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수명 겨우 휴대폰 약정기간에 불과…‘내구성 의심’

[스페셜경제=선다혜 기자]영국 가전업체인 다이슨에서 만든 ‘무선 청소기’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선길이 때문에 청소 할 때마다 방마다 돌아다녀야 하는 수고스러움과 무거운 본체로 인해서 생기는 각종 문제들을 단 번에 해결해준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기’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흡입력 역시 타사 청소기 제품에 비해서 월등이 뛰어난 성능을 선보이면서 많은 고객들의 각광을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 청소기하면 ‘다이슨’하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이 같은 다이슨의 독주에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각각 파워건과 코드제로 등의 제품을 선보였지만,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다이슨의 위상은 계속됐다. 그랬던 다이슨 무선 청소기가 최근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높은 고장률과 AS문제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위상을 깎아먹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스페셜경제>는 다이슨 무선청소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짚어보기로 했다.



소비자 “비싼 AS비용 감당하기 힘들어” 분통
‘한국 차별론’ 가격도 해외보다 10만원 이상↑


15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다이슨이 미국 최대 소비자 전문평가지인 컨슈머리포트를 통해서 최악의 평가는 물론 추천 제품 목록에서도 빠지는 굴욕을 맛보게 됐다.
컨슈머리포트는 보고서를 통해서 다이슨 스틱형 무선소기를 추천 제품에서 모두 제외하고, V8을 비롯한 V시리즈 5개 제품 등 컨슈머리포트가 직접 테스트를 진행했던 7개 모델에 대해서 ‘훌륭함(excellent)’에서 ‘아주 좋음(very good)’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컨슈머리포터는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신뢰성을 꼽았다. 테스트 결과 다이슨 무선청소기는 구매 후 3년 차부터 제품에 이상이 발견되기 시작해, 3년 이상 된 제품의 경우 배터리 불량이 19%, 브러시 오작동 12%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5년 후에는 절반 가까이가 고장으로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컨슈머리포트는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신뢰성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2점으로 ‘미흡(poor)’ 등급을 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서 다이슨 측은 “철저한 테스트와 오너(사용자) 설문조사, 수년간의 성과는 컨슈머리포트에서 발표한 신뢰도 예측과 상의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해외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도 이 같은 컨슈머리포트의 발표에 공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교체 주기 겨우 1년~2년?


이 같은 결과가 기사화되기 무섭게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용하고 있는 다이슨 청소기에 대한 문제점과 불편함에 대한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소비자는 “지난 2017년 4월경에 다이슨 V8 사서 쓰고 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완충을 해도 2분 정도 돌리면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배터리 수명이 다 된 건지 그냥 고장인지 모르겠다. 배터리 수명이 다 된 거라면 2년도 안 됐는데 수명이 너무 짧은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배터리 문제인지, 청소기 자체 문지인지 알 수 없지만 배터리 고장이 너무 잦다”면서 “배터리 교체하면 또 한 두 달 만에 고장이 날 것 같다”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다이슨과 관련해 주로 접수되는 불마사항은 ‘배터리’에 관한 것이었다. 매일매일 다이슨 청소기를 쓰면 배터리 수명이 급격하게 떨어져, 1~2년만 지나면 완충을 해도 실제 사용시간이 몇 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의 성능에 따라서 배터리가 빨리 달 순 있지만 문제는 그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다이슨코리아에 따르면 V8 무선청소기 기준 부품 교체 비용은 배터리가 9만 7000원 이다. 이 밖에 모니터 충전기 6만 1000원, 필터기 2만~4만원 가량이다. 여기에 엔지니어 출장비는 평일 주간 1만 8000원, 평일 야간과 주말 2만 2000원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갖고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도 기술료가 최소 7500원에서 최대 2만 2500원 가량이 부과된다.


만약 1년에 한 번씩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가장할 경우 매년 다이슨 청소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10만원을 넘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는 다이슨에 매년 10만원씩 비용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내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소비자는 “오늘 처음으로 배터리를 갈았다”면서 “금액이 10만 4000원이었다. 청소기 산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완충을 해도 10초면 꺼지길래 가봤더니 1년에서 2년 사이가 배터리 교체 시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정도면 (배터리 교체시가기) 너무 짧은 것 같다”면서 “청소 시간도 맥스로 하면 5분 일반으로 하면 15분 돌아간다. 맥스로 계속 쓰면 배터리수명이 6개월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다이슨을 쭉 쓸지 고민이 된다”는 글을 올렸다.


값만 비싸면 뭐하나…‘AS도 부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잦은 고장과 AS비용이 비싸다는 것 뿐 만이 아니다. 앞서 다이슨은 국내 판매 가격을 책정할 때, 해외에 비해서 10~20만원 가량 더 비싸게 정하면서 ‘한국 차별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다이슨의 무선청소기 ‘V8 애니멀’은 한국에서 74만 3140원에 판매됐다. 이에 반해서 미국 등은 59만 1314원으로 15만원 이상 저렴했다. 또 다른 모델인 ‘V10 플러피’의 경우도 국내 가격은 94만원에 가격이 책정된 반면에, 일본에서는 한화 약 65만원에 판매됐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다이슨 청소기는 불티나게 판매됐다. 소비자들은 다이슨이 해외에 비해서 비싼 가격대가 책정됐지만, 성능이 타사에 비해서 월등이 뛰어나다고 믿고 제품을 구매한 것이었다.


심지어 다이슨 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다이슨 글로벌 매출은 40%, 아시아 시장 매출은 73% 증가했는데 이 중에서 한국과 중국의 매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를 증명하듯 같은 해 국내에는 다이슨 코리아라는 한국지사도 설립됐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다이슨 제품의 백만원대를 호가할 만큼의 값어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직장인 김모(33)씨는 “다이슨 무선청소기가 흡입력도 좋고, 청소하기도 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매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는 문제점들을 고려하면, 구매에 신중해야할 것 같다. 사실 컨슈머리포터 자료만 놓고 보면 다이슨의 수명은 거의 휴대폰 약정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니냐”면서 “국내 기업들이 출시한 무선청소기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차라리 가격도 좀 싸고 AS도 편한 곳에서 사야하지 않을까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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