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끝으로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내려놓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그야말로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국가가 없고, 국가가 없어도 될 곳에 국가가 있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고별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누이를 아가씨라 부르지 말라,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외모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우리생활 구석구석 국가권력이 파고들고 있다”며 “임금은 얼마 이상을 줘야 하고 일은 몇 시간 이상 하면 안 되고, 이런 일은 하면 안 되고, 저런 일은 해야 하고, 기업의 손과 발을 묶는가 하면, 압수수색 영장이 연간 20만건 이상 발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국민연금을 기업을 옥죄는 수단으로 쓰겠다고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 국민들을 대단하고 위대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자율을 누릴 능력이 없는, 스스로 정화하는 자정능력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어리석고 사나운 백성 정도로 보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곧 정의이자 선이요 모든 답은 자신들이 다 가지고 있다는 오만함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했다.


나아가 “국민들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만든 기업도, 시장도, 공동체도 그렇게 본다”며 “시장과 공동체가 가진 역동성이나 자정능력 같은 것은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이고, 당연히 그러한 역동성이나 자정능력이 자랄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한다”고 질책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을 불신하고 시장과 공동체를 불신하는 정권이 또 자신들만이 정의요 선이라 생각하는 오만한 정권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라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또 기업 하나 하나의 능동성과 창의력 그리고 그에 기반한 혁신역량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에 가르치고 규제하고 감독하고 그러다 투자가 일어나지 않거나 소상공인 등 어려운 사람들이 더 어렵게 되면 곧바로 국가재정을 털어 넣고, 이러고도 우리의 미래가 있을까”라고 탄식했다.


이어 “그러면서도 막상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국가가 없다”며 “이를테면 북한에 핵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게 되면 일본이 그냥 있겠느냐, 핵무장론이나 군사대국화 논의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그렇게 되면 우리 국민은 가만히 있을까, 자칫 너도 나도 핵을 가지게 되고 결국 우리 모두는 핵의 공포 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며 “상황이 이러한데 정부는 과연 무슨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나. 들리는 게 제재완화 우선의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평화체제 아래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그렇게 되면 남쪽의 제조업이 어떻게 될까”라며 “노동임금이 싼 북쪽으로 대거 이동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남쪽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고,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저소득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나”라며 반문했다.


이어 “당연히 그러한 체제에 맞는 남북 간의 산업적 분업체계 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산업구조조정과 인력양성 정책, 그리고 과학기술정책 등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라고 국가가 있고 정부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데 이런 문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며 거듭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없고, 없어도 될 곳에 있다고 꼬집었다.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많은 분들이 과거의 프레임으로 후보들을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해석하는데, 이를테면 태극기를 드신 분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부분만 해도 그렇다”며 “많은 분들이 한국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당은 이제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고, 많은 것을 고쳐나가고 있다”며 “다소 지나친 주장이 있어도, 또 다소 우려되는 움직임이 있어도 이는 그 속에서 용해될 수 있다. 미래로 향한 발걸음에 그만한 동력이 붙어있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당은 국민의 위대함과 대단함을 아는 정당으로 개인의 자유와 자율, 그리고 그에 기반 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정당”이라며 “그런 면에서 변화가 일상화되어 있는 시대적 흐름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철학을 단단히 하는 한편, 안보와 안전, 그리고 약자에 대한 보호 등, 국가의 보완적 역할 또한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떻게 지도부를 구성하든 한국당의 미래를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날의 아픔이 있기에 더욱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져 온 비대위 체제와 관련해서는 “서로의 목소리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반성으로 동지와 동료들에게 아픔을 주는 인적쇄신도 단행했다”며 “당헌 당규에 반영하지는 못했지만 보다 더 잘하자는 의미에서 새로운 평가체계를 마련하기도 했고, 당협위원장 선발에 있어 오디션 방식의 활용 등 당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한편 일반당원의 권리를 확대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 그 변한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우리 나름의 아픔을 겪어가며 할 수 있는 일을 해 왔다”면서 “특히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있어, 그 변화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는 실현가능한 꿈을 만들어 파는 일, 변화의 흐름과 역사의 흐름을 읽고, 이에 상응하는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그 꿈이 없으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에서 보듯, 손에 잡은 권력이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되어 스스로를 찌르게 된다”고 했다.


나아가 “저 역시 저를 변화시키기 위한 길을 가고자한다”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배우고 고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개월 반의 시간, 쉽지 않은 시간을 저와 함께 한 분들께 감사드리고, 많은 빚을 졌다”며 “비판과 격려를 보내주시고, 저와 비대위의 부족함을 참아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뉴시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