부의 중재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날 연설에서 정부의 중재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북미와 한반도 진단과 ‘중재자’의 역할…포스트 하노이에서 데탕트로


하노이 회담을 통해 적어도 미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진 것으로 보인다.


‘빅딜이 아니면 노딜’. 이는 미국이 제시한 절대적인 강령으로,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지상명령과 다를 바 없는 원칙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될 수 없다”고 전했다. 미국의 강경한 포스트 하노이 원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입장을 재고한 뒤 다시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건 특별대표와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즉 영변 핵시설 뿐 아니라 +α를 모두 포함하는 전면적인 폐기 이외의 타협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이러한 대북기조가 일관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2018년 이후 북한이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해도 실질적 조치 없이는 70년간 장벽을 쌓아온 미국을 설복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오랜 친구인 중국 또한 비핵화의 우선성을 당부했다.


지난 1월 북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은 앞으로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말에 “비핵화부터 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를 두고 이론(異論)을 좁히는데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조치가 행해지고 있는 지금, UN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은 북한에게 있어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지만 미국에게 북한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미국에게는 북한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등이 훨씬 더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따라서 정부는 미국을 통해 대북제재완화를 이끌어내기보다는 북한을 통해 전면적인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중재안을 택하는 방향이 자연스러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5~7일 비건 특별대표와 만나 ‘중재’를 논의한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현 시점에서의 남북경협은 시기상조일 뿐 아니라 자칫하면 UN안보리 결의안 위반으로 한미공조 균열은 물론 국제적 고립상태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중재자로서 우선적으로 협상해야 할 대상은 미국이 아닌 북한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단순한 약속이나 합의만이 아닌 어떠한 적극적 결과물을 보여야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12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말이야 쉽다. 우리가 봐야 하는 건 행동”이라 발언하기도 했다.


즉 문 대통령에게 ‘중재자’로서 요구되는 사항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볼턴 보좌관이 언급한 +α를 포함한 영변 핵시설과, 이미 제조된 핵무기·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의 일괄적 폐기의지를 확인받은 후에 미국과 최종적인 협의를 통해 자리를 주선하는 역할이다.


다만 점진적·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기존 입장과 상반되는 만큼 북한이 쉽게 이를 수락하고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국내 보수세력 및 외신들은 이렇다할만한 실질적 이행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북한과 만남을 이어가며 ‘합의만’ 이끌어내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심지어 블룸버그 통신의 이유경 기자는 지난해 9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화면캡처=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블룸버그 통신 홈페이지

적어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동안, 그리고 북한 또한 여전히 미국과의 거래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동안 양국의 만남을 다시 한 번 성사시키는데 우리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12일을 기점으로 북한 매체들이 ‘비핵화’를 강조하며 보도한 데 대해 “내부에서의 이견이 사실상 조율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놨다. 북한 체제 특성상 당국의 의도가 매체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군부 강경파들과의 의견 조정이 상당부분 반영되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미소 냉전체제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개혁)·글라스노스트(glasnost, 개방)로 데탕트 국면이 조성 되었듯이 다가올 3차 북미회담에서 북한과 미국이 성공적인 협상안을 타결하고 신(新)데탕트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가장 큰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한국 정부의 이해당사자 이면서 ‘중재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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