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 했던가. 삼성카드의 실적부진 속 배당 높이기가 논란을 낳고 있다.


삼성카드는 우리·하나·KB국민카드 등 경쟁 카드사들이 작년 호실적을 거두고도 올해 업황이 카드수수료 인하 등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곳간을 비축하는데 여념이 없는 가운데, 독보적인 실적부진을 겪고도 고배당에 나서는 등 여유를 부리는 모양새라 의아함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여유가 실상은 그룹의 ‘삼성생명 몰아주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사들의 사실상 금융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의 지분을 71.86%나 보유한 대주주일뿐더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의 ‘주주가치 제고’ 해명이 무색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카드의 배당성향 증가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지분 71.86%의 모회사 삼성생명과 이곳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한 2대주주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17.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삼성카드 고배당’의 진짜 의미를 고민하게 한다.



당기순이익 증가폭 뛰어넘는 시가배당률


카드사 모두 호실적일 때 홀로 NO 외쳐


국내 카드사들의 최근 실적발표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2018년 영업이익(연결기준)은 4786억원으로 전년도(5056억원)에 비해 5.3% 감소했고, 동기간 당기순 이익도 3453억원으로, 전년(3867억원) 대비 10.7% 가량 줄어든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어든 702억원을 나타냈으며 시장점유율은 작년 2분기 18.1%에서 4분기 17.4%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 등 업황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경쟁 카드사들 대부분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작년 호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126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우리카드 분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10.9% 오른 329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캠코 매각으로 얻은 일회성 이익 370억원의 영향이 있지만, 이 부분을 배제하고도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며, IFRS9 도입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전년 대비 28%(4310억원)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수비로 볼 수 있다.


하나카드는 전년대비 0.3% 증가한 106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증가량은 미미했지만 2017년 채권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증가가 580억원 가량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방어를 해낸 셈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2018년 순익은 전년에 비해 43.2% 줄어든 5194억원을 기록했지만, 2017년 4670억원 규모의 일회성 이익을 비롯해 9138억원의 순익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적은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상 카드업계 경쟁구도 속에서 삼성카드는 나홀로 실적부진을 기록한 셈이다.



업황 악화한다는 데…꼴찌의 이유있는 마이웨이?


삼성카드는 이같은 낙제점을 받아들고도 배당금과 시가배당률을 큰 폭으로 높여 눈총을 사고 있다.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0.7% 급감한 가운데 배당금은 도리어 전년도(1500원) 대비 6.7% 늘려 1600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총 배당금은 1708억원이 될 예정이며, 배당성향은 49.5%로 전년(42.5%)대비 7%p 올랐다. 이는 2015년(51.9%)을 제외하면 지난 2010년 이후 최고 높은 배당성향이다. 배당금이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시가배당률은 전년(3.6%) 대비 0.8%포인트(p) 오른 4.4%로 확인됐다.


삼성카드의 이같은 행보는 향후 카드업계의 업황이 악화될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라 당장 올 초부터 온라인 PG 하위몰 우대수수료율 적용과 개인택시 우대수수료율 적용, 신규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소급 적용 등 실적 악화를 예견하는 이슈가 쏟아지고 있는 것.


삼성카드는 특히 오는 5월 코스트코 코리아와의 독점계약종료를 앞두고 있어 ‘더 조심해도 모자랄 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트코의 취급고는 연간 3조원 수준이다. 이는 삼성카드 개인신용 판매 취급고의 4% 가량에 해당한다.



‘실적 뱁새 삼성카드’의 황새걸음 고배당 <왜>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삼성카드의 고배당 방침이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몰아주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최정점에 위치하며 사실상 금융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삼성카드의 지분을 71.86%나 보유한 대주주일뿐더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이다. 아울러 이곳의 2대주주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때문에 삼성카드의 ‘주주가치 제고’ 때문이라는 해명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작 삼성카드의 배당성향 증가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지분 71.86%의 모회사 삼성회사와 최대주주 이건희 회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이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보유한 2대주주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17.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대목에서 삼성카드의 고배당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점을 남기게 된다.


이는 삼성그룹의 다른 금융사 등의 배당추이에서도 읽히는 부분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4곳의 2018년 결산 기준 총 배당금 규모는 1조1162억으로 전년(1조1162억) 대비 21.7% 증가한 수치를 나타냈다. 평균 시가배당률은 2.93%에서 4%로 1.07p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배당금을 2017년 1만원에서 2018년 1만1500원으로 15% 증가했고, 삼성증권은 동기간 1000원에서 1400원으로 40%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시가배당률 폭은 가장 크게 늘었는데 동기간 배당금이 200원에서 2650원으로 32.5% 늘었다.


삼성화재와 증권은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최대주주로 삼성생명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은 화재와 증권의 지분을 각각 14.98%와 29.39%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 카드, 증권 3사의 2018년 결산 배당으로 삼성생명은 2516억의 배당금을 취득했다. 이러한 배당금은 삼성생명의 순이익에 반영되고 이를 토대로 책정된 배당금으로 이곳의 최대주주 이건희 회장은 1100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이는 삼성생명 2대 주주 삼성물산의 최대주주 이재용 부회장과도 연관된다. 다른 금융계열사들의 고배당에 발 맞춰 삼성카드가 무리한 황새걸음을 따라가는 진의(眞意)가 읽히는 대목이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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