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효과→세수풍년…‘세금주도 일자리 창출 & 총선용 퍼주기’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비서실장,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최근 ‘나라 곳간만 풍년’이란 넋두리가 자주 들린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녹록치 않은데,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초과 세수는 25조 4000억원에 달한 것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라 한다. 세수 호조 영향에 따라 국가 채무가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계획했던 700조 5000억원 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과 세수를 국가채무를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재정법은 초과 세수를 국가채무를 갚는데 우선적으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이 내포된 곳에 초과 세수를 활용한다면 여야 간 정쟁 및 불필요한 지역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그렇다. 아울러 나라 곳간이 풍년이라고 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세금 퍼붓기 땜질식 처방도 지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악의 일자리 참사를 물타기 위한 방편으로 세금을 쏟아 부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나라 곳간만 풍년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식 세금주도성장’에 대해 짚어봤다.


역대 최대 ‘초과 세수’…공시가 인상 ‘증세’


총선 겨냥 예타 면제?‥野 “선심성 퍼주기”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 당시 언급한 약속들을 다 지켰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난해 3차례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거나 미·북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악수를 하는 등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해낸 것은 분명하다.


나라 곳간도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을 정도로 ‘대풍년’이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수는 전년보다 28조 2000억원 늘어난 293조 6000억원으로 이중 초과 세수는 25조 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라 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초과 세수 원천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인한 법인세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거래 및 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세 증가 등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3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2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세는 전년 대비 9조 4000억원이 늘어난 84조 5000억원이 걷혔고, 법인세의 경우 11조 8000억원 증가한 70조 9000억원이 걷혔다.


소득세와 법인세 징수액이 역대 가장 많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인데, 결국 증세에 의한 초과세수라는 것.


지난해 정부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초과 세수를 기록했으나, 올해 국세수입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수출을 주도했던 반도체 호시절은 저물어가는 추세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 이후 주택거래가 급감하면서 초과 세수를 주도했던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리가르도 IMF 총재의 경고대로 ▶글로벌 무역갈등 ▶금융긴축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중국 경제성장 둔화 등이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4대 먹구름’으로 자리하고 있어 경제적 폭풍이 들이닥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자칫 2013년(8조 8000억원)과 2014년(10조 9000억원)처럼 올해는 세수결손을 우려해야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단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293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8조2000억원 늘었다. 정부가 계획한 세입예산 268조1000억원 보다는 25조4000억원 더 걷힌 것이다.

‘서민들 세금 부담 없다’는 공시가 인상…국민 입장에선 증세


박근혜 정부 당시 세수결손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담뱃값을 인상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올렸다.


박근혜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증세가 아닌 건강증진 목적이라고 했지만, 세수결손의 상당부분을 담뱃값 인상을 통해 메울 수 있었다. 결국 증세를 위한 담뱃값 인상이었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다소 결이 다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실상 증세정책을 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평균 9.1%, 지난 13일에는 전국 땅값의 표준이 되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평균 9.42% 인상했다. 오는 4월에는 아파트 등 공공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현재 공시가는 시세와 괴리감이 크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싼 땅과 집일수록 시세반영률이 낮기 때문에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공시가 현실화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택·토지 공시가 인상이 현실화 목적에 부합하는 인상폭이라며, 일반 국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은 크게 늘지 않으니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키고 있다.


다만,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서민들에게 전가되는 세금 부담은 크게 늘지는 않을지언정 그렇다고 증세가 아닐 수는 없다.


공시가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 각종 세금을 부과하는 관세기준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공시가 인상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또 건강보험료 등 간접세 상승은 물론 상가 임대료 인상 등 부수적 여파까지 더해질 여지가 크다.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나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 인상이나 국민들 입장에선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매한가지고, 나라 곳간만 넘쳐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는 전국 평균 9.42%, 서울 13.87%가 상승했다.

文 정부 총 23개 사업·24조 1000억원 규모 예타 면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과 세수를 기록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야당에선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세금주도성장’이라 비판하고 있다.


이를테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나 ‘세금 퍼붓기 식 단기일자리’ 창출이 그것이다.


초과세수의 경우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금 정산을 최우선으로 하고, 돈이 남으면 국가채무를 갚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하게끔 돼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중앙정부 채무는 667조 3000억원이라 한다.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국가채무는 오는 4월에 공개되는데, 2017년 기준 국가채무는 660조 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8.2%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초과세수를 국가채무를 갚는데 사용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정략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여야 간 정쟁 및 불필요한 지역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을 발표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기 위한 제도인데, 문재인 정부는 총 23개 사업, 24조 1000억원 규모의 공공사업에 대한 예타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야당에서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퍼주기란 비판이 나왔다.


