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지난 21일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각각 5000억원,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은 업무와 상관없는 부동산 팔아 3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두산건설을 돕기로 했다. 이처럼 자금난에 빠진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증권가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IBK투자증권은 두산중공업의 목표 주가를 1만 3000원에서 64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상황은 다른 증권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7900원, DB금융투자는 8200원, 대신증권은 9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더욱이 두산중공업의 증자 이유가 두산건설 지원을 위해서라는 점 때문에 주주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일감부족으로 실적이 훅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은 123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32.7% 줄어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증권가 예상치 48%를 밑도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산건설까지 도우려 나서는 두산중공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곱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KB증권은 ‘설상가상’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서 “두산중공업이 실적악화에 자회사 지원 부담까지 늘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전에도 두산중공업은 수차례 두산건설에 대한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1년 3000억원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2013년 3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등으로 두산걸설에 돈을 보탰다. 하지만 재무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두산중공업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유산증자 계획이 두산중공업의 재무부담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그룹 최상위 지배자인 ㈜주산이 연쇄적인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재무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33.8%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유상증자에 참여한 ㈜두산의 재무여력 감소 가능성, 주요 자회사의 신용도 저하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두산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봤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처럼 그룹 내에서 무리한 수혈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있다고 봤다.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은 박 회장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건설의 경우 박 회장이 두산그룹에 오르기 직전인 2016년까지 근무한 회사다.


더욱이 박 회장은 두산건설을 레미콘 제조, 화공 기자재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려고 했지만 완전한 체질개선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지주사 회장을 맡은 이후에도 두산건설 회장직을 겸직하는 것은 결자해지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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