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채 남지 않은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향후 행보는"

 

[스페셜경제=김봉주 기자]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대주주로 ‘토스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신한금융지주가 돌연 컨소시엄 탈퇴를 공식화했다. 신한의 불참 확정 이후 3대 주주 역할이 기대됐던 현대해상까지 불참을 결정했다. 국내 1위 금융지주와 국내 1위 핀테크 회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토스뱅크는 예비인가를 신청하기도 전에 난관에 봉착했다. 토스는 신한과 현대해상이 떠남에 따라 거물 주주 영입이 시급해졌고, 출범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토스 컨소시엄과 키움증권 컨소시엄이라는 양강 구도가 키움증권 컨소시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린 상황에서,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제3인터넷은행 흥행을 기대하던 금융당국도 실망하는 모양새다.


신한금융·현대해상 빠진 토스 컨소시엄
줄줄이 이어지는 컨소시엄 주주 이탈

 

오는 26일부터 진행되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접수를 앞두고 간편송금 서비스업체 토스와 신한금융그룹의 ‘토스 컨소시엄’, 키움증권·하나금융·SK텔레콤의 ‘키움 컨소시엄’ 두 곳이 인가 신청을 할 것으로 윤곽이 잡힌 상황에서 신한의 불참 확정으로 양강 구도는 깨지고 키움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졌다. 금융당국이 최대 2곳까지 신규인가를 내줄 방침을 내건 만큼 사실상 두 컨소시엄 모두 무난하게 인터넷전문은행에 뛰어들어 양강구도의 인터넷은행 흥행이 기대됐었다. 하지만 신한금융과 현대해상에 이어 다른 예비주주들도 줄줄이 떠난 상황에서 토스의 출범이 좌초될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토스 컨소시엄’ 신한금융 철회에 이어지는 대규모 이탈

당초 신한금융과 비바리퍼블리카는 신한금융이 가진 금융노하우·안전성·자금력에 토스가 가진 혁신성·창의성을 더해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다 돌연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신한금융은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양사가 향후 인터넷은행의 사업 방향과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상당 부분 생각 차이가 있어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라고 밝히면서 토스 컨소시엄의 진행에 차질이 생겼다.

이들은 사업 모델에 대한 의견 차이를 컨소시엄 구성 변경으로 내세웠다. 토스는 제3인터넷 전문은행의 지향점으로 스타트업 문화·비지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한 챌린저 뱅크를 내세운 반면, 신한금융은 생활플랫폼을 구상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하기보다 많은 지분을 토대로 운영에도 참여하려 했으나 사업 방향에 대해 토스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또 은행업을 원활히 하려면 향후 1조원 이상의 자본금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지만, 토스가 최대 지분율(34%)을 유지하면서 자본금을 그 정도로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한금융의 의구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이주 내로 컨소시엄 구성을 마치고 최종 사업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틀어져 토스는 신한에게 컨소시엄에서 나가달라고 요청했고 신한은 이를 받아들여 투자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을 보고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한 기업도 있을 수 있어 추가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가운데 신한금융의 이탈 소식을 받은 현대해상까지 “토스뱅크 컨소시엄의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이 당초 예상과 달라져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불참을 통보했다. 토스는 은행 전반의 업무보다는 일부에 특화된 전문은행을 표방하고 있어서 현대해상과 토스의 구상이 달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스는 “주주 참여를 협의했던 현대해상 쪽도 신한이 나가기로 한 뒤 최종적으로 불참 의사를 통보해왔다”면서 “새로운 주주 후보를 폭넓게 접촉하는 등 변동성이 큰 시점이지만, 현재 국내 금융사 예비주주가 확보되어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빠진 컨소시엄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과 함께 유일한 금융사 주주가 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불참을 결정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한금융과 현대해상의 이탈로 토스 컨소시엄의 주주 구성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토스 컨소시엄 참여가 유력시됐던 카페24와 직방, 한국신용데이터도 이번 토스 컨소시엄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내렸다. 토스 측은 “해외 벤처투자사로부터 1400억원의 투자를 받는 등 누적 투자액만을 활용해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은 가능하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자본금 문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예비인가 신청 이전까지는 핵심 주주구성을 확정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망은 불확실하다. 예비인가 신청 마감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주주들이 불참을 선언한데다 당장 대형 금융회사의 안정적인 자본력이 빠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스 컨소시엄’ vs ‘키움 컨소시엄’ 양강구도 깨져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다가온 가운데 토스뱅크는 ‘혁신성’, 키움뱅크는 ‘자본력’으로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우며 유력 후보군으로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은행업에서 필수적인 ‘자본력’ 측면에서는 키움은행에 비해 취약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신한금융까지 떠나고 나자 양강 구도는 키움증권 컨소시엄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됐다.

사실 국내 간편송금 1위 사업자로 핀테그계의 혁신을 이끈 비바리퍼블리카가 1대 주주로 나선 토스 컨소시엄은 혁신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금융시장 혁신을 유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인터넷 예비인가 심사 기준으로 혁신성에 큰 비중을 둔 만큼 혁신성에서만큼은 경쟁구도를 이뤘던 키움 컨소시엄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 예상됐었다. 혁신성 측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 예상된 키움 컨소시엄의 대표선수 격인 키움증권은 13년 연속 주식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 등 건실한 자본력으로 토스와의 양강 구도를 구축한 바 있다.

토스은행의 혁신성에 비해 자본력은 이미 시장으로부터 안정적인 은행업을 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지난 1월 17일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최소 자본금은 250억원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은행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수 년 안에 자본금 1조원 이상을 모아야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앞서 2017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도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었다. 케이뱅크는 대출 중단과 재개가 반복돼 자본건전성 우려가 이어졌고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약 4800억, 출범한 지 2년이 됐지만 자본금 5,000억도 넘기지 못했다. 같은 해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약 1조3,000억원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선례로 봤을 때 안정적인 은행업을 위해 초기 납입자본을 1조원까지 확대할 경우 특례법에 따라 보유지분을 최대 34%까지 확보할 수 있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마련해야 하는 자금은 3400억원에 달한다.

힘겹게 통과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지만…인터넷은행 흥행 실패 지배적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인터넷 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허용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힘겹게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부는 주요 ICT기업의 사업 참여를 기대하며 인터넷은행 흥행몰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특례법 시행한 이후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등판할지 관심을 모았던 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와 인터파크, 네이버마저 후보 등판을 줄줄이 고사했다. 인터넷은행을 하려면 수천억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ICT 기업은 이들을 제외하면 몇몇 게임업체들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다 신한금융이 인터넷은행에 출사표를 던져 인터넷전문은행 흥행에 불을 지폈지만 21일 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인터넷 은행 흥행에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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