당시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이었던 윤영석 의원은 논평을 통해 “총선용 인기영합, 선심성 퍼주기 정책인 예타 면제는 미래 세대에 재정폭탄만 안길 뿐”이라며 “암울한 경제현실 속에서 문재인 정권이 목전에 둔 총선을 위해 국가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예산 집행의 대원칙을 저버리겠다는 의미”라고 쏘아 붙였다.


PK 수혜, 측근 밀어주기?‥‘예타=초과세수’


‘기-승-전-세금 일자리’…‘소귀에 경 읽기’


초과세수와 비슷한 규모의 예타…지지율 떨어진 지역 족집게 지원?


정부의 예타 면제 최대 수혜지역은 PK지역(부산·경남)이다.


전체 24조 1000억원 가운데 대구·경북은 1조 5000억원 규모고, 광주·전남·전북은 2조 5000억원, 대전·충청은 대구·경북의 2배가량인 3조 1000억원, 부산·울산·경남은 대전·충청의 2배가 넘는 6조 7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예타를 면제받았다.


경북 김천에서 경남 거제를 고속철도로 잇는 남부내륙철도사업(4조 7000억원)과 울산 외곽순환도로 및 산재전문 공공병원(1조 2000억원), 부산 신항~김해 고속도로(8000억원) 등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이를 두고도 한국당은 ‘측근 밀어주기’, ‘대통령 지지율 떨어진 지역 족집게 지원’이라고 질타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지역에 족집게 지원하는 걸로 보인다”면서 “대통령과 친한 지방자치단체장 순서대로 밀어줬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으면 작은 일까지도 적폐로 몰아 비판하던 분들이 이번에는 국가재정이나 건전성을 묻지도 않고 국민 세금을 퍼붓겠다고 발표했는데, 이거야말로 총선용, 풀면 살고 안 풀면 죽는다는 식 예산 아닌가, 악화일로 경제 지지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면 된다는 거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이처럼 야당으로부터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퍼주기란 비판을 받고 있는 예타 면제 정책은 공교롭게도 초과세수 규모(25조 40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25조원 규모의 초과세수를 달성할 것으로 알고 있었던 정부가 그에 맞춰 면타 면제를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 사업이 총 23개 사업·24조1000억원 규모로 결정됐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사업 중 일부는 예타 대상 선정 혹은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

암울한 고용지표에도 세금주도 일자리 창출만…납세자 분노 유발 정부?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세금 퍼붓기 땜질식 일자리 창출도 세금주도성장의 대표적 예로 지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책정된 일자리 예산은 54조원이다. 과거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시절 투입됐던 4대강 예산 22조원이면 일자리를 100만개 창출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악의 고용참사라는 융단폭격에 시달리고 있는 게 문재인 정부의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 목표치를 15만명으로 제시했으나 기해년 새해 첫 달부터 암울한 성적표가 쥐어졌다.


올 1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만 9000명 증가하는데 그쳤고, 실업자 수는 1월 기준으로 2000년(123만 2000명) 이후 가장 많은 122만 4000명을 기록했으며, 실업률은 4.5%로 1월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이 있었던 2010년(5.0%) 이후 가장 높았다.


목표치에 한참을 못 미치는 고용지표를 받아든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올해 공공기관 신규채용 계획(2만 3000명)에 추가로 2000명 이상을 더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10.2% 수준의 사회복지지출을 204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9%까지 확대(제2차 사회보장기본계획)하고, 이를 통해 노인과 장애인, 아동 돌봄 서비스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부문에 이어 사회복지서비스 일자리까지 국민세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23조원의 예산을 집행했지만 전봇대 전단제거와 담배꽁초 줍기, 강의실 불끄기, 휴지 줍기 등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야당은 이를 가짜일자리로 규정하고 납세자의 분노를 유발하는 등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을 향해 귀가 닳도록 경제정책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귀에 경 읽기’로 일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2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 증가했다.

나라 곳간 넘치면 뭐하나…활용을 못하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작년과 올해(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초과세수가 20조원이 넘었는데, 늘어난 국세 수입을 경기회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좀 더 적극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쓰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읽혔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세금 퍼붓기로 공공부문만 비대화시키는 일자리를 늘릴 게 아니라, 경제전문가와 야당 등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지적하는 것처럼 과감한 재정 지원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즉, 증세를 통한 나라 곳간 풍년이 아니라 파격적인 감세 및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


나라의 경제를 우려하는 고언을 무시하고 지금처럼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어쩌면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만약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역사에 역대 최악의 불통·무능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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