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다정 기자]국내 디저프 프랜차이즈 ‘설빙’이 중국 내 ‘짝퉁’ 브랜드를 알면서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할 위기에 놓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부(부장판사 박영재)는 지난 19일 중국 상해아빈식품이 설빙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짚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설빙은 상해아빈식품에 9억5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설빙 측은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지난 2014년 설빙이 중국 진출하기 전부터 이미 중국에서는 설빙의 이름·로고·메뉴 등을 교묘하게 베낀 이른바 ‘짝퉁’ 설빙 매장이 다수 운영되고 있었다.


설빙은 뒤늦게 상표등록을 시도했으나 중국 당국이 자국기업 상표 보호 목적으로 설빙의 상표등록을 무효화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을 몰랐던 중국 상해아빈식품무역은 설빙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설빙에 상표권 사용료 등으로 9억5000여만원을 지급했다.


뒤늦게 중국에 가짜 설빙 매장이 운영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된 이 기업은 계약 해제와 함께 대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국내 법원에 냈다.


실제로 오히려 중국 내 설빙 짝퉁브랜드는 설빙과 정상적으로 계약을 맺은 상해아빈식품을 시장감독관리국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1심에서는 설빙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 내의 수많은 유사상표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계약 상으로 설빙은 라이선스를 제공할 뿐이지 유사상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증이나 약정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달랐다. 재판부는 “설빙이 원고와의 프랜차이즈 계약 전에 중국 내에서 이미 유사 상표 매장이 운영 중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설빙이 계약 상대에게 중국 내에서 설빙과 관련해 이미 출원했거나 등록한 상표가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설빙이 중국에서 상표등록을 하지 못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렸어야했다는 것이다.


설령 제대로 알지 못했더라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은 설빙 측의 과실이라고 인정했다.


설빙, ‘짝퉁’ 피해자이자 가해자?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내 상표 브로커에 대한 문제가 지적돼 왔던 상황에서 설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43건이던 중국 상표 브로커 선점 상표 수는 지난해 723건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4년 만에 5배 이상 크게 늘었다.


이들 브로커들은 인기가 높아진 국내 기업의 브랜드를 중국에 먼저 등록한 뒤, 이를 약 3만 위안에서 6만위안, 우리 돈 약 500만~1000만원에 구입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먼저 상표권을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선출원 우선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설빙도 ‘짝퉁’브랜드의 피해자임은 틀림없지만 이미 유사 상표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또 다른 피해자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설빙도 유사브랜드의 피해자이긴 하지만 이미 문제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계약을 위해 함구한 것은 어쨌든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고의성이 있었다면 도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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