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과 에듀파인 의무 도입에 반발하며 무기한 개학 연기 방침을 밝힌 4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긴급 돌봄을 위한 비상상황실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수영 인턴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달 28일 예고한 대로 사립유치원 무기한 개학연기가 4일부터 현실화 됐다.


다행히 ‘집단동맹휴업’에 참여한 유치원 수가 많지 않고, 정부의 긴급돌봄체계 가동 덕에 우려했던 ‘육아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유총에 따르면 이번 개학연기는 ‘합법’이다. 현행 유아교육법 상 학기 시작일과 종료일만 규정돼 있을 뿐 개학일은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이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주도한 유치원 뿐 아니라 소극적으로 참여한 유치원 또한 강력 제재할 것이라 전했다. 검찰 또한 이번 사립유치원 개학연기는 관계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시설사용료 비용처리 인정 등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사유재산성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할 여지가 있으나, 유치원은 비영리 교육기관인 ‘학교’에 해당하는 만큼 시설사용료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장차 있을 협상에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 3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서울 용산구 한유총에서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유총의 대정부 요구…문제는 사유재산 보전 인정


한유총은 유아교육 서비스 제공에 시설비, 인건비, 급식비, 교재비, 관리비가 필요하다면서 이 중 시설비를 회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이 사유재산인 토지·건물을 교육목적으로 제공해 정부가 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만큼 정당한 보상으로 시설에 대한 사용 대가는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현재 수납하는 교육비 내에서 시설사용료를 교육목적비용으로 회계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설립자가 자발적으로 기준에 따른 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교육과정에 제공한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유치원이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에 따라 ‘학교’ 즉 비영리교육기관으로 인정받았음에도 수익을 보장해달라는 것은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인정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에 시설사용료를 지급하게 되면, 사립 초·중·고등학교에도 시설사용료를 지급해야함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또한 지난달 25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어떤 학교도 땅이나 건물과 같은 시설에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육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고려해 취득세·재산세 85% 감면,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 등 이미 사립유치원이 누리고 있는 각종 세제혜택 또한 한유총의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제시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한유총 측의 ‘시설사용료 요구’에 대해 교육당국은 사립유치원의 설립자가 원장을 겸하는 경우 원장 인건비나 그 외 가족을 유치원 경영에 참여시키는 방식 등을 통해 수익을 챙겨왔지만,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이 도입됨으로써 투명회계가 이뤄지면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설사용료 명목으로 임대료 등을 받아 수익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한유총 주장의 배경인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한유총은 앞서 에듀파인에 대해서는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은혜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오전 경기 용인교육지원청 사립유치원 개학연기 비상대책 상황실을 방문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한유총 설립허가 취소…서울시교육청 초강수 결정


한편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4일 오후 개학연기를 주도한 사단법인 한유총에 대해 설립허가 취소를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세부절차를 검토중이며 5일 오후 조희연 교육감이 이를 직접 발표할 것”이라 전했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대응은 민법 제38 조에 의거한 것으로, 당해 법률은 주무관청이 목적 외 사업 혹은 설립허가 조건을 위반, 공익을 해한 법인에 대해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아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잡은 채 개학을 연기하고 집단폐원을 운운한 행위를 ‘공익을 해한 행위’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내려진 교육청의 결정은 5일 한유총에 통보되고, 이후 한유총의 의견을 듣는 청문이 개최된다. 청문에서도 설립허가 취소 여부가 최종 결정되면 한유총은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으로 설립허가 취소의 효력을 다툴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개학연기에 동참한 유치원은 전체 사립유치원의 6% 수준인 239개 원이었고, 이들 가운데 자체돌봄마저 제공하지 않은 유치원은 18개 원에 그쳤다.


교육당국은 이번 설립허가와 별개로 개학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4일에는 일단 시정명령을 내리고 5일에도 개학연기가 이어질 경우 형사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지난 3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서울 용산구 한유총에서 교육부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덕선 한유총 이사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결국 꼬리 내린 한유총…‘마지막까지 정부 탓‘


정부가 이처럼 초강수를 두는데다가 전국 사립유치원 중 60%가 동참할 것이라 내다 본 개학연기마저 터무니없는 참여율을 기록하자 결국 한유총은 꼬리를 내렸다.


한유총은 이날 오후 이덕선 이사장의 명의로 낸 보도자료를 통해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개학연기 투쟁을 조건 없이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120년 동안 유아교육을 위해 기여한 수고와 공헌은 간데없이 사립유치원이 적폐로 몰려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기 위해 개학연기 투쟁을 통해 대화를 촉구했지만, 정부가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보다는 오히려 이를 불법이라 여론몰이하고 유치원을 압박해 현장 혼동과 학부모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학부모들의 염려를 더 이상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학연기에 참여했던 사립유치원들은 5일부터 자체 판단에 따라 정상운영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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